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아주 맛깔나게 쓰여진 문학작품을 읽으며 깊은 감정이입을 경험할 때 독자의 감정 수용 폭은 큰 확장된다. 아울러 작품이 탄생시킨 작가의 삶과 그 배경에도 관심이 가게 마련이다. 작가의 삶을 알아보는 좋은 방법 중 하나는 해당 작가의 문학관을 방문하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70여 개의 문학관이 있으며, 그 중 14곳을 엄선해 담았다.
경상북도 안동에는 폐교를 리모델링해서 조성한 권정생 작가의 문학관이 자리한다. 책 『강아지똥』, 『엄마 까투리』, 『몽실 언니』같은 걸출한 아동문학을 탄생시킨 권 작가는 청빈한 삶을 살다 갔다. 돈이 없어 가난했던 것은 아니다. 매년 인세만 1억 5,000만원이었고 권 작가가 작고한 후 확인해보니 통장에 10억원이나 들어있었다고 알려진다. 권 작가는 그 돈을 어려운 북쪽 아이들과 티벳 아이들 등을 위해 써달라고 당부했다. 사람들이 권 작가를 '성자'라고 부르는 이유이기도 하다. "좋은 동화 한 편은 백 번 설교보다 낫다." 권 작가의 생전 지론이었다.
아동문학 『남생이』의 원작 애니메이션을 찾아 보기 위해서는 인천에 위치한 한국근대문학관을 찾아가면 된다. 개항장의 창고 건물 네 채를 리모델링해 만들었다. 『남생이』의 작가 현덕은 재력 있는 집안에서 태어났지만,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고생을 많이 했다. 일본으로 건너가 신물배달과 공사장에서 막노동하다가 귀국해서 작가 김유정을 만나 문학에 전념했다. 이 외에도 한국근대문학관에서는 교과서에 실린 「해에게서 소년에게」, 「창가」 등이 수록된 책 원본과 이광수의 『무정』등을 찾아볼 수 있다.
김유정의 문학촌은 온통 한옥 기와집이 어우러진 모습이다. 마치 민속마을에 놀러온 듯한 기분을 자아낸다. 김유정 작가의 고향 실레마을은 산으로 둘러싸인 마을의 모습이 꼭 떡시루 같다해서 붙인 이름이었다. 김유정 작가의 작품 대부분은 이곳을 배경으로 탄생했기 때문에 마을 전체가 문학촌이나 다름 없다. 마을 앞마당에 들어서면 소설 『동백꽃』에서 닭싸움하던 주인공들의 청동조형물이 눈길을 끈다.
이문열 작가는 아직 생존해 있기 때문에 문학관은 없다. 하지만 유명세로 많은 사람이 생가를 찾고 있다. 이름하여 '두들마을'.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인해 검정고시로 중·고등학교를 마친 이 작가는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국어교육과에 입학했지만, 그마저도 월북한 아버지로 인해 중퇴한다. 그런 고난에 굴복하지 않고 창작활동에 열정을 불태우면서 두들마을을 배경으로 『금시조』,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등 많은 소설을 만들어 냈다. 지금은 작가의 집필실로 사용되면서 문학도들이 창작과 연구, 토론활동을 하는 문화공간으로 이용되고 있다. 이 작가는 서울에 거주하면서 창작수업이 있는 날만 내려온다.
『작품 속으로 풍덩 문학관 산책』
심소정 외 3명 지음 | 가교 펴냄|280쪽|16,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