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첫 여성소방서장에 쏟아지는 ‘근거 없는’ 비난… 무조건 “현장경험 없어”
서울 첫 여성소방서장에 쏟아지는 ‘근거 없는’ 비난… 무조건 “현장경험 없어”
  • 김승일 기자
  • 승인 2019.01.10 17:24
  • 댓글 4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진출처= 연합뉴스]

[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지난 8일 서울 소방 47년 역사상 최초로 여성 소방서장에 임명된 이원주 서장에 대한 근거 없는 비난 여론이 일고 있다. “현장 경험도 없는 사람이 어떻게 서장 임무를 잘 수행해낼 것이냐”라는 비판이다. 그러나 정작 서울소방서장 중 유일한 여성인 이원주 서장이 현장경험을 갖추지 않았다는 것은 비판을 위한 비판에 불과하다.

9일 오전 10시 포털사이트 ‘다음’의 카페 인기글에는 대표적인 남성 중심 카페 중 하나인 ‘이종격투기’의 한 게시글이 올라왔다. 이원주 서장 임명에 대한 게시글이었다. 게시글 안에는 <동아일보>의 9일 기사(‘47년 금녀의 벽’ 깨고.. 서울 첫 女소방서장)와 함께 “그래도 현장 지휘하려면 현장경험이 중요할 거 같은데 감각으로 느껴온 경험이 필요하지 않은가...”라는 글이 적혀 있었다. 해당 게시글은 ‘엽기사진실’이라는 게시판에 게재됐다. 

정작 기사에는 이원주 서장이 현장 경험이 없다는 식의 직접적인 코멘터리는 한 줄도 없었다. 그러나 해당 게시글에 댓글을 단 카페 회원들도 대부분 이원주 서장의 현장경험 없음을 넘겨짚으며 비판했다. “범죄자 안 잡아본 경찰 서장과 다를 게 뭐냐” “기사 내용으로 봐서는 현장 경험이 거의 전무하다 시피 한데, 이런 분이 소방 서장이라뇨” “현장경험도 없이 서장이라...”는 식의 댓글이 대부분이며, “현 정부의 여성 할당제, 여성 대표성 확대 같은 기조에 맞춘 것”이라는 식으로 정부를 비판하는 댓글도 달렸다. 

그러나 이런 비난 여론은 실제 서울소방본부에서 일하는 소방관들의 공감은 다소 얻지 못하는 분위기다. 서울소방본부의 한 소방관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이원주 서장은 ) 2002년에 서울 성동소방서에서 여성 최초 지휘팀장을 하신 분이다”라며 “화재라든지, 재난이 발생하면 그분이 가장 먼저 출동해서 상황을 지휘하는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다른 소방관도 “지휘팀장이라 함은 재난 현장의 최일선 지휘관”이라며 “각 소방서로 재난 상황이 전달되면 상황실에서 출동대를 편성하고, 지휘차에 탑승해서 가장 먼저 현장으로 달려가는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소방관은 “아무래도 소방서에 여성 자체가 많지 않다 보니, 과거에는 그런 보직을 주로 남성들이 맡았다”며 “서울 본부에서 최초로 여성 야간 당직을 서는 등 보이지 않는 유리천장을 처음으로 깬 사람”이라고 평했다. 인터뷰에 응한 소방관들은 전부 남성. 

실제로 서울소방본부가 지난해 9월 서울시의회에 제출한 자료를 확인한 결과, 서울소방서장들의 평균 현장 출동 부서에서 근무한 경력(지난해 9월 기준 )은 평균 306.125개월. 이원주 서장은 276개월로, 23년이다. 서울소방본부 관계자는 10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이원주 서장님 같은 경우 9급인 소방사부터 시작하셔서 경력이 적은 편은 아니다”라며 “오히려 6급인 간부후보로 소방 경력을 시작한 서장님들이 더 현장경력이 적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남성 서장들은 당연히 현장 경력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게 사회적으로 고착된 성 편견”이라며 “사회가 여성에 대해 가지고 있는 편견 때문에 비난받지 않아도 될 여성이 피해 볼 수 있다”고 말한다. 

2016년에도 이와 비슷한 논란이 일어난 적이 있다. 한 SNS에 여성 소방관을 비하하는 글이 올라오고 네티즌들이 이에 동조하자, 현직 소방관이라고 밝힌 한 남성이 자신의 SNS에 “여자 소방관은 구급이나 행정직에 대부분 배치가 됩니다. 하지만 화재 관련 보직을 맡는 경우도 많습니다. 물론 전문교육을 다 수료하기 때문에 재난현장에서 누구보다 열심히 공무를 수행합니다. (중략 ) 사실에 기초해서 게시물 올리세요. 여혐(여성혐오)도 적당히 해야지”라는 글을 올려 이슈가 됐다.  
 
책 『쉽게 읽는 젠더 이야기』에서 조현준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는 여성으로서 권투를 배운다고 하니 사람들이 무조건 ‘다이어트’가 목적이라고 생각했던 것과, 정상체중인데도 코치에게 “회원님은 생각보다 체중이 빨리 안 빠지네요”라는 말을 들어야 했던 경험을 언급하며 성 편견에 대해 말했다. 우리 사회가 여성에게 어떤 편견을 가지고 있는지, 주의 깊게 성찰해봐야 할 시점이 아닐까.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41
댓글쓰기
비회원 글쓰기 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뭐야 2019-01-11 08:20:26
다음카페 이종격투기 수준 알만하네요 역시 커뮤하는 남자는 싹 다 걸러야 함

수제비 2019-01-11 06:17:49
이종은 일베와 맞먹는 사회악이다

임종 2019-01-11 11:12:39
여자한테 열폭한다 싶었는데 역시 이종 번식탈락한 남자들이군요

ㅇㅇ 2019-01-11 05:17:57
김승일 기자님 좋은 기사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려요!

ㅇㅇ 2019-01-11 02:36:53
이종새끼들 뒤져라 좀

  • 서울특별시 서초구 논현로31길 14 (서울미디어빌딩)
  • 대표전화 : 02-581-4396
  • 팩스 : 02-522-6725
  • 청소년보호책임자 : 권동혁
  • 법인명 : (주)에이원뉴스
  • 제호 : 독서신문
  • 등록번호 : 서울 아 00379
  • 등록일 : 2007-05-28
  • 발행일 : 1970-11-08
  • 발행인 : 방재홍
  • 편집인 : 방두철
  • ⌜열린보도원칙⌟ 당 매체는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 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 고충처리인 권동혁 070-4699-7165 kdh@readersnews.com
  • 독서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독서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readersnews.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