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스카이캐슬’에 빠진 진짜 이유는?
당신이 ‘스카이캐슬’에 빠진 진짜 이유는?
  • 김승일 기자
  • 승인 2019.01.17 16: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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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JTBC 홈페이지 캡처]

[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서울대 의대를 목표로 억대의 입시 코디를 받는 예서, 죽을병에 걸린 가난한 어머니를 홀로 부양하면서도 예서와 전교 1, 2등을 다투는 혜나. 예서가 입시 코디에게서 유출된 내신시험 문제를 받아보고 있다는 사실 알게 된 혜나는 분개한다. “이건 정당한 경쟁이 아냐. 절대 인정 못해”라며 복수심을 불태우는 혜나는 의문의 죽음을 당하고 만다.  

JTBC 금토드라마 ‘SKY 캐슬’의 인기가 제목 그대로 하늘 위를 날아다니고 있다. 시청률 조사기관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1회 시청률 1.727%에 불과했던 ‘SKY 캐슬’은 회가 거듭될수록 시청률이 상승해 지난 12일 19.243%를 기록, 지난 7일부터 13일까지 방영된 종합편성채널 프로그램 중에서 가장 시청률이 높았으며, 지상파를 포함한 전체 드라마 중에서는 두 번째로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그 인기의 지표는 높은 시청률이 다가 아니다. 드라마가 끝나면 포털사이트 ‘다음’ 카페 인기글과 각종 SNS에는 ‘SKY 캐슬’ 관련 내용이 도배되고, ‘SKY 캐슬’이 방영되지 않는 날에도 관련 게시글은 다수 생성된다. ‘SKY 캐슬’이 주로 언급되는 카페나 SNS 이용자층을 살펴보면, 이 드라마는 특히 40대 이하의 여성들 사이에서 큰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드라마는 초입에 항상 “본 드라마에 등장하는 인물 및 특정 직업군 등의 내용은 창작의 산물, 실제와 관련 없는 픽션”이라는 말을 띄우지만, 일각에서는 드라마 인기의 원인이 “계층 이동이 어려운 대한민국의 현실을 반영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베스트셀러 에세이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에서 작가 하완이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나보다 더 노력하는 사람은 있기 마련이고, 그 위에는 원래 ‘특출난 인간’들이 있기 마련”이라며 “예전엔 특출난 인간들을 노력으론 어찌해볼 수 없는 뛰어난 재능을 지닌 사람정도로 해석했는데, 요즘엔 좀 다르게 해석한다. 바로 좋은 집안에서 태어난 자식들, ‘금수저’들”이라고 한 말에 사람들이 공감한 것처럼 이 드라마에도 비슷한 식의 공감을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요즘 청년들은 혜나와 마찬가지로 이 세상을 “정당한 경쟁”이 이뤄지는 공정한 사회로 보지 않는다. 지난 9일 보건사회연구원의 <보건사회연구> 최신호에 실린 이용관 한국문화관광연구원 부연구위원의 보고서 ‘청년층의 주관적 계층의식과계층이동 가능성 영향요인 변화 분석’에 따르면 2017년 30세 미만 청년 가운데 자신의 계층이동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본 청년은 38%였다. 2013년 53%였던 것과 비교해 현저히 감소한 수치다. 

계층이동을 가로막는다고 생각하는 주요 원인은 돈이다. 청년층의 ‘나는 계층이동을 할 수 있다’는 인식에는 가구소득과 주거형태 등 부모의 부(富)가 주로 영향을 미쳤다. 계층이동 가능성에 대한 청년층의 인식은 가구소득 100만원 미만인 가구보다 500~700만원 가구가 3.15배, 임대주택 거주자보다 자가주택 거주자가 1.27배 높았다. 이는 아버지의 직업과 어머니의 학력이 인식에 주로 영향을 미치던 2013년 조사 때와 다르다.   

보고서에서 이용관 부연구위원은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자원이 사회의 계층을 결정한다는 ‘수저계급론’이 실제 나타나고 있고, 계층 고착화가 심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분석 결과”라고 말했다.    

그리고 이러한 인식은 기우가 아니다. OECD가 지난해 6월 발표한 보고서 ‘사회적 엘리베이터는 붕괴했는가? - 사회 이동을 촉진하는 법’에 따르면 한국의 소득 하위 10% 가구에 속한 자녀가 중산층이 되기까지 5세대가 걸린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지난해 11월 발표한 보고서 ‘경제주평,조세재정정책의 소득재분배효과 국제비교와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빈곤탈출율(균등화 중위 소득 50% 미만이 정부의 조세정책을 통해 저소득층에서 탈출할 수 있는 비율)은 19.5%로 OECD 28개국 중 가장 낮다. 계층이동이 불가능할 것이라는 걱정이 괜한 우려가 아니라는 것이다.  

혜나의 비참한 죽음은 세계적으로 불평등에 대한 논의를 이끌어낸 토마 피케티가 그의 책 『21세기 자본』에서 “자본주의 사회에서 통상의 조건하에 투자 수익률은 경제 전체의 성장률을 능가하기 때문에, 불평등은 언제나 증가할 수밖에 없다”며 “착취당하는 이들은 스스로 착취자가 되지 않는 한 절대 그들을 따라잡지 못한다”고 한 말을 떠오르게 한다. 드라마 ‘SKY 캐슬’의 ‘이유 있는’ 인기는 곱씹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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