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 명문장] 여성 변호사·의사·보좌관·작가가 말하는 ‘페미니즘’
[책 속 명문장] 여성 변호사·의사·보좌관·작가가 말하는 ‘페미니즘’
  • 김승일 기자
  • 승인 2018.12.10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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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각을 세우고 보니 이 나라는 ‘여성은 국민이 아니다’라는 걸 매일같이 확인시켜주는 일투성이였다. 서로를 응원하는 마음으로 우리는 매주 썼다. 아무리 써도 바뀌지 않아서, 계속 쓸 수밖에 없었다. 
2018년 5월에는 연재 코너에 제목과 같은 이름의 유료 강연을 매주 열었다. ‘불편할 준비’ 필자를 비롯한 <시사IN> 여성 필자들이 강사로 나섰다. 이 책은 그 결과물이다. 나 역시 최근 쏟아지는 페미니즘 이슈 관련 책들을 보면서 한 번에 많이 먹어 체할 것 같은 기분이 들곤 했다. 이 책 역시 당신 책상 위에서 ‘그렇고 그런’ 페미니즘 책 취급을 받을지도 모르겠다. 다만, 강의가 끝나고 후기를 받았을 때 수강생들이 입을 모아 ‘한 차례 강연으로만 끝내기에는 정말 아까운 이야기들이다’라고 했던 말에 의지해본다. 성폭력·몸·정치·글쓰기·대중문화를 페미니즘의 눈과 언어로 다시금 살펴보고 질문했던 경험이 여기 있다. 변호사 이은의, 산부인과 전문의 윤정원, 국회의원 보좌관 박선민, 작가 은유, 자유기고가 오수경. 다섯 필자의 목소리가 그 질문의 답을 찾아가는 각각의 지도가 될 것이다. <7쪽>

이처럼 저의 ‘미투’는 싸움의 도구이자 보호책으로 시작된 거였어요. 싸워야 하는데 더 밀려날 곳은 없고, 저 자신을 보호해야 하니까. 제가 보기에는, 요즘 일어나고 있는 ‘미투’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개중에는 ‘미투’에 나선 여성들을 보며 ‘무슨 목적이 있어서 저렇게 하는 걸 거야’ ‘돈을 노리는 거겠지’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데, 제가 볼 때, 피해자 입장에서는 싸움을 시작하기 전에 혼자이다 보니 두려움과 주저함이 앞서게 됩니다. 그렇다 보니 일단 자기 자신을 던지게 되는 거예요. ‘가해자가 비난받았으면 좋겠어’ 하는 마음도 물론 있겠지만, 일반적으로는 이렇다는 거죠. <21쪽>

월경 전 증후군이라는 게 이처럼 사람마다 증상이 다양하다 보니 일반화하기가 참 어려워요. 그런 만큼 월경 전 증후군은 신화화할 개념도 아니지만 허구로만 치부할 개념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고통을 겪는 분들한테는 의학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이 제공돼야죠. <71쪽>

정당별 여성 비율도 한번 비교해볼까요? 일반인들이 흔히 생각하기엔 진보적인 정당일수록 여성이 더 많을 것 같죠. 6대 지방선거 결과를 보면 정당별 여성 의원 비율이 새누리당 11.2%, 민주당 18.9%, 정의당 40%였습니다. 그런데 기초자치단체장은 새누리당 쪽이 민주당보다 여성 의원 비율이 더 높았어요. 광역의원의 경우에도 새누리당 45.5%, 민주당 13%였습니다. 기초의원은 새누리당 52.2%, 민주당 24%였고요. 비교해보면 새누리당 당선자 중 여성 의원 비율이 더 높았다는 거죠. 왜 이처럼 일반의 통념과 다른 결과가 나왔을까요? 새누리당 쪽이 더 성평등했기 때문은 아니었을 것 같고요 (웃음). 학문적으로 엄밀히 분석한 게 아니라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습니다면, 저는 지역 단위에서 공천할 때 정당이 최우선으로 보는 것은 당선 가능성이라는 데 주목하고 싶어요. 후보가 여성이냐 남성이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경쟁력 있는 후보냐 아니냐를 본다는 거죠. 그런데 보수 정당의 경우 지역 내 여성 단체에서 활동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일명 마당발 어머니들이라 불리는… 이런 분들이 보수 정당 후보로 진출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진보 정당의 경우는 이런 경쟁력 있는 여성 후보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얘기일 수도 있어요. 그런 만큼 여성 정치인을 양성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느냐가 정당의 숙제가 돼야 하는 거죠. <135~136쪽>

『불편할 준비』
이은의·윤정원·박선민·은유·오수경 지음|시사IN북 펴냄|256쪽|1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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