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왕따’에게도 원인이 있다?
[리뷰] ‘왕따’에게도 원인이 있다?
  • 김승일 기자
  • 승인 2018.12.04 10: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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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지난 9월 충북 제천에서 개학 전날 한 여고생(16)이 자신의 집 옥상에서 투신했다. 사인은 분명 추락사지만, 원인은 집단 괴롭힘이었다. 해당 여고생을 괴롭힌 혐의로 입건된 동급생과 선배 등 6명은 세상 어디에나 있을 법한 평범한 여학생들이었다. 이런 사건은 놀랄 일이지만, 여태 없었던 새로운 사건은 아니다. 매해, 매달 뉴스에서는 학교에서, 직장에서, 사회에서 집단 괴롭힘을 당하는 피해자와 극히 평범한 가해자가 등장한다.

독일계 유대인 철학자이자 정치 사상가 한나 아렌트가 쓴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에는 수많은 유대인을 학살한 전범 아이히만에 대해 다음과 같이 묘사한다. ‘아이히만은 한 개인이 되는 것을 거부함으로써 오직 하나뿐인 인간의 특징인 사유하는 능력을 완전히 포기했습니다. 그 결과 도덕적인 판단을 내릴 수 없었죠. 이런 사유의 불가능함은 많은 평범한 사람들이 예전에 볼 수 없었던 거대한 규모의 악행을 저지를 가능성을 열어줬습니다.’ 아렌트는 이를 악의 평범성이라고 불렀다.

우리는 차별하기 위해 태어났다의 저자 나카노 노부코는 일본의 뇌과학자이자 의학박사, 인지과학자로 1975년 도쿄에서 태어난 나카노 노부코는 도쿄대 공학부 응용화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 의학계 연구과 뇌신경의학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그 후 프랑스 국립연구소에서 뉴로스핀(Neuro Spin) 박사 연구원으로 근무한 다음 귀국해 뇌와 심리학을 주제로 연구와 집필 활동을 활발하게 하고 있으며 과학의 관점으로 인간 사회에서 벌어지는 현상과 인물을 해독하는 솜씨로 정평이 나 있다.

그러한 그녀가 우리는 차별하기 위해 태어났다를 통해 말하고자 하는 것도 결국 악의 평범성이며 이를 과학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저자에 따르면, 통제가 불가능한 뇌 때문에 평범한 인간도 일정한 조건만 충족되면 얼마든지 집단 괴롭힘의 가해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인간은 사회적인 동물로, 뇌 속에 조직을 위하거나 지키려는 향사회성이 프로그래밍 돼 있다. 과거 자신을 지키기 위해 맹수와 싸워야 했던 인간들은 전투적인 면에서 압도적으로 불리한 육체를 지녔기에 집단으로 대항해야 했다. 따라서 집단의 일원으로서 생활할 수 있게 하며, 조직을 유지할 수 있는 향사회성은 필수였다. 저자는 향사회성이 없는 사람이 바로 싸이코패스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집단의 결속력이 강할수록, 집단이 규범적일수록 향사회성은 지나치게 강해지기 마련이기에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 한 개인의 향사회성이 지나치면 집단의 이익에 저해가 되는 인물을 처단하려는 생각이 강해지고, ‘집단 괴롭힘처럼 비이성적인 행동을 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실제로 2014년 미국 매사추세츠 공과대학에서 진행한 한 실험에 따르면, 개인이 경쟁할 때보다 집단의 일원으로 경쟁할 때 도덕성을 판단하는 뇌의 내측전두전야 영역의 반응이 떨어졌다. 심지어, 실험 후에도 자신의 집단이 아닌 사람을 이유 없이 적대시해 부정적으로 평가하게 됐다.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향사회성이 강해진 가해자들은 피해자가 집단에 해악을 미친다고 판단되는 요건을 충족하면 집단을 유지하기 위해 비이성적인 폭력을 행사한다. 저자에 따르면 아무 노력도 하지 않고 집단에 묻어가려는 프리라이더행동이 굼뜬 사람 일부러 그러는 것은 아니더라도 집단의 화합을 와해할 만한 언동을 일삼는 사람 진지하고 옳은 발언이지만 모두가 즐거워하는 분위기에 본의 아니게 찬물을 끼얹는 사람 혼자만 득을 보는 것 같은 사람 등이 이러한 요건을 충족해 피해를 볼 수 있다.

집단 괴롭힘등 조직을 위해 폭력을 행사하는 가해자들은 쾌감을 느낀다. 실제로 가해 중에는 도파민이라는 쾌감 호르몬이 방출되며, 이때의 쾌감은 소속 집단을 지키기 위해 규칙을 어긴 자에게 벌을 가한다는 정의’(正義)를 기반으로 한 행동이기 때문에 사적인 욕구인 식욕이나 성욕보다 한 차원 높은 쾌감이다.

그러나 어떤 이유로든 타인에게 가하는 폭력은 정당화될 수 없다. 저자는 “‘피해자에게도 원인이 있다고 말하는 사람들조차 은연중에 지나친 향사회성이 발동해 집단 따돌림을 정당화하고 있을 뿐이라고 지적한다. 이 책의 저자도 집단 괴롭힘은 생물학적으로 당연하다고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집단 괴롭힘이 일어나는 매커니즘을 파악하고, 비정상적으로 폭력적인 상태에 이르기 전에 한 번 더 성찰할 수 있게 하는 것, 혹은 집단 괴롭힘을 일으킬 수 있는 지나친 향사회성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는 지혜를 기를 수 있게 하는 것이 저자가 전달하고자 하는 의도의 본질이다.

우리는 차별하기 위해 태어났다
나카노 노부코 지음김해용 옮김동양북스 펴냄18812,500

*해당 리뷰 기사는 <공군> 11월호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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