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문자메시지와 비교해보자. 개는 코를 킁킁거림으로써 다른 개들이 앞서 남긴 메시지를 읽으며, 오줌을 누는 것은 일종의 답장이라 할 수 있다. 그러므로 개가 문자를 보낼 때 강제로 끌어당긴다면 십대 자녀의 손에서 스마트폰을 빼앗는 것과 다름없다. 나와 함께 산악도로 근처에서 살던 개들은 틀림없이 하루 종일 문자를 주고받았을 것이다. <168쪽>
그렇다면 어떤 개들이 ‘더 똑똑하고’ 어떤 개들이 ‘더 멍청할까?’ 물론 더 똑똑하거나 더 멍청한 개는 없다. 상대적으로 볼 때 다들 동등하게 영리하며, 상황에 맞게 자신의 영리함을 이용할 뿐이다. 이런 맥락에서 벗어나면 상당히 ‘멍청하게’ 보일 만한 개들도 있다. 나는 충분히 많은 개들과 살았고 많은 개들을 만났으므로 누가 누구보다 더 똑똑하다고 말하는 것이 개체로서 지닌 진정한 모습에 대한 잘못된 설명이란 사실을 안다.<197쪽>
나는 우리 모두가 개 산책 공원의 과학자가 됐으면 한다. 이곳에서는 개를 돌보는 모든 반려자가 학생의 자세로 자기 개의 행동을 관찰해야 한다. 그럼으로써 자신의 개는 무엇을 만족스럽고 좋은 삶으로 여기는지 파악해야 한다. 훌륭한 동물행동학자들이 그렇듯이, 우리는 과학자와 개 훈련사를 비롯해 여러 사람과 이야기하고 서로 배워야 한다. 연관된 동물 연구 분야를 포함해 여러 분야에서 연구자들이 발표한 문헌들을 읽고, 개 산책 공원에서 만나는 식견 있는 친구들의 말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그런 다음 자신의 눈으로 직접 자신의 개를 지켜보면서 그들이 한 말을 검증해야 한다. <288쪽>
대부분의 학대 사건은 지배나 혐오에 바탕을 둔 개 훈련에서 비롯된다. 이런 훈련에서는 신체에 대한 가혹한 처벌이 동원된다. 이는 사람을 존중하고 사람 말을 듣도록 하려면 먼저 신체적으로 개를 ‘지배’해야 한다는 믿음에 따른 것이다. 앞서 말했지만 이런 믿음은 완전히 틀렸고 그릇된 생각이다. 이런 식의 ‘훈련’은 개들에게 트라우마를 심어주고, 부상이나 심지어는 죽음을 초래할 수도 있다. <317쪽>
『개와 사람의 행복한 동행을 위한 한 뼘 더 깊은 지식』
마크 베코프 지음 | 장호연 옮김 | 동녘사이언스 펴냄|420쪽|19,8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