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인북] 부모가 사는 마을 vs 자식이 사는 뉴타운 
[포토인북] 부모가 사는 마을 vs 자식이 사는 뉴타운 
  • 서믿음 기자
  • 승인 2019.01.03 16: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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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현의 『마을사람과 뉴타운키즈』

[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과거와 비교하면 오늘날 아이들이 즐기는 놀 거리의 수준은 몰라보게 높아졌다. 아파트 동마다 자리한 놀이터에는 멋들어진 놀이기구들이 있고 주변에는 분수대가 물을 흘려 인공 개울을 만든다. 이런 모습을 두고 저자는 "자연적이기는 하나 자연은 아니다"라며 "요즘 아이들이 크면 자연적인 것을 자연이라고 오해하고 그걸 당연하게 여길지도 모르겠다"고 우려한다. 같은 맥락에서 저자는 과거 마을 단위로 살았던 선조의 삶과 도시 속 뉴타운을 형성하고 살아가는 오늘날의 모습을 비교하며 생각해볼 문제들을 제시한다. 

[사진제공=도서출판 발언미디어]
[사진제공=도서출판 발언미디어]

일본과 한국의 집에는 동일하게 마룻바닥이 존재하는데, 약간의 차이를 지닌다. 저자는 "한국 마룻바닥과 비교하자면 (일본의 것은) 바닥이 좀 더 쉽게 꿀렁거리고 소리도 더 잘 난다"고 말한다. 나무판의 강성을 더하거나 밑에 지지대를 받치면 해결될 문제이지만, 일본 전통 가옥에서는 '고의성'이 엿보인다. 불편을 감수하면서 삐걱대는 마룻바닥을 사용했던 배경에는 암살에 대한 두려움이 자리한다. 일본의 전통 주택인 서원조 주택은 원래 무사 계급의 주택으로 암살을 목적으로 접근하는 닌자의 접근을 방비하기 위한 장치였던 것이다. 

[사진제공=도서출판 발언미디어]
[사진제공=도서출판 발언미디어]

뉴타운 아파트와 마을 집을 비교할 때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문패다. 마을에는 집주인의 이름이 적힌 문패를 걸어 거주하는 사람의 신분을 분명하게 밝혔다. 문패는 자랑스러운 것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아파트에는 문패 대신 호수가 적혀있다. 집주인이 누구인지는 베일에 감춰져 있다. 마을 사람이라면 호수로 불린다는 게 못마땅할 테지만, 요즘 사람들은 이름보다 1203호로 불리는 게 더 편하다. 익명성 속에 숨어 지내는 것이 선호되는 세상이다. 

[사진제공=도서출판 발언미디어]
[사진제공=도서출판 발언미디어]

주거 환경이 변화하면서 물건을 사고파는 장터의 모습도 달라졌다. 과거 5일마다 열렸던 오일장터가 일반적이었다면 최근에는 대형마트가 사람들의 선택을 받고 있다. 날씨의 영향을 받지 않는 실내에서 적은 시간 제약으로 이용할 수 있는 대형마트가 전반적으로 오일장터보다 좋아 보이지만, 공간구조에서만큼은 오일장터가 한 수 위다. 오일장터는 매번 장이 열릴 때마다 조금씩 다른 모습으로 재등장한다. 원하는 상품을 찾기 위해서는 부득이하게 시장 전체를 돌아야 하지만, 그 과정에서 새로운 물건을 발견하는 기대감을 느낄 수 있다. 물론 최근 대형마트도 이런 이유로 진열대 배치와 상품 위치를 바꾸기도 하지만, 오일장터가 선사하는 기대감을 제공하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 

[사진제공=도서출판 발언미디어]
[사진제공=도서출판 발언미디어]

선조들은 같은 성씨가 모여 집성촌을 이루고 살아가는 경우가 많았다. 집성촌은 물리적 경계는 물론 심리적 경계가 더해져 거주하는 사람에게 탄탄한 울타리로 작용했다. 집성촌에는 위계와 서열이 반영되기 마련인데, 보통 친족 중 서열이 높은 가구가 집성촌에서 가장 높고 접근성이 좋아 다른 가구를 내려다볼 수 있는 곳에 자리했다. 과거 집성촌이 있었다면 오늘날에는 부자촌이 있다. 부자촌은 땅값이 비싸고 좋은 시설을 갖춘 거주 단지를 지칭하는데, 집성촌에 같은 성씨가 모여 살았다면 부자촌에는 돈이 많은 사람이 모여 산다. 다만 부자촌은 영역 내에서 서열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집성촌과 차별성을 지닌다. 

 

『마을사람과 뉴타운키즈』 
이상현 지음 | 발언 펴냄|312쪽|1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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