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 명문장] 양쪽 팔 없는 소녀의 생존기… "무의미한 존재는 없어"
[책 속 명문장] 양쪽 팔 없는 소녀의 생존기… "무의미한 존재는 없어"
  • 서믿음 기자
  • 승인 2019.01.04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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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자라면서 나는 팔 있는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다 할 수 있었다. 시리얼 먹기, 양치하고 머리 빗기, 옷 입기, 심지어 똥을 누고 닦는 일까지 말이다. (중략) 물론 내가 이런 일들을 하려면 시간이 좀 걸린다. 어떤 일은 훨씬 더 오래 걸리고. 가끔은 갈고리나 끈 같은 특별한 도구를 써야 할 때도 있다. 때로는 잔뜩 열이 받아 고래고래 소리 지르며 속이 삐져나올 정도로 베개를 마구 차고 싶을 때도 있다. 바지 단추를 채우는 데 20분이나 걸렸으니까, 뭐. 그래도 나는 바지 단추를 채울 수 있다.<7쪽>

아빠가 그러는데 사와로 선인장은 200년도 넘게 산다고 했다. 나는 딱딱한 흙바닥에 앉아 이 사와로 선인장이 살면서 겪은 일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60년 전 스테이지 코치 패스가 지어질 때 여기에 있었고, 100년 전 애리조나가 주로 될 때도 여기에 있었다. 미국 남북 전쟁이 한창 격렬할 때도, 마침내 여성이 투표할 권리를 획득했을 때도, 마틴 루서 킹 목사가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라는 연설을 할 때도 여기에 있었다. 이 선인장의 일생 동안 수십억 명의 사람들이 태어나고 죽었다. 당연한 소리지만, 내가 태어난 날에도 여기에 서 있었고 아마 내가 죽는 날에도 그럴 것이다. <55~56쪽>

무섭도록 동정하는 시선도 있어요. ‘어머나, 팔 없는 불쌍한 것’이라는 시선이지요. 이런 사람들은 나를 쳐다보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나와 눈이 마주치면 안됐다는 듯 슬프게 웃어 보인답니다. 그런 시선은 굶주리고, 집도 없이 떠돌아다니는 고아한테나 쓰시지요. 팔이 없다고 그렇게 나쁘기만 한 건 아니니까요.<73쪽>

나를 처음 보는 사람들 대부분 나를 안됐다고 여길 거예요. 팔 없이 사는 게 얼마나 끔찍할지를 처음으로 생각해 보겠죠. 그런 사람들은 내가 아무것도 못 하고 커다란 포대기에 싸여 엄마 등에 업힌 채 이동하고 불쌍한 우리 부모님이 내 이를 닦아주고, 튜브로 먹이고, 기저귀를 갈아 주는 등의 모습들을 떠올리겠죠. 그럼에도 많은 사람이 미처 깨닫지 못하는 게 있는데 그건 바로 팔이 없어서 엄청나게 끝내주는 일도 많다는 점이랍니다. 정말이에요. 여기에 스무 가지 정도는 바로 꼽을 수 있어요. <146쪽> 


『선인장의 기나긴 일생에서 아주 잠깐 스쳐지나가는』
더스티 볼링 지음 | 홍지연 옮김 | 봄볕 펴냄|320쪽|1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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