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동진 리디 사업본부장 “리디셀렉트는 디지털 맞춤 책 서비스”
[인터뷰] 이동진 리디 사업본부장 “리디셀렉트는 디지털 맞춤 책 서비스”
  • 서믿음 기자
  • 승인 2019.01.15 17: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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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조병석 기자]
[사진=조병석 기자]

[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독서의 매력이 더 이상 사람들의 이목을 끌지 않는 시대다. 쉽고 재밌게 즐길 수 있는 영상 콘텐츠가 범람하는 상황에서 집중력을 발휘해 활자에서 의미를 읽어내고 사유하려는 사람을 찾아보기가 어려워졌다. 소화하기 쉽게 잘게 씹어 넘겨주는 정보에 익숙해지면서 독서는 점점 구시대적 정보 습득 방식으로 여겨져 뒷전으로 밀려나는 모습이다.

실제로 한국 서적출판업(단행본 출판) 규모는 2013년 1조2,490억원, 2014년 1조2,238억원, 2015년 1조840억원, 2016년 1조1,732억원으로 해마다 감소하는 추세다. 성인 독서율 역시 2013년 72.4%에서 2017년 59.9%로 12.5%포인트나 줄어들면서 ‘책의 위기’가 고착화되는 모양새다. ‘단군 이래 최대 불황’이라는 위기감은 매년 고조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전자책 전문 업체 (주)리디(이하 리디 )는 책이 디지털 시대에 적응하지 못한 점을 독서 인구 저하의 주요한 원인으로 보고 ‘책의 디지털화’를 타개책으로 삼아 전자책 시장 개척에 온 힘을 기울여 왔다. 그 결과 전자책 부문 점유율 50%에 근접하면서 현재는 업계(전자책 판매 ) 1위에 우뚝 섰다. 리디의 작년 매출은 665억원으로 2014년 186억원에 비해 약 260%의 성장세를 기록하며 ‘책 읽지 않는 시대’에 희망의 불빛을 비추고 있다.

지난 7월에는 리디셀렉트(월정액 무제한 도서 제공 서비스 )를 출시해 기존 리디북스 이용자의 독서량을 2.5배 증가시키면서 독서량을 증대에 앞장서고 있다. 이동진 구독/일반사업본부장(이하 본부장 )은 “‘디지털 시대에는 이렇게 책을 보는 거야’라고 만든 게 리디셀렉트다”라며 “감소한 독서 인구를 늘리는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한다”고 포부를 밝혔다.

책에 흥미를 잃어가는 시대에 독서 문화 부흥이라는 큰 과제를 안은 이동진 본부장을 강남구 역삼동에 위치한 리디 사옥의 전망 좋은 방에서 만났다.

[사진=조병석 기자]
[사진=조병석 기자]

- 리디의 업계 점유율(전자책 판매 )은 5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예스24, 교보문고 등 여타 굵직한 경쟁업체를 따돌린 성공 요인을 꼽는다면?

가장 큰 요인은 인식의 차이다. 사업을 IT로 정의했느냐, 아니면 종이책의 부가로 정의했느냐가 가장 크다고 볼 수 있다. 교보문고나 예스24 등은 종이책 비즈니스를 크게 했는데, 전자책 수요가 생기면서 이를 종이책의 부가 사업 정도로 인식한 듯하다. 반면 저희는 종이책의 부가사업이 아닌 디지털 콘텐츠 사업이라고 생각했다. 종이책 사업과 IT 기반의 디지털 콘텐츠 사업이 독자들의 니즈나 본질적인 면이 많이 다르기 때문에 여러 가지 다른 방향으로 사업을 진행했고, 그런 점에서 큰 차이가 있지 않았나 싶다. 대표적으로 예스24 같은 경우에는 할인 쿠폰 등을 활용해 (전자책의) 온라인 판매를 늘려왔는데 저희는 전자책을 보는 뷰어 등 독서 환경이나 사용자 경험에 굉장히 집중했다. 거기서 결정적인 차이가 났다고 생각한다.

- 리디가 전자책만을 고수하는 이유는? 종이책은 취급 계획이 없는지?

독자 분들의 (종이책 ) 수요가 있는 것은 알고 있지만, ‘전자책을 잘하니까 종이책까지 잘해보자’ 이런 구체적인 계획은 아직 없는 상황이다. 출판사 입장에서는 아직 종이책 비즈니스가 훨씬 크기 때문에 사실 출판사에서도 (종이책 유통에 관한 ) 요청이 많았지만, 이건 또 다른 이야기 같아 아직 신중하게 생각하고 있다. 현재 종이책 서점들이 치킨게임처럼 되면서 이익 보는 곳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출판사에 광고를 팔다보니 좋은 책보다는 광고비를 많이 투자한 책이 (독자에게 ) 전달돼 독서 경험이 안 좋게 흘러가는 경우가 많다. 저희는 이 문제를 디지털에서 풀려고 하고 있다. 저희가 아무리 볼륨이 커져도 광고보다는 철저하게 유료 콘텐츠 판매로 이익과 매출을 달성할 계획이다. 디지털에서 책이 어떻게 구현돼야 하는지, 고도화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있다.

- 최근 몇 년간 1인당 독서량이 계속해서 하락하는 원인으로 동영상 콘텐츠와의 경쟁에서 활자 콘텐츠가 뒤처졌다는 점이 지목된다. 혹시 특별한 타개책이 있다고 생각하는지?

독자가 동영상 콘텐츠를 접하는 허들이 낮고 에너지 소모가 적은데 그것을 텍스트가 따라갈 수는 없을 것 같다. 동영상이 널리 보급된 데는 그만큼 디지털이 생활 깊숙이 들어왔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최근에는 디지털 세상 속에서 책이 살아남을 방법을 가장 많이 고민하고 연구하고 있다. 동영상 소비는 채 100년이 안 됐지만, 텍스트는 지난 수천 년간 소비돼 왔기 때문에 텍스트가 지닌 가치는 영원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관점에서 텍스트가 줄 수 있는 (본연의 ) 가치를 찾아, 그것을 극대화하는 데 집중하려고 한다.

[사진=조병석 기자]
[사진=조병석 기자]

- 리디는 뛰어난 IT 역량으로 유명한데, 혹시 전자책 본문에 동영상 콘텐츠를 삽입하는 등 새로운 시도가 계획되고 있는지? 혹시 오디오북과 관련해 개선책을 준비 중인지?

예전에 EPub3.0(멀티미디어가 적용된 전자책 ) 시대가 온다고 해서 전자책 안에 동영상을 넣는다든가 소리를 넣는다든가 다양한 시도를 많이 했었다. 하지만 독자 입장에서 기존에 책을 보던 경험이 있고, 그 경험을 유지하기 원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뷰어를 만들 때도 최대한 종이책과 비슷한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텍스트 자체가 가장 크고 깊은 니즈라고 생각해서 거기에 집중하려고 하는 것이 기본 방향이다.

사견이지만, 오디오북은 책을 보는 니즈와는 조금 다르다고 생각한다. 오디오북 시장을 이끄는 포털 서비스들을 보면 책 서비스를 하겠다는 것보다는 AI 스피커 등 신규 사업의 콘텐츠로 활용하는 정도이기 때문에 책을 보는 니즈를 확대하거나 자극하거나 키우는 것과는 거리가 있다고 본다.

- 최근 월정액 무제한 도서 서비스가 전자책 업계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리디도 지난 7월 월정액 서비스 리디셀렉트를 출시했는데, 해당 서비스가 출판 업계에 미칠 긍/부정적 영향을 어떻게 예상하는지?

먼저 긍정적인 영향으로는 독서 인구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 ‘단군이래 올해가 최대의 불황이다’라는 말이 출판계에서 매년 나오고 있는데, 디지털 대응에 실패한 요인이 가장 크다고 본다. 디지털 시대가 되면서 예를 들어 영상에서는 유튜브, 넥플릭스 등이 대세로 자리 잡았고, 음악의 경우에는 CD에서 MP3 그리고 스트리밍으로 진화했지만, 책은 그대로였던 것 같다. 이런 관점에서 디지털 맞춤 책 서비스로 탄생한 것이 리디셀렉트다. 기존 리디북스의 경우 전자책을 다뤘지만, 종이책 소비 과정과 거의 유사했다. (주문하면 ) 예스24는 실물이 날아오고 리디북스는 앱에서 볼 수 있는데 실물을 보냐 이펍(EPub) 파일로 보냐의 차이일 뿐, 사실 꽤 유사했다. 근데 리디셀렉트는 일정 금액을 걸어놓고 재화의 제한 없이 디지털에서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디지털 시대에 더 적합한 서비스라고 생각한다. 또 리디셀렉트에는 광고(돈을 받고 책을 메인에 배치 ) 없이 최대한 독자의 성향에 맞춘 책들이 보이게 하는 점도 긍정적이라고 생각한다.

부정적 영향과 관련해, 출판사 입장에서는 전자책을 너무 많이 보면 종이책 판매가 줄어드는 것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전자책이 많이 팔려서 종이책 판매가 줄어든 경우는 단 한 번도 없었다. 반대로 전자책이 많이 판매되고 알려지면서 종이책 판매가 늘어난 상황은 굉장히 많았다. 올해도 ‘책 끝을 접다’(카드뉴스 형태로 책 소개 ) 채널에서 전자책 『앨리스 죽이기』를 마케팅한 적이 있었는데 종이책 판매가 어마어마하게 늘어서 보기 드물게 역주행을 했다. 리디셀렉트를 시작하면서 제안을 드린 출판사 중 90% 이상이 승낙을 해주셔서 시작하게 됐다. 부정적인 부분은 거의 없다고 보고 있다.

[사진=조병석 기자]
[사진=조병석 기자]

- 출판 시장이 만성불황에 시달리면서 월정액 무제한 서비스 제공 업체 간 치열한 경쟁이 향후 치킨게임으로까지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존재한다. 어떻게 전망하는지?

긍정적으로 전망하자면 시장이 커지는 게 모두에게 가장 좋을 것 같다. 시장이 커지면 공급자의 이익이 늘어나고 좋은 콘텐츠가 나오기 마련이다. 일단 시장 자체가 성장하는 게 저희가 바라는 바다. 리디셀렉트가 시작한 지 이제 5개월, 리디 10년에 비하면 얼마 안 된 서비스지만 시장의 수요를 키우는 효과가 있다고 보고 긍정적으로 여기고 있다. 각 회사에서 투자하고 서비스가 활성화되면 시장이 더 커지면서 그런 점(치열한 경쟁 )은 어느 정도 해소될 것으로 본다. 실제로 리디셀렉트 사용자를 보면 독서량이 증가하고 있고 책 판매도 늘고 있다. 책이든 독자든 수요가 늘고 있어서 그런 면이 많이 배가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 전자책 시장 규모 확대를 위해 어떤 환경이 마련돼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리디가 기울이고 있는 노력은?

디지털에 맞는 서비스가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하면서 최근에는 (디지털 맞춤형 ) 콘텐츠에 관심을 두고 있다. 현재 (유통되는 ) 전자책은 종이책을 단순 디지털화해서 서비스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그럴 것이 아니라 만들 때부터 전자책 소비 수요 환경에 따라 만들어져야 한다는 생각에 전자책에 특화된 기획을 하고 있다. 올해 여름에는 장강명 작가와 (독점 기획 ) 콘텐츠를 만들어 리디에 연재했고 지난달 20일에는 건강에 관련한 콘텐츠를 만드는 것으로 독자 사이에서 유명한 수피 작가의 연재 콘텐츠를 론칭했다. 예스24나 밀리의 서재 등 디지털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은 종이책을 그대로 디지털화했지만, 저희는 직접 하거나 출판사와 협업하면서 다양하게 제작하는 데 투자하고 있다.

- 책 줄거리를 카드뉴스 형태로 제작해 소개하는 ‘책 끝을 접다’ 콘텐츠가 SNS 팔로워 수 86만명에 달할 정도로 큰 인기다. 양질의 콘텐츠와 큐레이션의 주효한 원인으로 여겨지는데, 이처럼 리디가 콘텐츠 제작과 큐레이션에 기울이는 노력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

리디북스도 리디셀렉트도 고객마다 보이는 화면을 다르게 배치하고 있다. 독자가 좋아하는 책이 조금 더 보이게 하고 있다. 이건 한 번 하고 끝이 아니라 계속 고도화해야 한다. 독자에게 맞게 어떻게 화면을 배치해야 할까 계속 고민하고 있다. 디지털에 특화된 책도 계속 만들어 나가고 있다. 이것을 홍보하는 ‘책 끝을 접다’ 같은 채널에서 디지털에 맞는 카드뉴스나 그런 영상을 활용해서 책을 홍보하고 있다고 봐주시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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