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벨벳·블랙핑크·트와이스, ‘추위’와의 싸움이 ‘자발적 선택’이길…
레드벨벳·블랙핑크·트와이스, ‘추위’와의 싸움이 ‘자발적 선택’이길…
  • 김승일 기자
  • 승인 2018.12.27 12:56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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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5일 SBS 가요대전에서 걸그룹 '레드벨벳' 멤버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출처= 연합뉴스]

[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걸그룹들 너무 추워 보인다.” 지난 25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진행된 ‘SBS 가요대전’을 보고 사람들 입에서는 비슷한 말이 튀어나왔다. 이는 꽤나 자연스러운 일로, 매년 연말이면 강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걸그룹들은 한여름이라도 되는지 수영복과 다를 바 없는 의상을 입고 무대를 만든다. 이 모습을 “시청자들에게 좋은 모습을 보여주려는 걸그룹들의 열정”이라고 엄지를 치켜세우는 사람도 있지만, “걸그룹들의 건강이 걱정된다”는 사람도 많다. 그리고 올해는 “성차별적”이라고 보는 이도 늘었다.

오후 5시 30분부터 8시 30분 정도까지 진행된 행사 당일 오후 7시 기준 고척스카이돔의 기온은 3도였고, 체감온도는 0.2도였다. 트위터에는 “고척 너무 추워서 사진을 제대로 못 찍겠어요”라는 식의 트윗이 실시간으로 올라왔다. 관객들은 대부분 패딩이나 두꺼운 옷을 입고 공연을 관람했다. 그러나 걸그룹들은 한 팀도 빼놓지 않고 맨살을 드러내는 얇은 옷을 입고 나왔다. 조금 덜 얇은 옷을 입고 나온 가수는 저음으로 남성적인 랩을 하는 걸그룹 '마마무'의 문별 정도였다. 

이는 남성 가수들과는 사뭇 달랐다. 대부분의 남성 가수들은 털모자를 쓰고 가죽바지에 재킷, 두꺼운 양복, 털옷을 입고 일부는 장갑을 끼고 공연했다. 같은 소속사에서도 남성과 여성 가수의 의상은 차이가 있었는데, JYP엔터테인먼트(최대주주 박진영)의 보이그룹 ‘GOT7’의 멤버들은 따뜻해 보이는 검정양복을 입고 춤을 춘 반면, 걸그룹 ‘트와이스’는 얇은 재질의 셔츠와 드레스에 허벅지가 다 드러난 짧은 치마와 짧은 바지를 입고 노래를 불렀다. YG엔터테인먼트(최대주주 양현석)의 보이그룹 ‘위너’의 송민호 등 일부 멤버는 털옷을 입고 공연했지만, 멤버 제니를 포함한 걸그룹 ‘블랙핑크’의 옷은 중요한 부분만 겨우 가렸다. 추위 탓인지 남성 가수들에 비해 여성 가수들의 얼굴은 안면홍조가 일어나 빨갰다. 화장 탓이 아님은 누구나 알 수 있었다.

아이돌 그룹은 소위 ‘프로의식’이라는 게 있어서 무대 위에서나 무대 밖에서 보통 사람보다 더한 고통을 견뎌내는 게 미덕으로 여겨진다. 예를 들어 지난해 걸그룹 다이아의 멤버 은진은 공연 중 속옷이 내려가는 돌발상황에서 침착한 공연 마무리로 호평을 받았으며, 지난 15일 FNC엔터테인먼트(대표이사 안석준·한승훈)의 걸그룹 ‘AOA’의 설현은 과호흡으로 쓰러지기 직전까지도 ‘무대 미소’를 잃지 않아 칭찬받았다. 걸그룹 세계에서는 추위에도 불구하고 이런 옷차림을 하는 것이 ‘프로의식’으로 여겨지고 있다. 언론에서도 “극한 추위를 이긴 열정의 무대”라는 식으로 보도한다.  

그러나 매년 이맘때쯤이면 시청자들은 걸그룹들의 건강을 걱정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추위는 건강에 매우 나쁜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추위의 영향을 받는 질병을 ‘한랭질환’이라고 하는데, 대표적인 것이 체감온도가 1도 떨어지면 8% 증가하는 ‘저체온증’이다. 이외에도 한랭두드러기, 두통이 생길 수 있다. 질병관리본부가 지난 11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겨울 건강관리를 위해서는 실외에서 따뜻한 옷을 입어야 하며, 심한 운동은 삼가야 한다.

올해는 특히 걸그룹의 건강만을 걱정하는 분위기가 아니다. 일각에서는 여성들이 헐벗은 이유를 여성 가수들의 ‘자발적 선택’이 아닌 ‘사회적 강요’라고 인식했다. 한 시민은 “일부 여성 가수는 옷을 껴입고, 일부만 헐벗었다면 출연진들의 의상 선택이 자유였다고 생각되겠지만, 한겨울에 한두 명을 제외한 여성 가수 대부분이 추위에 떨며 여름 의상을 입었다면 이는 사회적 강요”라고 말했다. 지난 4월 MBC 임현주 앵커가 여성 방송인으로서 안경을 쓰고 방송하는 행위가 사회적으로 “성의부족, 혹은 민낯용”이라고 여겨진 ‘사건’이 떠오른다는 시민도 있었다. “우리가 별거 아니라며 애써 무시하는 사건들도 성차별을 은폐하는 데 분명히 일조한다. 인식하지 못하는 문제에 관해서는 토론도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라는 영국의 페미니스트 작가 로라 베이츠의 책 『일상 속의 성차별』의 문장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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