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죽어나가는 기업” 포스코… 비정규직·하청업체 ‘죽음의 외주화’
“사람 죽어나가는 기업” 포스코… 비정규직·하청업체 ‘죽음의 외주화’
  • 김승일 기자
  • 승인 2018.12.24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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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이달 태안화력발전소에서 하청업체 비정규직으로 일하다 사망한 고() 김용균 씨, 2016년 구의역에서 하청업체 직원으로서 스크린도어를 고치다 사망한 김 모 씨만의 문제가 아닌듯하다. 근로복지공단에 재직 중인 양정호는 책 하청사회-지속가능한 갑질의 조건에서 양극화가 심화된 이 하청사회는 극소수의 갑만 더 많은 이익을 챙기고 대다수의 을은 더 많은 희생을 당하게끔 정교하게 설계돼 있다모든 이익을 독식하는 갑이 마땅히 져야 할 책임과 의무가 대폭 줄어드는 반면 을이 져야 할 위험과 손해는 날로 늘어난다라고 말했다.

비정규직과 하청업체 문제가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현실. 99%의 중소기업이 1%인 대기업의 하청을 받는 하청사회’, 그 위험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있다. 현재진행형으로 사망·상해 기업이라는 오명을 쓰고 있는 포스코(회장 최정우 ).

포스코는 지난 5월 재해예방을 위해 3년간 11,05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안전을 보강하기 위해 안전전략사무국을 신설했고 안전담당 부서 편제를 제철소장 직속으로 격상하겠다고 밝혔으며 실제로 시행했다. 또한 안전 담당 인력을 채용하고 중대 재해 위험이 있는 설비 위주로 개선에 나가겠다고 밝혔으며 외주협력사의 재해사고 예방을 위해 연 22억원을 들여 조직·인력 확충 등에 나설 계획이 있다고 했다.

포스코의 장들도 안전을 위해 애쓰겠다고 했다. 지난 3월 포스코건설 사장 취임식에서 이영훈 사장은 산업 현장의 최상위 가치는 안전이며 1%의 실수는 100%의 실패라는 사실을 잊지 말고 임직원 모두 안전경영을 실천해야 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2월 취임사에서 포스코 광양제철소 김학동 소장은 안전마인드를 재무장하고 안전활동을 체질화해 무재해 일터를 함께 만들어나가자라고 말한 바 있으며, 올해 1월 포스코 포항제철소 오형수 소장은 취임사에서 안전예방 활동을 강화해 위험 없는 제철소 구현을 경영 방침으로 꼽았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이 그저 말뿐이었다는 것이 드러났다. 사망·상해 기업이라는 포스코의 오명은 2018년을 마무리하는 이 시점, 어김없이 그 명맥을 이어갔다. 지난 12일 오후 340분경 포스코 포항제철소 화성부 1코크공장에서 A 씨는 손가락 4개가 절단되는 중상을 입었다. 지난 11일에는 같은 제철소 스테인리스 냉연공장에서 작업을 하던 B 씨가 기계에 머리와 어깨가 끼이는 협착사고를 당해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다. 같은 날 포스코 광양제철소에서는 외주업체 직원 C 씨가 연주기 주형(몰드) 수리 작업 중 고리에 얼굴 좌측 광대뼈를 맞아 광대뼈가 함몰당하는 사고가 났다.

올해 포스코 산재사고는 끊이지 않았다. 광양 제철소에서 지난 6월 비정규직 노동자 D 씨가 2제강공장 철강 반제품 라인 작업 도중 3t짜리 장비에 끼어 사망했다. 또한 포항제철소에서는 지난 1월 협력업체 노동자 4명이 질소가스에 질식해 숨졌다. 한편, 지난 7<한겨레>의 보도에 따르면 3월과 4월 협력업체에서 일하는 노동자 두 명이 손가락 4개가 절단되고 흙더미에 맞아 어깨에 중상을 입은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 홍보팀에 팩트체크를 위해 연락한 결과 저희가 이런 제철소 사건 사고는 따로 데이터로 집계를 하지 않아서 3월과 4월 사고는 확인되지 않는다라는 답변을 들었다.

포스코건설 또한 죽음의 외주화를 조성하고 있다. 포스코건설은 삼성물산, 현대건설, 대우건설, GS 건설 등 대한민국 10대 건설사 중에서도 재해로 사망한 사람 수가 독보적으로 많다. 포스코건설을 제외하고 올해 사망자 수가 가장 많은 곳의 사망자 수가 2(현대건설·대우건설·롯데건설 )인데 반해, 포스코건설에서는 상반기에만 8명이 죽었다. 이는 10대 건설사 전체 사망자 수의 42%에 달하는 수준이다. 일각에서는 원청에 좋은 평가를 받으려는 하청업체에서 산재사고를 숨기려 하니 드러나지 않은 사고는 더 많을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포스코에서 유독 사망과 상해가 많이 발생하는 이유는 뭘까. 일각에서는 노동자의 안전에 대해 무감각하고, 하청업체와 비정규직에 안전에 대한 비용조차 떠넘기려는 포스코의 행태를 지적한다. 지난 11일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일하다 숨진 김용균 씨와 2016년 서울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를 고치다가 숨진 김 모 군과 마찬가지로 하청업체와 비정규직에 위험을 외주화한 결과라는 것이다. ‘하청사회의 단적인 예다. 김용균 씨와 김모군은 모두 원칙대로 21조로 일했다면 죽음을 피할 수 있었으나, 원청은 하청의 위험은 고려하지 않았다. 마찬가지로 포스코의 하청업체와 비정규직들은 원청인 포스코에 아쉬운 소리를 못 하니 안전에 소홀해지고, 쉽게 위험으로 내몰린다는 것이다.

실제로 포스코에서 사망·상해가 일어난 곳에서는 대부분 비정규직과 하청업체, ‘위험의 외주화’ ‘죽음의 외주화라는 단어가 따라다닌다. 그 수치상으로도 포스코는 다른 기업에 비해 비정규직과 하청업체의 비율이 상당히 높은 편이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가 지난 8월 발표한 ‘20183월 기준 대기업집단 비정규직 규모-고용형태 공시제보고서에 따르면 공정거래위가 지정한 재계순위 10대 대기업집단 가운데 포스코는 비정규직 비율이 56%, GS(59.9%)와 롯데(57.2%)를 제외하면 가장 높다. 포스코 전체 근로자 67천여 명 중 정규직이 3만여 명인데 반해 비정규직이 37천여 명에 이른다. 또한 지난 1(20173월에서 20183월까지 ) 사이 비정규직 증가율은 13.8%로 국내 대기업 집단 가운데 1위였다. 13.8% 중 직접고용은 1.9%밖에 되지 않으며 나머지 11.9%는 하청업체를 통한 간접고용이다.

포스코의 계열사인 포스코건설의 경우 고용노동부가 지난 6월에서 7월 사이 포스코건설 본사와 소속 현장 24개소를 대상으로 특별감독을 시행한 결과 건설현장 안전관리자 315명 중 259명이 비정규직이었다. 정규직 비율은 시공액 기준 100대 건설사(37.2%)의 절반 수준(315명 중 56, 18%)이다. 포스코건설의 한 안전관리자는 비정규직 신분으로 비용에 관련된 사안을 본사에 제안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의 발표에서 포항·광양 제철소만 따로 떼어서 보면 전체 근로자 32,572명 가운데 비정규직이 15,616명이었다. 지난 19일 열린 포스코의 부당해고/산재 무대책 규탄 기자회견을 준비한 장석원 전국금속노동조합 기획부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요즘 이슈가 된 죽음의 외주화는 포스코 제철소에도 적용이 된다라며 최근 한 달 사이에만 포스코 제철소(포항·광양 제철소 )에서 산재사고가 5건이 발생했을 정도로 포스코는 다른 곳보다 안전적으로 취약하다. 비정규직과 정규직, ·하청 노동자 모두 위험에 처해있지만, 비율적으로 보면 하청과 비정규직이 특히 위험에 취약하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 지난주에 정규직 5명이 징계를 당하고 그 중 3명이 해고를 당했는데, 그 이유가 사측의 노조 와해를 적발했기 때문이라며 노동조합을 적대시해 탄압하고 노동자를 관리의 대상으로만 생각하는 포스코의 기업문화가 근본 문제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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