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사냥은 유튜브를 타고… ‘데블스TV’ 비난은 돈 된다?
마녀사냥은 유튜브를 타고… ‘데블스TV’ 비난은 돈 된다?
  • 김승일 기자
  • 승인 2018.12.13 17:12
  • 댓글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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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유튜브 화면 캡처]

[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마녀는 ‘영향력 있는 여성’에 대한 집단적 테러였다. 여성이 가진 권력이 확대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과 동시에 공동체 위기를 여성에게 떠넘길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여성 권력은 기독교적인 패러다임에 수렴되지 않는 이교적인 것이었다. (중략) 이와 같은 현상은 오늘날에도 심심치 않게 목격할 수 있다. 특히 한국에서는 입장과 이념이 다른 타인을 참지 못하는 경향이 강한데 이런 관점에서 우리는 마녀사냥에 대단히 취약한 사회에 살고 있는 셈이다.” 

문화비평가 이택광 경희대 교수는 그의 책 『마녀 프레임』에서 이렇게 말했다. 위 문단에서 ‘영향력 있는 여성’을 ‘페미니스트’로, ‘기독교적인 패러다임’을 ‘가부장제적인 패러다임’으로 바꾼다면 최근 한국 사회, 특히 유튜브에서 일어나는 여성 혐오를 설명할 수도 있으리라. 이 교수에 따르면 자기 의사에 반하면 마녀로 낙인찍어서 사냥을 벌이려는 시도는 오늘날에도 지속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예를 들어 근래 영상 공유 플랫폼 유튜브에서는 이 마녀사냥이 현재진행형이다. 

최근 유튜브는 그야말로 ‘마녀사냥 터’다. 사냥감은 남성 페미니스트 유튜버 김영빈(28 )씨. 지난달 28일 유튜브 채널 ‘데블스TV’(구독자수 26만명 )에 자신이 페미니스트라는 사실을 알리는 영상을 올린 것이 발단이었다. 해당 영상에서 김 씨는 “페미니스트라는 소문이 있던데 해명하라”는 식의 댓글들을 읽고 “페미니스트라는 사실에 아무것도 해명할 것이 없다”고 맞섰다. 이에 그를 비난하는 댓글들이 늘어나자 지난달 30일 반박 영상을 만들어 자신의 여성 옹호적 사상을 바꾸지 않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그가 본격적으로 화제의 중심에 서게 된 계기는 이달 5일 올린 유명 래퍼 산이의 노래 ‘웅앵웅’의 일부 여성 혐오적 표현을 비판한 영상을 올리면서부터다. 해당 영상은 활발하게 공유됐고 지난 6일 유튜브 인기급상승 동영상에 올랐으며, 180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이후 기다렸다는 듯이 일부 유튜버들은 자신들이 ‘안티 페미니스트’라고 주장하며 ‘데블스TV’ 비난 영상을 업로드하기 시작했다. 11일 유튜브 홈페이지에서 ‘데블스TV’를 검색하면 나오는 ‘데블스TV’ 비난 동영상은 족히 50여 개가 넘는다. 이 영상들에는 대부분 말, 개, 하외탈 모양의 가면을 쓴 남성들이 나와 ‘데블스TV’에 올라온 영상들을 비난한다. 이들은 대개 김영빈씨의 동영상에 협박 수준의 분노를 표현한다. 이에 지난 8일 김씨는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도저히 못 참겠습니다. 제가 다 감당해야 될 일이라 생각했던 게 틀렸습니다. 온갖 모욕, 루머, 살해 협박에 강경대응하겠습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그러나 구독자 26만 명을 보유한 채널의 영상 몇 개일 뿐인데 이를 향한 비난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았다. 

대한민국 헌법 제19조에 "모든 국민은 양심의 자유를 가진다"라고 적혀 있기에 페미니스트와 안티 페미니스트의 사상적 시비는 당연하다. 또한 사상의 자유를 가진 민주주의 사회에서 각자가 믿는 신념을 두고 논란을 벌이는 것은 다양한 의견개진 차원에서 장려할 일이기까지 하다. 다만 사상적 논란이 유튜브라는 영상 플랫폼을 통해 남의 신념을 폄훼하거나 '돈벌이'로 전락하는 것은 막아야 한다. 

최근 마치 유행이라도 되는 듯 너도나도 업로드 한 '데블스TV' 비난 영상들이 진지한 사상 논란이 아닌 욕설 일색의 놀이터로 변질되거나 조회수 상승을 통한 돈벌이로 이용되는 것은 우려할 사안이라는 것이다. 구독자 20만 명을 보유한 한 유튜버는 "최근 페미니스트를 비난하는 콘텐츠들이 인기를 끌며 '안티 페미'가 아닌 여성 혐오를 하는 크리에이터들이 많다"며 "데블스TV의 여성 옹호 영상이 이슈가 되자 너도나도 조회수를 끌어모으고자 무분별하게 비난 영상 제작에 뛰어든 유튜버들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야말로 '1인 미디어' 시대다. 개인 유튜버에게 전통 언론이 가진 무거운 보도검열의 잣대를 들이댈 수는 없지만, 영향력 있는 유튜버 한 명이 사회에 끼치는 파장력을 생각한다면 최소한의 책임의식은 물어야 하지 않을까. 적어도 신념의 논란이 '관심을 위한 논란' '돈벌이를 위한 논란'으로 변질되지 않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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