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 아버지’ 전두환에게서 비치는 ‘전설의 마피아’ 알 카포네
‘민주주의 아버지’ 전두환에게서 비치는 ‘전설의 마피아’ 알 카포네
  • 서믿음 기자
  • 승인 2019.01.03 17: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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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연합뉴스]
[사진출처=연합뉴스]

[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대한민국) 민주주의 아버지가 누구인가. 저는 우리 남편(전두환 전 대통령)이라고 생각한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부인 이순자 여사가 지난 1일 극우 성향으로 분류되는 <뉴스타운>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히면서 후폭풍이 거세게 일고 있다. “부인이 남편을 평가한 것”이라고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의견도 있지만, 과잉진압을 지시해 수많은 사상자를 낳아 무기징역까지 선고받은 이를 ‘민주주의 아버지’로 치켜세우는 행태는 문제가 있다는 비판이 힘을 얻고 있다.

이 여사의 발언에 각 정당은 일제히 논평을 내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더불어민주당은 “경거망동 말라, 국민이 피와 땀, 그리고 눈물로 일궈낸 ‘민주주의’라는 네 글자마저 농락하지 말라”고 비판했고, 정의당은 “자기 최면도 이만하면 병”이라며 “전 씨는 광주를 생지옥으로 만든 학살자다. 그 죄가 인정돼 1997년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며 “지금 그의 운신이 자유로운 것은 그가 무죄여서가 아니다. 운 좋게 사면받았을 뿐”이라고 꼬집었다. 바른미래당 역시 “국민을 상대로 온갖 만행을 자행한 지 30여 년이 지났지만, 일말의 반성도 없이 변함없는 뻔뻔함은 따를 자가 없음이 분명하다. 참회와 속죄로 성실히 재판에 임하라”고 촉구했다.

전 前 대통령은 1979년 12·12 군사반란(박정희 전 대통령 서거 후 당시 전두환 보안사령관을 필두로 벌어진 군사 쿠데타 ) 등에 반대해 대규모 규탄 집회(5·18 민주화 운동)가 벌어진 광주에 군대를 투입해 유혈 진압한 혐의를 받는다. 광주시에 따르면 당시 진압으로 사망자 363명, 행방불명 448명, 부상자 5,928명이 발생했다. 해당 혐의로 전 前 대통령은 1997년 무기징역과 추징금 2,259억5,000만원을 확정받았지만, 2년 만에 특별 사면됐고, 이후 2,000억원이 넘는 추징금을 미납한 상황에서 외교관 여권으로 수차례 해외여행을 가고 골프장에서 호화 파티를 벌였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지금까지 극심한 비난 여론과 마주하고 있다.

사실 이 여사의 이 같은 발언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 여사는 2017년 출간한 회고록 『당신은 외롭지 않다』에서 “광주 사태로 희생된 영가들이 원한을 품고 구천을 헤맨다”는 한 스님의 말에 “저희 때문에 희생된 분들은 아니다. 사실 우리 내외도 5·18 사태의 억울한 희생자”라고 답한 내용을 서술한 바 있다.

사법적 판단이 그리고 대다수 국민이 5·18 민주항쟁의 피 값을 전 前 대통령에게 돌리고 있지만, 정작 당사자 부부는 ‘억울하다’는 태도를 보이는 이유가 뭘까? 무거운 죗값을 의식적으로 거부하려는 몸부림일까? 아니면 실제로 죄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비슷한 사례로는 전설적인 마피아 두목 알 카포네를 꼽을 수 있다. 그는 총잡이 1,000여명을 거느린 마피아 두목으로 살면서 평생 밀주를 만들어 팔고, 도박, 매춘을 일삼고 300명 이상을 살해하는 등 악행을 일삼았다. 특히 경쟁 갱단 조직원 7명을 기관총으로 난사한 ‘밸런타인데이의 학살’(1929)은 지금까지도 끔찍한 사건으로 전해진다. 이런 악행의 장본인인 그는 말년에 자신의 삶을 어떻게 회상했을까? 데일 카네기의 책 『인간관계론』에 따르면 그는 인생 말미에 “내 생애의 황금기를 바쳐 사람들을 도와주고 서로 잘 지내기 위해 노력했는데, 남은 것은 겨우 온 세상의 비난과 범죄자란 낙인뿐이란 말인가”라며 자신을 선한 자선가로 여기는 모습을 보였다. 악인의 이미지를 희석하기 위해 무료 급식소 등을 운영했던 행보를 마치 인생 전체의 발자취로 여겼던 것이다. 객관적 시각이 결여된 상태에서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던 그는 결국 성병(매독)의 합병증으로 폐렴과 뇌출혈이 발병해 쓸쓸하게 숨을 거뒀다.

전 前 대통령이 군 통수권을 가진 상황에서 벌어진 5·18 광주 민주화 운동으로 지금까지 확인된 사망자만 363명, 사망으로 간주되는 행방불명이 448명이다. 수천여 명의 부상자를 포함해 백만여 명의 광주시민에게 씻을 수 없는 상흔을 남긴 장본인에게 붙여진 ‘민주화의 아버지’란 수식은 자신을 선한 자선가로 여겼던 마피아 두목 알 카포네의 인식과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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