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년회·회식 꺼리는 직장인... “분위기 자체가 싫어요”
송년회·회식 꺼리는 직장인... “분위기 자체가 싫어요”
  • 서믿음 기자
  • 승인 2018.12.05 17: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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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한 해의 마지막 달이자 새해를 앞둔 12월. 직장인에게 연말연시는 지난 한 해를 기념하고 새해를 반기는 각종 모임과 행사가 줄을 잇는 시기다. 이번 한해도 수고했다고 서로를 격려하는 부서 회식부터, 회사 차원의 송년회(망년회), 또 인사이동에 따른 송별회까지 유난히 사람 만날 일이 많은 달이다. 그런데 그런 12월을 싫어하는 사람들이 있다. 어떤 이유에서일까?

건설회사에 근무하는 김모(36)씨는 송년회가 반갑지 않다. 회식을 통해 사내 구성원 간 끈끈한 유대관계를 맺으면서 업무 효율을 높일 수 있다는 사실을 모르지 않으나, 일로 맺어진 사람들과 어색한 분위기에서 나누는 교제가 불편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는 “회식은 고깃집을 시작으로 호프, 노래방 등으로 자리를 옮기며 새벽까지 이어지는 게 보통이다. 중간에 혼자 빠져나오는 게 눈치 보여서 끝까지 자리를 지키는 편인데, 그 시간이 무척 아깝게 느껴진다”며 “예전보다는 사정이 나아졌지만, 아직도 은연중에 술을 강요하는 문화도 거부감을 일으키는 이유 중 하나”라고 말했다. 이어 “할 수만 있다면 마음 편한 사람과 함께 송년회를 하거나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고 싶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성인 10명 중 6명은 송년회 등의 회식 자리를 불편해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취업포털 인크루트와 설문 조사플랫폼 두잇서베이가 직장인 3,05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816명(59.4%)이 ‘송년회 참석이 부담된다’고 밝혔다. 부담되는 이유로는 ‘분위기 자체가 불편하다’(17.0%)는 의견이 가장 많았고 이어 ‘음주 강요’(16.8%), 경제적 여유 부족(14.6%) 순이었다. 이어 ‘불편한 사람이 있어서’(11.1%), ‘장기 자랑’(7.6%), ‘송년사 등 멘트 준비 부담’(7.0%) 등이 뒤를 이었다.

최악의 송년회 유형에 관한 질문에는 숙취해소 음료가 필요한 ‘먹고 죽자’형(28.1%)이 꼽혔고 이어 강압적으로 참석을 요구하는 '안 오기만 해’형(28%), 회사상사·선배가 동석한 '어쩐지 불편해'형(20.0%) 순으로 집계됐다. 종합해보면 대다수 직장인은 어렵게 느껴지는 회사 사람들이 모두 자리하는 송년회에 참석해 음주를 강요받는 상황에 대한 거부감이 큰 것으로 해석된다.

선호하는 송년회로는 상쾌한 맨정신에 귀가하는 '논 알코올(Non-Alcohol)’형(10.8%), 영화/공연 등을 관람하며 즐기는 '문화체험’형(10.7%)이 순위에 올랐는데, 이는 ‘업무의 연속’으로 인식되는 회식이 모두의 즐길 거리가 되기를 바라는 속내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원하는 형태의 송년회가 진행된다면 좋겠지만, 여전히 술자리 일색인 모임에 참석을 강요받는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KBS2 드라마 ‘직장의 신’(2015)에 나온 김혜수(미스 김 역)처럼 회식을 강요하는 상사에게 “저는 그런 불필요한 친목과 음주와 아부로 몸 버리고 간 버리고 시간 버리는 자살테러와 같은 회식을 해야 할 이유가 하등 없습니다”라고 일갈하면 속 시원하겠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까운 이야기다. 무역회사에 다니는 정모(38)씨는 “몸이 아파 쓰러지지 않는 한, 송년회 불참은 불가능한 일”이라며 “참석은 하되 그 안에서 의미를 찾아보려고 노력하려고 한다”고 다짐을 전했다.

책 『신입사원 필살기』에서 박희진 작가는 “하루 일과를 끝내면 친구나 연인, 가족과 사적인 시간을 보내는 구미권 사람들은 한국의 직장 문화를 신기하게 생각한다. 개인보다 집단을 우선하는 한국 사회의 문화적 특성이 직장생활에도 고스란히 반영돼 조직의 단합을 위한 회식 문화가 특히 발달했다”며 “술은 (회식의) 윤활유 역할을 하는데, 한국에서 폭탄주를 마시는 문화가 유독 발달한 것도 바로 이런 회식 문화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이어 송년회를 피할 수 없는 직장인에게 그는 “회식은 직장에서 구성원끼리 단합을 도모하고 소속감을 부여하기 위해 조직적인 차원에서 치러지는 거사”라며 “상사들은 술을 잘 마시기보다 기본적인 성의와 예의를 보여주기를 바란다는 사실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고 충고한다.

책 쓰는 직장인 후랭이 역시 책 『하루 만에 100점짜리 신입사원 되기』에서 “몸도 힘들고 시간도 많이 뺏기는 회식을 나도 좋아하지 않는다. 다만 피할 수 없으면 즐기자”며 “회식을 회사에서 하지 못했던 솔직한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풀어나갈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자”고 다독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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