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는 대한민국] “지역서점, 봄이여 오라” 박대춘 한국서련 회장
[책 읽는 대한민국] “지역서점, 봄이여 오라” 박대춘 한국서련 회장
  • 김승일 기자
  • 승인 2019.01.04 14: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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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조병석 기자]

[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서점이란 뭘까. 단순히 생각하면 많은 종류의 책을 한꺼번에 한 자리에서 거리낌 없이 펼쳐볼 수 있는 곳. 그 책들에는 가장 고양된 인간의 지성이 담겨 있으니, ‘인간 지성의 향연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엄마 손을 잡은 아이부터 허리가 굽은 노인들까지, 그 누구나 제한 없이 펼쳐볼 수 있는 책처럼 서점은 열린 교육 공간이 되기도 한다. 이제 국민들은 잘 가지 않는 곳이지만, 그곳은 마치 자녀를 기다리는 어머니처럼 언제나 열려있다.

그러나 이런 서점들이 하나 둘 우리 곁을 떠나가기 시작한 것은 꽤 오래전. 도서정가제로 그 감소 속도가 느려진 편이지만, 특히 이미 대형서점들이 장악한 서울을 제외한 지역 곳곳의 중소서점들은 온라인·대형서점들에 밀려 그 자리를 잃고 있다. 성인 독서율이 199486.8%에서 201759.9%로 끊임없이 감소세인데다가 설상가상으로 지역서점이 대형·온라인서점과의 경쟁에서 유통구조상 절대적으로 불리하기 때문이다

박대춘 한국서련 회장의 역사는 늘 어려워 쓰러져 가지만 그 누구도 신경 쓰지 않는지역서점들과 함께했다. 전라북도 전주의 서점인으로 시작한 그는 당시 어려웠던 전주서점조합의 재건을 맡아달라는 부탁을 받고 전주서점조합장이 됐다. 이후 한국서점조합연합회 이사회의 멤버로 시작해 부회장, 수석부회장, 그리고 2011년에는 회장 자리에 앉았다. ‘한국서점조합연합회라는 이름이 거창해보일 수도 있지만, 당시에도 그렇고 지금도 어쨌든 대한민국 지역 서점의 어려운 현실이 모인 곳일 뿐이다. 회원들의 회비로는 운영이 아예 불가능하고, 오히려 한국서련에서 지역서점들을 지원해야 할 정도. 2011년 회장 취임 당시에는 직원 3명에 전 회장이 타던 자동차도 반납했을 정도로 어려워 박대춘 회장의 말에 따르면 거의 맨땅에 해딩, 맨발의 청춘으로 시작했다. 그리고 7년이 흐른 지금, 한국서련은 과거에 비하면 꽤 위상을 갖춘 단체로 성장했으며 조합원의 네트워크와 결속은 더 강해졌다.

취임 후 박 회장은 출판유통계 공멸의 위기를 늦추기 위해 노력했다. 현행 도서정가제 역시 그를 필두로 한 한국서련의 노력이 있었다. 지난해 도서 구입비 소득공제 혜택, 출판사의 지역서점 공급가 개선을 위한 전산망 선진화 시도, 서점 문화 진흥을 위한 한국작가회의와의 업무협약 체결 등도 노력의 결실이었다. 최근에는 차상위계층에게 책 구매를 지원하는 북토큰 사업과 독서문화진흥을 위한 도깨비 책방사업을 진행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역서점계는 아직 추운 겨울이다. 지방에 사는 사람들은 오프라인 서점에 대한 기억이 사라질 수도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대형서점이 대한민국 독서문화를 편협하게 할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박대춘(朴大春), 그의 이름대로 지역서점계에 큰 봄이 올 수 있을까. 새로 거처를 옮긴 서울시 구로구 한국서련에서 그를 만났다.

[사진= 조병석 기자]

-<독서신문> 책 읽는 대한민국 캠페인의 명사로 선정되셨다. 독자들에게 인사 한 말씀 부탁드린다.

1970년대부터 국내외 책과 출판 관련 소식을 전달해 온 <독서신문>책 읽는 대한민국 캠페인명사로 선정돼 더없이 기쁩니다. ‘책으로 세상을 비평하다라는 슬로건 아래, 한국 문화 전반의 다양한 이슈를 책을 토대로 분석하는 기사를 관심 있게 잘 보고 있습니다. 특히 서점 관련 사안에 대해 항상 관심 가져 주셔서 감사하게 생각하며, 앞으로도 지금처럼 서점에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서점계, 특히 지역서점계를 돕기 위해 수년간 일하셨다. 회장님께 서점이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3일 경남 창원의 지역서점 학문당을 찾아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향토서점은 단순히 책을 파는 곳이 아니라 옛날에는 사람들이 만나는, 약속을 해도 여유 있게 책을 보다가 만나는 문화예술의 사랑방이었다. 하다못해 연극을 해도 서점에 먼저 포스터가 붙고 문화예술인이 여기 모여 정보도 나누는 지역 문화예술의 거점 같은 곳인데 문우당 서점이 없어졌다. 마산, 창원은 이제 학문당 서점을 끝까지 지켜야 한다.” 이 말에 저는 동의합니다. 서점은 지역 문화의 산실이며 골목골목의 문화 사랑방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지역서점이 없어지면 지역민이 문화생활을 누릴 수 있는 거점이 하나 사라지는 것입니다. 지역서점은 반드시 살아남아야 할 이유가 있습니다.

-지역서점들이 계속 문을 닫고 있다. ‘서점이 곧 멸종한다라는 말도 나오는데, 서점계를 위해 오랫동안 종사해온 장으로서 실제로 상황이 어떤지 들려준다면

지역에 입지한 동네 서점은 학령인구 및 도서구입비의 감소로 매장 수가 지속적으로 줄고 있습니다. 또한 새로운 커뮤니티 접점으로 주목받는 트렌드서점(특성화서점)은 취향과 개성이 반영된 공간 연출과 개성 있는 큐레이션이 장점이지만, 극심한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앞으로 5년 뒤 살아남을 서점의 수가 몇 개나 될지 아득합니다. 즉 오프라인 서점의 지속 가능성이 서점계 공통의 화두이자 절체절명의 과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 인터뷰에서 서점인들이 문화의 산파 역할을 하면서 예우받지 못했다라고 하셨는데, 서점의 잠재력과 가능성에 대해 국민들은 납득이 잘 안 되는 것 같다. 서점의 가능성과 잠재력에 대해 말해준다면

먼저 서점이 살아야 책과 독서 생태계, 출판과 문화산업이 살 수 있고, 시민의 책과 함께 하는 일상도 확산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아직 서점에 희망이 있다고 믿습니다. 그 희망은 서점인 스스로 만들어 나가야 하는 것이기에 우리 연합회가 앞장서서 지역과 독자 맞춤형 서점 서비스를 적극 강화하려 합니다. 더불어 서점인의 노력을 뒷받침하는 정부와 지자체, 범 출판계의 조력도 필수적입니다. 서점은 서점인만의 것이 아니라 출판 산업의 토대이자, 현 정부가 강조하는 생활형 SOC(사회간접자본)’로서 도서관과 더불어 국민 생활에서 불가결한 책과 독자가 만나는 공간이기 때문입니다.

[사진= 조병석 기자]

-‘완전도서정가제가 한국서점조합연합회의 입장이다. “책이 비싸다라는 소비자들을 설득해주신다면

완전도서정가제의 취지로 소비자들을 설득할 수 있다고 생각됩니다. 이는 건전한 도서 유통 질서 확립을 위해 온·오프라인 서점 간, 또는 대형서점과 동네서점 간의 공정한 경쟁이 전제돼야 하고, 책값 또한 소비자의 입장에서 거품이 없는 착한 가격으로 책정돼야 한다는 것입니다. 도서정가제 개정 전에는 대형서점과 온라인 서점의 가격경쟁으로 인해 문을 닫는 동네서점들이 많았습니다. 특히, 출판사들은 책에 가격을 매길 때부터 할인을 염두에 두고 정가를 높게 책정한다는 지적도 받았습니다.

다시 말해, 완전도서정가제를 시행하지 않는다면, 당장은 책값이 지금보다 훨씬 낮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대형서점과 온라인서점의 가격경쟁으로 인해 지역서점은 그 자취를 감출 것이며, 결국 소비자들은 대형서점이나 온라인서점을 통해서만 책을 구매할 수밖에 없습니다. 결론적으로 소비자들은 거품 가격이 낀 도서를 구매하게 되는 불편한 상황을 마주하게 될 것입니다.

-‘완전도서정가제는 지역서점계와 대형서점계, 출판계가 적잖은 갈등이 있다. 의견 통일이 안 되는 것이 아쉬운데

현 도서정가제는 할인이란 허울로 독자를 기만해온 거품가격 도서정가제입니다. 전국 어디서나 동일한 책이면 동일한 가격을 보장하는 일물일가(一物一價) 도서정가제를 도입해야 합니다. 현행 도서정가제 조항은 인터넷서점에서는 15% 직간접 할인을 하도록 하고, 동네서점은 퇴출될 수밖에 없도록 구조화돼 있습니다. 따라서 지역서점의 입장에서는 일물일가 도서정가제를 주장할 수밖에 없습니다. 완전한 도서정가제가 이루어졌던 1980년대에 독자와 서점이 모두 만족했던 역사적 경험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됩니다.

-도서정가제 외에도 최근 도서 구입비 소득공제 혜택, 서점 물류전산망 선진화 시도, 한국작가회의와 업무협약 체결 등 서점을 위해 이룬 것이 적지 않다. 남은 임기 동안 더 노력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지방자치단체의 독서 및 서점 지원책이 더욱 확대되도록 발로 뛸 예정입니다. 지역서점 활성화 조례 제정 확산, 도서관과 연계한 희망 도서 바로 구입·대출 서비스와 지역서점 인증제, 경기도에서 시행 중인 서점 리모델링 지원과 지역서점 상품권 등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서점이 지역의 생활문화공간으로 자리매김하려면 지자체의 서점 활동 운영 지원, 문화 프로그램과 관련된 봉사 점수 인정 등 지역서점이 주민과 더욱 밀접한 공간이 되도록 많은 관심이 필요합니다.

적정 도서 공급률 확립을 위한 목소리도 낮추지 않겠습니다. 201411월 도서정가제 강화 시행 이후에도 도서의 정가 대비 출판사 공급률(서점의 입고율)은 변동이 없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일부 출판사에서는 출판 경기 악화를 이유로 공급률을 인상해 지역서점 마진율을 줄이려는 시도가 번번이 있었습니다. 도서 공급률의 현실화(현행 대비 5% 이상의 공급률 인하)가 이루어져야 서점의 생존 여력이 높아질 것이며, 이는 출판시장의 확대를 위한 기반이 되어 출판 산업 전체의 이익으로 되돌아갈 것입니다.

-한국서련은 <독서신문>과 마찬가지로 국민독서문화진흥에 힘쓰고 있다. <독서신문> 독자들을 위해 좋은 책 몇 권만 소개한다면

2018 ‘서점인이 뽑은 올해의 책’ 4권을 추천합니다. 해리(공지영, 해냄 ), 꽃섬 고양이(김중미, 창비 ), 유튜브의 (대도서관, 비즈니스북스 ), 그리고 아픔이 길이 되려면(김승섭, 동아시아 ) 입니다. 책으로서의 가치와 독서의 열기를 진작시킬 수 있는 국내 저자의 책으로만 선정했습니다. 이번에 선정된 책 모두 기존의 베스트셀러를 기반으로 선정한 것이 아니라 서점인들이 직접 뽑은 책이기에, 서점의 현장감과 대중성이 모두 반영된 책들이라고 말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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