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도서정가제 토론회 열기 후끈… “쟁점은?”
[현장]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도서정가제 토론회 열기 후끈… “쟁점은?”
  • 김승일 기자
  • 승인 2018.12.11 15: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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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그동안 겉으로 드러나는 것은 많지 않았지만, 사실 출판사와 중소서점(지역서점 포함)으로 대표되는 중소출판유통계의 속은 곪고 있었다. 근본적인 문제는 역시 책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떨어져 책이 안 팔린다는 것이지만, 출판유통계의 경제적인 사정이 너무 어렵다보니 지난 2014년 개정된 현행 도서정가제에 대한 스트레스 또한 심해지고 있다. 출판계와 유통계 사이 각자 세부적인 입장이나 방향은 다르지만, 양자 모두 현행 도서정가제가 개선되고 보완돼야 할 제도라는데 동의한다. 

“출판유통계에 존재하는 여러 의견이 다양하게 교환되면서, 앞으로의 도서정가제를 개선하고 보완 방안이 모색돼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난 6일 르호봇 신촌 비즈니스 센터에서 문화체육관광부(장관 도종환, 이하 문체부)와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원장 김수영, 이하 진흥원), 한국서점조합연합회(회장 박대춘, 이하 서련)가 주최 및 주관한 ‘도서정가제가 지역서점에 미친 영향을 진단하는 열린 토론회’가 열렸다. 

참석자는 30여 명 남짓. 전라남도 나주에서 서점업에 종사하고 있다는 사람부터 파주에 있는 도서관에 근무 중이라는 사람까지. 토론회에 참석하기 위해 지방에서 새벽부터 올라왔다는 사람도 꽤 있었다. 참석자는 대부분 중소서점(지역서점 포함)이나 출판사·도서관 관계자였으며 도서정가제에 관심있는 대학생과 기자도 보였다. “어떤 이야기가 오고가는지 보러 왔다”는 이도, “서점업을 하는 입장에서 너무 답답해 이번 토론회에서 도서정가제 개선방안에 대한 확실한 답을 찾고 싶어 왔다”는 이도 있었다. 자리에 앉은 이들의 표정은 공통적으로 근심이 짙었다.

출판유통계의 수장과 관계자들도 참석했다. 대표적으로 김수영 진흥원장과 박대춘 한국서련 회장, 윤철호 대한출판문화협회장, 서문형철 문체부 미디어정책국 출판인쇄독서진흥과 서기관이 자리했다.        

토론회는 김수영 진흥원장의 인사말로 시작됐다. 김수영 원장은 “이 자리에 모인 여러 가지 의견들이 각각 생생하게 잘 살아 움직이면서 앞으로의 도서정가제를 보완하는 데 좋은 자양분으로 남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다음으로 박대춘 서련 회장의 인사가 이어졌고, 박 회장은 “출판유통계가 아주 어렵습니다. 특히 우리 서점업은 블랙홀에 빠졌습니다”라며 “도서정가제는 지금 일명 ‘할인법’이 됐는데, 앞으로 도서정가제는 범출판계에 도움이 될 수 있게 완벽을 기하고 소비자적 입장에서도 배려할 수 있는 제도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윤철호 대한출판문화협회장은 “아시다시피 도서정가제는 과거 우리가 의도했던 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서점과 출판사들 사이 갈등도 있긴 하지만, 공동으로 추구해야 할 목표가 있기 때문에 고충을 잘 듣고 공부하기 위해 이 자리에 왔습니다”고 말했다.   

[사진제공=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토론은 이상현 진흥원 출판유통선진화센터 센터장의 사회로 진행됐으며 토론자로는 이종복 한길서적 대표와 정성훈 북션 대표, 홍성우 풀빛출판사 상무, 그리고 기자가 참여했다. 중소서점계(지역서점계 포함)와 출판계, 소비자의 의견이 공유되는 자리였다.      

홍성우 풀빛출판사 상무는 출판사 영업을 하는 입장에서, 신간과 구간 모두 할인을 제한하는 현행 도서정가제 때문에 겪는 영업적인 어려움을 지적했다. 도서정가제 때문에 가격할인이라는 영업 수단 중 하나가 사라져 출판사들 사이의 경쟁이 더욱 거세졌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출판사의 고충은 홍 상무에 따르면 “어쩔 수 없이” 지역서점에게 고스란히 전가된다. 

홍 상무는 “2014년 현행 도서정가제 시행 이후 초판 평균 발행 부수가 감소했는데도 저희 출판사는 도서정가제 이후 꽤 오랫동안 초판 발행 부수가 상승세였다. 그런데 올해 하반기부터는 저희 회사도 초판부수를 줄여나가고 있다”며 “성장하고 있던 회사도 어려워지는데, 현행 도서정가제 하에서 돌파구를 찾지 못한 회사는 당연히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출판사들이 지역서점과 직거래를 하지 않고 공급가를 올려 지역서점이 어려워지는 행태에 대해서는 “책이 매해 더 안 팔리는데, 대형유통사(대형서점)와의 거래에서 공급가는 아무런 변동이 없는 상태”라며 “출판사들의 지역서점 공급가 인상은 어떻게든 지역서점에서라도 손실을 막기 위해서다”라고 덧붙였다.  

대형·온라인 서점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도서정가제에 대한 중소서점계의 시선은 달랐다. 중소서점계는 폐업의 위기에서 현행 15% 할인율을 더 낮추지 않으면 지금보다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의견을 피력했고, 현행 도서정가제가 허점이 많고 효과가 좋진 않지만 그나마 현행 도서정가제로 인해 개선된 부분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종복 한길서적 대표는 “지금의 도서정가제는 산소호흡기”라며 “그동안 서점업을 하는 동료들이 하나둘 쓰러져갈 때 그나마 도서관에 납품해서 살아남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 책이 안 팔리는 문제, 소비자의 불신 문제 등이 애초에 왜곡된 정가제를 시행했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라며 “한 물건에 대해 다양한 가격이 존재하면 소비자의 신뢰는 굉장히 약해질 수밖에 없다”며 일물일가(一物一價)의 도서 할인률을 주장했다.

정성훈 북션 대표는 도서정가제의 긍정적인 면을 설명했다. 정성훈 대표는 ▲멀쩡한 인문학 책도 할인을 위해 도서분류를 실용서로 둔갑시켰던 출판계의 풍토, 즉 편법출판이 사라진 점 ▲90년대부터 2010년대 중반까지 대략 70%의 지역서점이 사라졌지만 도서정가제 시행 후 서점의 폐업이 전보다 급속하게 진행되지 않은 점 ▲공공도서관 최저입찰이 사라져서 납품 면에서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지역서점이 입찰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 점을 들었다. 그는 “그러나 서점이 책을 매개로 하는 문화산업에서 첨병 역할을 하는 상업조직이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도서관 납품으로 생명력을 이어가고 있다는 것은 어쨌든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라며 “도서정가제는 지역서점을 위한 완벽한 제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번 토론회에서 나온 해결책으로는 ▲신간은 완전정가제로, 구간은 일정부분 할인을 인정해 출판계와 중소서점계 모두에게 숨통을 틔워 주자는 주장 ▲출판사의 대형서점 유통 공급가에 대해 소위 ‘공급가 정가제’를 시행하자는 주장 ▲대형서점과 비교해 불리한 지역서점들의 공급률을 정부차원에서 지원하거나 유통구조를 개선하자는 주장 등이 있었다.  

토론의 세션마다 청중의 질문도 이어졌으며 현행 도서정가제 문제 이외에 중소출판유통계의 생존을 위협하는 ▲대형·온라인 중고서점 ▲지역서점의 도서관 입찰을 방해하는 지역의 페이퍼 컴퍼니 ▲책 한 권도 안 되는 가격에 무제한 대여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는 대형·온라인 서점 문제도 언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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