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제로페이’의 한계?... “시장 간섭하려면 제대로”
박원순 ‘제로페이’의 한계?... “시장 간섭하려면 제대로”
  • 서믿음 기자
  • 승인 2019.01.08 14:4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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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제로페이지 홈페이지]
[사진출처=제로페이지 홈페이지]

[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서울시가 야심 차게 내놓은 결제 서비스 ‘제로페이’(QR코드 간편결제서비스 )가 초기 흥행에 어려움을 겪는 모습이다. 소비자와 소상공인(자영업자) 모두 제로페이 이용에 따른 이득을 체감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제로페이는 카드 수수료를 기존보다 0.1%~1.4%포인트 낮게 책정해 소상공인의 수수료 부담을 낮춘다는 취지로 서울시 등 관(官)이 주축이 돼 선보인 QR코드 결제 서비스다. 소비자의 은행 계좌(신용카드사 배제 )에서 소상공인의 계좌로 바로 돈이 전달되도록 하면서 소상공인에게는 수수료 부담 절감을, 소비자에게는 40%의 소득공제 혜택을 제공해 경제 활성화에 일조하겠다는 의도를 담고 있다. 제로페이는 지난해 서울 시장 선거에서 박원순 후보 공약으로 처음 언급된 후 지난달 20일 ‘제로페이’란 이름으로 첫선을 보였다.

하지만 시작부터 순조롭지 못한 모습이다. 제로페이는 시작 전부터 대대적인 홍보(홍보비 29억원)를 벌였음에도 불구하고 하루 평균 결제가 93건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행 첫날(지난달 20일 )부터 지난 4일까지 결제된 건수는 총 1,607건(은행 집계 )으로 제로페이를 통해 소상공인이 절감한 총 수수료는 116만원 정도에 그쳤다. 비록 시범운영(3월 정식운영 ) 기간이긴 하지만 시장 호응도가 저조한 데다, 이용자의 평가마저 부정적인 경우가 많아 어느 쪽에서도 환영받지 않는 상황이다.

이용률 저하의 원인으로는 제로페이가 소상공인과 소비자 모두에게 절실하거나 매력적이지 않다는 점이 꼽힌다. 이미 시중에 제로페이와 비슷한 서비스가(카카오 페이, 네이버 페이 등 ) 존재하며, 이용 편의성 면에서 민간 서비스보다 경쟁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현재 제로페이의 서울 지역 가맹점은 4만개로, 전국 가맹점 20만개에 달하는 카카오페이와 비교가 어려운 수준이며 카카오페이 역시 대형 유통사(수수료율 평균 2.2% )를 제외한 소상공인에게는 수수료를 면제하고 있어 소상공인 입장에서는 제로페이가 그다지 절실하지 않은 상황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0.3%의 캐시백(환급)과 10~20%에 달하는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카카오페이가 더 환영받고 있다. 또 제로페이가 40% 소득공제를 장점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체크카드나 현금(공제율 30% ) 사용과 큰 차이가 없고, 직원 5인 미만의 소상공인 가맹점에서만 공제가 가능해 아쉬운 점으로 지목된다.

사실 제로페이는 사업 계획단계에서부터 부적절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민간 기업이 경쟁하는 시장에 관(官)이 개입하는 것은 자유시장 경제 체제에 위배된다는 이유에서였다. 책 『규제의 역설』에서 김영평 교수가 “특정 거래조건에 대한 (정부 ) 규제는 규제되지 않는 혹은 규제하기 힘든 다른 거래조건에 영향을 미침으로써 거래 당사자 모두에게 손해를 가져다 줄 수 있다”며 “‘보이지 않는 손’의 작용에 의한 경쟁이 (사회적 ) 조화를 만들어내고 있다는 점에서 정부가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잘 가려야 한다”고 지적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또 사업을 지속해서 끌고 가기 위해서는 시장의 요구를 민감하게 파악해야 하는데, 민간기업의 전문성과 소비자 요구에 시의 적절하게 대처하는 민첩성 등을 공무원이 만들어 낸 이른바 ‘관제페이’(제로페이 )가 따라가기 어렵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민간 기업에서 사업을 진행할 때는 투자 대비 산출 가치를 철저히 고려해 진행한다. 공익사업을 추진하면서 민간의 사업타당성을 적용하는 것은 부적절할 수 있으나, 세금으로 진행하는 사업인 만큼 공익창출 결과물에 대한 분명한 가치판단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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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브로 2019-01-09 13:59:17
"세금으로 진행하는 사업인 만큼 공익창출 결과물에 대한 분명한 가치판단이 필요해 보인다."

뼈 있는 한마디네요. 공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