이성미가 ‘미혼모’로서 겪은 차별과 고통을 수치화하면…
이성미가 ‘미혼모’로서 겪은 차별과 고통을 수치화하면…
  • 김승일 기자
  • 승인 2019.01.18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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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나는 첫 번째 서른은 너무 아팠다. 첫 번째 서른에 정말 나는 쓰러졌었다. 30년이 지나서 이렇게 방송을 하는 건 나한테는 기적이다.” 

지난 16일 방송된 TV조선 예능프로그램 ‘두 번째 서른’에서 개그우먼 이성미가 30대에 미혼모가 돼 힘겨운 시간을 보냈다고 털어놓아 연이틀 화제가 됐다. 

1980년 ‘TBC 개그콘테스트’에서 대상을 받으며 화려하게 데뷔한 이성미는 전성기를 구가하던 1980년대 후반 가수 김학래의 아이를 가졌으나 아버지의 결혼 반대로 결혼하지 않고 한동안 미혼모로 살았다고 알려졌다. 이후 그는 한 언론사의 기자와 결혼해 캐나다에서 이민생활을 하기도 했다. 

이성미가 미혼모로서의 고충을 털어놓은 것은 처음이 아니다. 2009년 한 예능프로그램에서 그는 “미혼모라는 사실이 알려진 후 여자 연예인으로 감당할 수 없는 고통을 받았다”며 “사람들이 무서웠다. 사람들은 잘 알지도 못하면서 부풀려 이야기하기도 했다. 난 힘들 때 아무도 안 만난다. 혼자 골방에 들어가 해결될 때까지 안 나온다”고 말했다.  

[사진출처= 연합뉴스]

‘가족’이라는 정당성이 있어야 출산할 수 있다는 분위기가 팽배한 우리나라 사회에서 미혼모는 극심한 차별감을 느낀다.  

김혜영 숙명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의 2013년 논문 「미혼모에 대한 사회적 차별과 배제 : 차별의 기제와 특징을 중심으로」에 따르면 조사대상 미혼모 554명 중 자신들에 대한 ‘차별이 심각한 편’이라고 응답한 사람은 58.3%(323명), ‘매우 심각한 편’이라고 답한 사람은 30.7%(170명)에 달했다. 차별감을 느끼는 정도를 장애인, 동성애자, 이혼자 등과 상대적으로 수치화해 비교한 결과, 미혼모가 느끼는 차별감은 3.23점으로, 동성애자(3.5점) 다음으로 높았다. 외국인 노동자(3.17)와 장애인(3.12), 미혼부(3.11)가 그 뒤를 이었다. 

미혼모가 느끼는 차별감은 피해망상이 아니다. 논문에 따르면, 교제 및 결혼 상대자로서 미혼모를 꺼리는 정도(3.14점)는 동성애 유경험자(3.48점) 다음이었다. 동거유경험자(3.02)와 이혼모(2.88), 외국인(2.63), 이혼독신(2.58)이 뒤를 이었다. 또한 직장에 미혼모가 있다면 어떤 관계를 유지할지에 대한 질문에는 응답자의 65.7%가 ‘인사 정도만 하는 사이’라고 답했고, 이웃이 미혼모라면 어떤 관계를 유지할지에 대한 질문에는 70.5%가 ‘인사 정도만 하고 지내겠다’고 응답했다. 심지어 일부 미혼모는 가족조차 외면했는데, 자녀를 출산한 미혼모 중 부친과 ‘전혀 만나지 않는다’고 응답한 미혼모가 25.1%, 모친과 ‘어떠한 만남도 없다’고 응답한 미혼모가 16.1%였다.   

김혜영 교수는 미혼모에 대한 이러한 차별의 이유를 ‘성차별적인 가족주의’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가족주의는 여성을 가계계승의 수단으로 도구화함으로써 암묵적으로 성불평등을 구조화시키고, 개인들로 하여금 개인적 권리와 주체자라기보다는 가족적 신분으로 부계가족질서에 순응토록 강제해왔다”며 “그리고 이를 효과적으로 강제하기 위해 가족주의는 가족 간 경계를 강조하고 특정한 가족만을 순수한 이념형으로 정제해 여타의 가족형태나 가족의 삶을 평가절하하고 억압하는 이중성을 보여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 이유가 정말 ‘성차별적인 가족주의’ 때문인지는 알 수 없지만, 다른 나라보다 유독 낮은 혼외자 출생률은 미혼모에 대한 기피가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무언가 때문에 일어난다는 것을 암시한다. 통계청과 통계개발원이 지난해 10월 펴낸 계간지 <KOSTAT 통계플러스>에 따르면 2014년 기준 한국 혼외자 출생률은 1.9%로, OECD 회원국 중 가장 낮았다. 혼외자 출생률이 높은 국가는 프랑스(56.7%), 스웨덴(54.65), 네덜란드(48.7%), 스페인(42.5%), 미국(40.2%) 순이었고, 우리나라 위로는 일본(2.3%), 터키(2.8%), 이스라엘(6.3%)이었다. OECD 회원국의 평균 혼외자 출생률은 40.5%. 

최승희 평택대 교수는 그의 책 『이 땅에서 미혼모로 살아가기』에서 “미혼모(未婚母)는 미혼모(美魂母)다”라며 “나는 미혼모들이 가족과 친구, 우리 사회의 냉담한 시선을 이겨내고 열 달 동안 생명을 지켜낸 아름다운 영혼을 가진 엄마들이라 믿는다”라고 말했다. 최 교수는 “임신을 안 순간부터 출산까지 얼마나 많은 갈등을 했을까? 그들에게 얼마나 많은 후회와 아픔이 있었을까?”라며 “잠 못 이루는 밤들 속에서 아기의 태동을 느끼며 엄마로서 용기 냈을 그들에게 진심 어린 박수를 보낸다”고 덧붙였다. 

통계청의 인구총조사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전국의 미혼모는 2만2,065명. 8,424명인 미혼부보다 두 배 이상 많았다. 이성미가 당했을 차별과 느꼈을 고통은 한번 화제가 되고 묻혀버리겠지만, 지금도 자신의 자녀와 함께 삶을 이어가고 있는 전국의 미혼모(美魂母)들이 당하는 차별과 고통은 현재진행형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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