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속이는 대한적십자사?... 수상한 고지서에 국민은 ‘낭패’
국민 속이는 대한적십자사?... 수상한 고지서에 국민은 ‘낭패’
  • 서믿음 기자
  • 승인 2018.12.21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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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올해도 어김없이 적십자회비 납부 지로통지서가 발송되기 시작했다. 대한적십자는 매년 12월부터 1월까지를 ‘집중 모금기간’으로 정하고 개인 1만원, 개인사업자 3만원, 법인 5만원을 일괄 적용한 지로통지서를 각 가정과 기업체에 발송해 회비 납부를 독려하고 있다. 지로 통지서를 통해 불우이웃 성금 모금에 관한 현황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겠다는 좋은 의도지만, 지로용지가 일반 공과금 고지서(세대주 이름·주소·납부 금액 및 기간 명시 )와 유사한 형태를 띠면서 눈속임으로 선행을 강요한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결혼하면서 세대주가 된 김영식(가명·36) 씨는 올해 대한적십자회에서 보내 온 납부고지서를 난생 처음 받아보았다. 그간 부모님과 함께 살면서 공과금 납부에 관심 두지 않았고 적십자회비도 내본 적이 없기에 처음 접한 적십자회비 지로용지는 의무적으로 납부해야하는 공과금으로 여겨졌다. 뒤늦게 뒷면에 적힌 '적십자회비는 자율적으로 참여하는 국민성금'이란 문구를 발견하고 실제로 납부하지는 않았지만, 속았다는 불쾌한 느낌이 불연 듯 일어났다. 김 씨는 대한적십자회에 전화를 걸어 “내 개인정보를 어떻게 알았나? 앞으로 다시는 고지서를 보내지 말라”며 ‘영구 발송 제외’를 신청했다.

적십자사가 고지서 형태로 지로통지서를 발송하는 배경에는 ‘적십자사는 지방자치단체에 자료제공을 요청할 수 있으며 지방자치단체는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그 자료를 제공해야 한다’는 내용의 대한적십자사조직법 제8조가 자리한다. 이를 근거로 적십자사는 지로통지서 발송에 필요한 개인/사업자 정보 등을 정부기관으로부터 제공받아 지로통지서를 발송하고 있다.

이처럼 적법한 절차에 의한 발송이지만, 지로통지서가 의무적으로 납부해야하는 공과금으로 인식된다는 비판은 피할 수 없다. 또한 최근에는 지로통지서의 실효성 저하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매년 지로통지서를 통해 모금되는 후원금은 줄어들고 있지만, 지로통지서 제작에 소모되는 비용은 오히려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적십자사가 매년 공개하는 「사업실적 및 결산설명서」에 따르면 지난해 지로통지서를 통한 모금 총액은 총 472억2,484만원으로 2016년 507억638만원보다 6.87%(34억8,154만원 ) 줄어들었다. 2013년(517억4,557만원 )과 비교해서는 8.74%(45억2,072만원 ) 줄어들면서 지속적으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도 성금 모금 전망이 그리 낙관적이지 않다. 지난 6월 박경서 대한적십자사 회장이 고가 승용차와 고액의 업무추진비를 지급받은 사실로 인해 부정적 여론이 형성됐기 때문이다. 당시 박 회장은 의전 수준을 맞춘다며 기존 차량을 임대한 지 열 달 만에 1억원이 넘는 고급 승용차(제네시스 EQ900)로 차량을 교체했고, 지난해 9월부터는 활동비 명목으로 한 달에 720만원씩 수령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른바 ‘황제 의전’ 논란을 야기했다. 국민이 한푼 두푼 기부한 성금을 일 년에 1억원 가까이 사용 내역도 증명하지 않고 사용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대한적십자사의 투명하지 못한 예산 집행에 비판의 목소리가 크게 일었다. 당시 대한적십자사 측은 “규정에 위배되는 사항은 없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반면 지로통지서 제작 및 발송비용은 증가하는 추세다. 해당 비용은 2013년 27억9,678만원(고지대상 1,670만318명 )에서 2017년 31억6,454만원(고지대상 2,074만7,289명 )으로 증가했으며 2018년(8월 31일 기준 )에는 35억6,422만원(고지대상 2,070만5,784명 )으로 27%가량 늘어났다. 비용증가와 관련해 대한적십자사 관계자는 “고지건수 변화와 우편요금 인상에 따라 발송비용이 변하고 있으며, 특히 이·통장을 통한 배부 축소로 인한 우편 발송 수 증가가 발송비용 증가의 주된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공과금 고지서로 오해하기 쉬운 적십자회비 납부 고지서와 관련해서는 “지로 규격은 은행 창구 ATM기기, 편의점 등 다양한 방법으로 처리되기 때문에 금융결제원에서 엄격하게 관리하며, 임의로 디자인 등의 규격을 변경이 불과해 공과금으로 오인하는 경우가 있다”며 “지로는 모든 은행의 점포를 수납 또는 지급 창구로 활용할 수 있어 편리하며, 참여자가 누구인지 쉽게 확인할 수 있는 장점이 있어 정수기 대여료, 아파트 관리비, 인터넷 사용료 등 다양한 곳에서 활용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최근에는 ) 주기별로 정해진 금액을 후원하는 정기후원 제도를 도입하는 등 모금 경로 다각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전 세계 200여 개국에 달하는 국제적십자사 회원국 중 지로 모금 방식을 택하는 국가는 한국이 유일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일각에서는 “결국은 모금 금액 늘리기 위해 지로 용지를 국민을 기만하는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대통령이 대한적십자사의 명예총재, 국무총리가 명예부총재를 맡으면서 개인/기업 후원 외에 매년 230억원 가량의 국고보조금을 지급할 정도로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대한적십자사는 구호사업과 사회봉사사업 외에도 국내외 이산가족찾기, 남북적십자회담 등 각종 사회사업과 인도적 지원에 힘쓰고 있다. 다만 이런 긍정적인 역할에도 불구하고 국민적 반감을 일으키는 적십자회비 납부 고지서에 마땅한 개선책을 내놓지 않아 매년 이맘때마다 거센 비판 여론과 마주하고 있다.

1859년 솔페리노 전투에서 전쟁의 참혹성을 목격한 앙리 뒤앙은 책 『솔페리노의 회상』을 편찬하며 전장에서 적군과 아군을 가리지 않고 부상병을 보살펴 줄 독립적인 구호 단체 설립을 제안하면서 1963년 국제적십자위원회 설립을 이끌어냈다. 앙리 뒤앙이 전장에서 적군과 아군 부상병을 차별하지 않고 성심껏 돌보면서 많은 사람을 감동시켜 패러다임의 전환(적군 부상병도 인도적 관점에서 보호해야 한다는 공감대 형성 )을 이뤄냈듯, 매년 국민적 반감을 자아내는 적십자회비 지로 통지서에도 후원자를 감동시키는 패러다임의 전환 요소가 필요한 모습이다. “속아서 기부했다” “기부하고 기분 나쁘기는 처음이다”라는 비난을 면하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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