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풀 반대’ 택시기사의 분신... “죽음은 안타깝지만”
‘카풀 반대’ 택시기사의 분신... “죽음은 안타깝지만”
  • 서믿음 기자
  • 승인 2019.01.11 18:13
  •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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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연합뉴스]
지난 9일 오후 6시 3분께 서울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 2번 출구 앞 도로에서 택시 한 대가 화재에 휩싸였다. [사진출처=연합뉴스]

[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서울 광화문광장 인근 도로변에서 분신을 시도한 택시기사 임모(64) 씨가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중 끝내 숨졌다. 임 씨는 지난 9일 오후 6시께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 2번 출구 앞 도로변의 불길에 휩싸인 택시 안에서 구조된 직후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이튿날 오전 5시 50분께 결국 숨을 거뒀다. 지난달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분신한 택시 기사 최모(57) 씨 건을 포함하면 지금까지 총 2명이 카카오의 카풀 서비스에 반대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지난번 최 씨가 유서에서 “전국의 모든 택시 노동자들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날이 되기를 바라며 이 한 몸을 내던진다. 카풀이 무산될 때까지 끝까지 투쟁 바란다”고 밝혔던 것과 같이 이번에 숨진 임 씨 역시 “택시기사가 너무 힘들다. 불법 카카오 카풀 도입을 반대한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긴 유서를 남겼다.

두 달여간 두 차례 일어난 택시기사의 분신은 확실히 대중의 시선을 잡아끌었다. 해당 사건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가졌고 그들의 죽음을 안타까워했다. 다만 대중의 동의를 얻는 데까지 미치지는 못한 모습이다. 많은 사람이 그들의 죽음에 안타까움을 표하면서도 ‘그럴 필요까지 있었느냐’는 의견을 내고 있다.

한 누리꾼은 “무슨 카풀 때문에 분신이야.. 세상이 변하는데. 자율주행 나오면 단체 분신 각이냐? 죽음은 안타깝지만 소중한 목숨이기에 어이없는 죽음으로 여겨진다. 반대하고 분신할 생각하기 전에 택시업계가 어떻게 하면 발전할지를 고민해라! 서비스 질을 높인다던가”라며 분신 이유에 동의하기 어렵다는 뜻을 표했다. 또 다른 누리꾼 역시 “티베트의 분신 청년처럼 나라의 독립이나 전태일 열사처럼 노동운동으로 몸을 불사른 게 아니라, 카풀도입 반대로 그런 행동을 하는 게 국민들에게 먹힐 거로 생각했냐”며 분신은 너무 과했다는 취지의 뜻을 전했다.

실제로 그간 분신은 사회나 국가의 정의에 관한 일에 대중의 관심과 참여를 호소하기 위해 감행돼 왔다. 1970년 전태일 열사는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 일요일은 쉬게하라”고 외치며 자신의 몸에 불을 붙이면서 당시 열악한 노동환경 개선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이끌어 냈다. 1963년에는 베트남의 틱쾅둑(釋廣德) 승려가 정부의 불교탄압에 반발해 소신공양(분신)하면서 반정부 여론을 형성해 정권 교체를 이뤄내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두 차례 일어난 택시기사 분신은 대중의 시선을 잡아끄는 데는 성공했지만, 국민 다수를 이해시키기에는 대의명분이 부족한 모습이다.

사실 분신은 자살방법 중에서 가장 고통스러운 방법으로 손꼽힌다. 자살 방법과 죽음에 도달할 때까지의 괴로움 등을 자세히 수록해 일본에서 100만 부 이상 팔린 책 『완전자살 매뉴얼』에서도 분신은 최고 난이도인 5로 분류된다. 분신은 즉사하는 경우가 드물고 병원으로 옮겨져 끔찍한 고통에 시달리는 경우가 대다수이며, 설령 목숨을 지킨다고 해도 죽는 것만 못한 삶을 살아갈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택시기사의 분신을 결코 가볍게 볼 수 없지만, 많은 사람에게 의미 있게 다가서지도 않는 모습이다. 한 누리꾼이 “난 지금 택시기사님들께서 하셔야 할 것이 분신이나 집회가 아니라 카카오 카풀의 단점을 집어주고, 택시의 단점을 보완할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본다”고 남긴 댓글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그간 정부는 국민편의보다는 택시업계의 생존권에 더 초점을 맞춰온 것이 사실이다. 2013년 우버(Uber)가 우리나라에 진출했을 때 정부는 택시업계의 손을 들어주면서 우버를 한국 땅에서 몰아냈고 비슷한 상황마다 택시업계의 이익을 우선했다. 모빌리티(차량과 승객을 연결하는 플랫폼) 서비스인 디디추싱이 중국을, 그랩이 동남아를 거점으로 크게 성장할 때 유독 우리나라만 제자리걸음을 걷고 있다.

유발 하라리는 책 『호모 데우스』에서 “남한에서 자율주행 교통체계로 전환하려 한다면 택시 기사, 버스 운전사, 트럭 운전사들이 반대하고 파업과 시위도 잇따를 것이다. 남한 같은 자유시장 민주주의에서 이런 난제들에 일일이 대처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라며 “인류는 지금 전례 없는 기술의 힘에 접근하고 있지만, 그것으로 무엇을 할지는 잘 모른다. 현명한 선택이 가져올 혜택은 어마어마한 반면, 현명하지 못한 결정의 대가는 인류 자체를 소멸에 이르게 할 것이다. 현명한 선택을 하느냐 마느냐는 우리에게 달려있다”고 말했다.

난제를 함께 풀어나갈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택시업계가 갈 길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갈등이 빚어질 수는 있으나, 주장을 관철하기 위해 목숨을 내놓는 극단적 선택이 다수의 동의를 얻어내기 어려운 상황이다. 기술의 힘을 어떻게 이용할지는 함께 고민해야 할 내용이지만, 분신자살이 현명한 선택이 아닌 것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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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원 2019-01-12 18:07:23
분신한 것에 대해선 안타까우나..카카오택시를 불러도 안 오거나 오다가 끊고, 또 심지어 왜 나보고 거기 서 있냐고 화내고... 길옆에 모여 있는 차들 타면 거부 당하고... 생각 한번 해보세요 일부 기사님들..

김유정 2019-01-12 18:03:17
의미없는 개죽움

송준원 2019-01-12 11:59:25
우리나라는 강권통치 입니다!!

Lwj64 2019-01-11 22:52:19
OECD선진 20개국 중 도쿄와 서울을 제외한 인구 600~850만의 18개국수도 및 대도시의 허가된 택시댓수는 15000~20000대, 도쿄 1300만에 55000대, 서울 1000만에 72000대로 택시댓수 지구 1위로 승차공유 사업 불가능. 30000대 이하여야 가능. 당신이 말한 베이징은 한국정부와 기자보다 똑똑해 인구 2200만에 택시
60000대만 허가하고 디디추싱 운영한다. 쫌 객관적 데이터를 비교하고 기사써라. 카카오 카풀은 말만 카풀이지 우버다. 도쿄도 최근 카풀 시행했지만 중개업자는 콜비처럼 매칭수수료만 받고 당사자간 요금에 대한 국토교통성 지침은 기름값과 통행료만 주기이다. 프랑스 카풀도 1250원/10km이며 VTC라는 면허 있어야 한다. 무책임한 기사 쓰지 말고 공부해서 알고 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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