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전제 조건은, '도망쳐라'
행복의 전제 조건은, '도망쳐라'
  • 서믿음 기자
  • 승인 2018.12.29 08: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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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2019년이 2018년의 반복이라면 이제 그만하고 싶다.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다” 직장인 김모(35) 씨는 새해 계획을 다이어리에 적다 말고 이같이 푸념했다. 더 뛰어난 직원, 더 좋은 사람, 더 듬직한 아빠가 되겠다는 새해 포부를 다지던 중 ‘새해에도 2018년처럼 혹은 그보다 더 힘들게 살아야 하나’라는 생각이 두려움으로 엄습했기 때문이다. 김 씨는 “고생 끝에 낙이 온다는 생각으로 참아내면서 살아왔지만, 전전긍긍하며 살아왔던 그동안의 삶에 회의감이 느껴졌다”며 “할 수만 있다면 이런 상황에서 도망치고 싶다”고 토로했다.

주위를 둘러보면 김 씨와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많은 이들이 ‘이런 (직장 ) 생활 그만하고 싶지만, 인정받고 살려면 어쩔 수 없다’ ‘(힘겨운 ) 일상을 반복하고 싶지 않지만, 무책임하다는 소리가 두려워 또 하루를 버틴다’고 호소하며 ‘마음의 병’에 시름하고 있다. 도망치고 싶으나 도망칠 수 없는 현실 속에서 어떻게 해야 마음의 병을 치유할 수 있을까?

이시하라 가즈코 올이즈원 심리상담 연구소 대표는 책 『도망치고 싶을 때 읽는 책』에서 “도망치고 싶다는 자신의 마음과 정면으로 마주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는 “우리는 상황이 힘들 때일수록 자신의 감정과 대면하지 않고 외부 요인이나 다른 사람의 말에서 원인을 찾으려고 엉뚱한 곳을 응시하게 된다”며 “나를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은 다른 누구도 아닌 바로 나 자신”이라고 충고한다.

그러면서 이시하라 대표는 “타자중심형 인간이 아닌 자기중심형 인간이 되라”고 조언한다. 다른 사람의 삶과 생각에 관심을 두고, 그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살피면서 그것을 기준으로 행동하는 타자중심형 인간이 아닌 의식의 눈이 오롯이 자신을 향한 상태에서 자신의 감정과 욕구를 해결하는 자기중심형 인간이 되라는 것이다. 또한 “자기중심이 돼 자신의 마음과 마주하는 습관이 들면 내 삶의 흐름을 누구보다 잘 알게 될 뿐만 아니라 내가 직면한 상황이 정말로 도망칠 일인지 아닌지를 판단하기가 쉬워진다”고 말한다.

이어 그는 타자중심형 사람들에게 “일을 잘하는 사람은 혼자서 뭐든 잘해낼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고 충고한다. 그는 “진짜 일을 잘한다는 말을 듣는 사람은 겉으로 드러나는 문제점뿐만 아니라 그 밖의 여러 문제를 신중하게 파악한 뒤에 자기 힘으로는 도저히 할 수 없는 일을 가려내고 그에 따른 대책을 세운다”며 “자신이 일을 잘한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무엇이든 혼자 감당하려는 돈키호테 같은 사람과는 차이가 크다”고 말한다. 이어 “숨이 턱 막힐 것 같다면 ‘일 잘하는 나 자신’ 때문에 지금 무엇이든 혼자 떠안으려 하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보라”고 덧붙인다. 이어 “주변의 기대를 받으며 사는 것이 기대도 못 받고 살아가는 인생보다는 좋지만, ‘반드시 부응해야 한다’는 의무감이 삶을 압도하게 되면 이때부터 인생이라는 먼 길은 무거운 짐을 지고 가야 하는 중노동이 돼버린다”며 “타인의 기대와 생각에 좌우되는 수동적인 삶이 아니라 자기 의지와 신념을 일상의 중심에 놓고 살아가라. (때로는 타인의 기대에서 ) 도망쳐도 괜찮다”고 충고한다.

도망치는 것을 부정적으로 보는 인식에 대해서는 “타자중심으로 살아가는 사람일수록 나약한 모습을 보이면 주위 사람이 만만하게 본다고 생각해 애써 강한 척을 한다. (이럴 때는 ) 아무리 위장을 해도 마음속으로 번져오는 두려움을 감출 수 없다”며 “도망에 부정적 인식을 갖는 것은 승패의 관점에서만 그것을 바라보기 때문이다. (실제로 도망친다기보다는 ) 도망쳐도 된다는 안심감이 안전한 대책을 만드는 토대를 낳는다”고 말한다.

미국 작가 일레인 제임스 역시 “우리에겐 ‘저걸 해야 하는데’라고 느끼는 너무 많은 일이 있지만, 사실 우리는 그렇게 할 필요가 없다”며 “우리가 ‘아니, 안 돼’라고 말할 수 있는 지점에 도달한다면 인생을 단순하게 살기 위한 과정에 중요한 이정표를 세우는 것”이라고 말했다. 새해에는 지금보다 조금 단순하게, 2보 전진을 위해 1보 후퇴하며 살아봐도 괜찮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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