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좋은 책 한 권 선물하세요” 12월 국립중앙도서관 사서추천도서
“연말, 좋은 책 한 권 선물하세요” 12월 국립중앙도서관 사서추천도서
  • 김승일 기자
  • 승인 2018.12.01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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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봄 향기 가득했던 4월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12월이다. 거리에는 하얀 눈이 흩날리고 상점들에서는 크리스마스 캐럴이 울려 퍼진다. 따듯한 곳에서 서로의 안부를 묻고, 한 해를 돌아볼 수 있는 계절이 열렸다. 

12월, 좋은 책을 추천하는 일 만큼 보람된 일은 드물 것이다. 올해 월별로 가장 인기 있었던 책을 꼽자면 마크 맨슨의 『신경 끄기의 기술』(1월), 정문정의 『무례한 사람에게 웃으며 대처하는 법』(2월), 하태완의 『모든 순간이 너였다』(3월, 6월), 알에이치코리아의 『곰돌이 푸, 행복한 일은 매일 있어』(4월), 태영호의 『3층 서기실의 암호』(5월), 유시민의 『역사의 역사』(7월), 백세희의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8월), 야쿠마루 가쿠의 『돌이킬 수 없는 약속』(9월), 김난도의 『트렌드 코리아 2019』(10월), 이국종의 『골든아워』(11월)였다. 

누군가에게 책을 추천하는 것이 망설여진다면, 책에 일가견이 있는 국립중앙도서관 사서들이 추천하는 12월의 책을 참고해보자.        

■ 밥상 위에 차려진 역사 한 숟갈
박현진 지음·오현숙 그림|책들의정원 펴냄|232쪽|15,000원

맛집, 요리를 주제로 한 음식 관련 방송이 많아지고 사람들의 먹거리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맛있게 먹는 법만 알려고 할 뿐 음식에 담겨 있는 지리, 역사, 영양에 관한 이야기는 잘 알지 못한다. 
이 책은 저자가 연재 중인 <조선일보> 칼럼 ‘아하! 이 음식’중에서 인기 칼럼을 엮어 낸 음식문화사 책이다.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두부 만드는 법을 발견했고, 묵은지에 뇌를 활성화시키는 아미노산인 ‘가바’ 물질이 대량으로 함유되어 있다는 흥미로운 사실도 알 수 있다. 라면을 처음 발명한 나라는 일본이지만, 우리나라가 전 세계에 라면 열풍을 일으켰다는 것, 에티오피아의 한 목동이 커피의 효능을 처음 알게 되었다는 것 등 음식에 대한 상식과 유래에 대해 알려준다. 좋아하는 음식에 관한 챕터를 읽고 주변 사람들과 식사하면서 음식에 대해 더 많은 이야기를 해보는 건 어떨까? 아는 만큼 더 맛있는 식사가 될 것이다.   

책 속 한 문장
  
“설날에 쓰이는 나물은 뿌리, 줄기, 잎을 사용하는데, 뿌리는 조상, 줄기는 자손 그리고 잎은 
후손을 의미한다. 조상들에게 가문의 번창을 바라는 마음으로 제사 음식에 나물을 올렸던 것이다.”<127쪽>

■ 내가 아무것도 아닐까 봐
박상아 지음|파우제 펴냄|288쪽|13,800원

제목만으로도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 마음의 병을 앓는 사람의 심리가 잘 표현 돼 있다. 어떨 때는 한 줄, 어떨 때는 문장, 때로는 그림이 실제 공황장애와 전환장애를 앓고 있는 작가의 표현이기에 생생함이 전해진다. 나 아닌 다른 사람을 이해한다는 것이 과연 가능할까 하는 의문이 들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나 이외의 사람 마음을 이해할 수도 있다는 느낌이 들었고, 비슷했던 상황을 떠올리며, 나를 보듬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치열한 삶의 흔적과도 같은 한 권의 책을 세상 밖으로 내놓은 작가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이해한다. 도시생활에 지쳐 있는 힘든 오늘을 사는 우리 모두가 보면 좋을 책이다.

책 속 한 문장

“행복은 꿈을 이룬다거나 하는 거창한 게 아니라, 신호등이 연속적인 초록불일 때 느끼는 것처럼 일상의 사소한 기분 같은 것. 가끔 우리는 행복과 불행을 너무 부풀려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243쪽>

■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한 이유
나코시 야스후미 지음|권혜민 옮김|책이있는풍경 펴냄|248쪽|15,000원

우리는 가끔 일상 속에서 가슴에 커다란 구멍이 뚫린 듯한 깊은 공허감을 느낄 때가 있다. 그 공허감은 인간관계로 지치고 피곤해졌을 때 찾아온다. 이 책은 이렇듯 가슴에 깊은 공허감을 품고 있는 사람들에게 혼자 있는 시간인 ‘솔로타임’을 가져보라고 말한다. 솔로타임이란 일상적인 인간관계에서 잠시 벗어나 조용하고 안정된 곳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는 것으로, 정신건강의학과 의사인 저자는 이 방법만으로도 가슴속에 자리 잡은 깊은 공허감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한다. 현대인은 직장동료, 친구, 애인, 가족 등 온종일 관계에 둘러싸여 있다. 혼자 있는 시간에도 SNS를 즐기며 끊임없이 타인과 관계 맺는다. 하지만 사람들은 관계 속에서 오히려 깊은 외로움을 느끼곤 한다. 최근에야 혼자 있는 시간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혼자 무언가를 하는 것이 각광받고 있다. 혼밥, 혼술, 혼영 등 신조어도 탄생했다. 아직도 혼자 있는 시간이 어색하고, 혼자 무언가를 하는 게 두려운 사람이라면 이 책을 읽어 보길 추천한다. 자신의 몸과 마음을 돌아보고 다시 세상으로 나아갈 수 있는 힘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책 속 한 문장

솔로타임은 어느 곳에 사는 누구이든 상관없이 모든 현대인에게 반드시 필요하다. 특히 다른 사람의 시선을 많이 의식하는 사람일수록 때때로 혼자 있는 시간이 필수적이다.<47쪽>

■ 예술가로 살만합니다
이상진 글·그림|이종 펴냄|248쪽|13,800원

피카소, 베토벤, 톨스토이. 우리가 보통 ‘예술가’라는 단어를 떠올릴 때 연상되는 인물들이다. 이들은 사회적으로 인정받은 유명한 사람들이지만 이들 이외에도 사회적으로 인정받지 못해 사람들이 알지 못하는 예술가들도 많다. 예술 활동을 하지만 사회적으로 인정을 받지 못하면 예술가가 아닐까? 피카소나 베토벤처럼 높은 경지에 이른 사람들만 예술가라고 말할 수 있을까? 저자는 예술이 재능을 가진 특정 사람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며, 누구나 자신이 좋아하고 잘하는 분야에서는 예술가가 된다고 말한다. 
이 책은 작은 동네를 기반으로 자기만의 예술을 추구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저자와의 대화 형식으로 풀어놓고 있다. 가죽, 캘리그라피, 요리, 도자기, 비누, 디자인, 서예, 플라워, 건축 등 다양한 분야에서 예술가로 살아가게 된 계기와 어려움 등에 관한 이야기이다. 이들의 작품은 이웃 동네의 작은 가게들에서 볼 수 있다. 이 가게들은 예술 활동을 하는 작업 공간이며 동시에 그들을 인정해 주는 사람들과의 교류의 장이 되기도 한다.
저자는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하면서 겪었던 일들을 다른 예술가들의 교류를 통해 공유하고 공감한다. 또한 예술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예술가로 살아남을 수 있고,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행복을 찾을 수 있는 사회가 되기를 바란다.

책 속 한 문장 

“포기하는 순간 편해지는 것이 아니라 많은 것을 잃어버리게 된다.”<86쪽>

■ 굿 퀘스천
이와즈 교이치로 지음|장미화 옮김|이새 펴냄|208쪽|13,500원

우리는 일상 속에서 늘 질문을 주고받으며 살아가지만 그것이 좋은 질문인지 아닌지 구별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는 “우수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나누는 차이는 바로 그들이 하는 질문이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좋은 질문’이란 어떤 것일까? 좋은 질문이란 질문 받은 사람이 자연스레 대답하고 싶어지고, 스스로 깨닫고 행동하고 싶어지게 하는 질문을 말한다. 누군가 던진 질문이 행동으로 연결되고 그것이 성공으로 이어지며, 그로 인해 인생을 풍요롭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은 총 4장으로 구성되어 제1장은 질문이 왜 중요하고 어떤 실효성과 힘을 가지고 있는지 설명하고, 제2장은 질문을 가벼운 질문, 나쁜 질문, 무거운 질문, 좋은 질문으로 분류하여 좋은 질문을 하는 기술에 대해 구체적으로 이야기 한다. 제3장에서는 “어떻게 질문할 것인가?” “무엇을 질문하면 안 되는가?” 등 질문의 핵심요령에 대해 알려주며, 제4장은 좋은 질문을 만드는 핵심전략과 방법들을 상세하게 설명한다.
『굿 퀘스천』은 좋은 질문을 통해 스스로를 깨닫고 상대방에 대한 공감과 이해를 이끌어내고 싶은 이들을 위한 질문 매뉴얼이 될 것이다.

책 속 한 문장

“‘질문의 질’을 높이는 것은 자기 자신뿐 아니라 자신과 관련된 모든 사람의 인생을 풍요롭게 해주는 일입니다.”<12쪽>

■ 찻잔 속 물리학
헬렌 체르시키 지음|하인해 옮김|북라이프 펴냄|368쪽|16,800원

학창 시절 가장 어려웠던 과목을 꼽으라면 다들 물리학을 떠올릴 것이다. 물리학을 글로만 배워서 그런 걸까. 작가는 생활 속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현상들을 물리학의 원리로 설명하고 있다. 식탁위의 소금 알갱이가 반짝거리는 이유를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이 책은 소금의 원자 구조 패턴이 만들어낸 평평한 소금 단면이 빛을 반사하기 때문이라고 친절히 설명해준다. 얼음물에서 헤엄치는 오리가 동상에 걸리지 않는 이유가 오리의 다리에서 일어나는 열의 이동 때문이었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날씨가 팝콘이 움직이는 원리처럼 바뀐다는 사실 등 무심코 지나치는 현상들을 모두 물리학으로 설명할 수 있다니 신기하다. 책을 읽다 보면 어느 정도 물리학에 대한 배경지식이 필요한 내용도 있어 어렵게 느껴질 수 있지만 책을 읽고 고개를 들어 주위를 둘러본다면 생활 속에서 물리학을 만나는 기쁨을 누릴 수 있다. 찻잔 속 물리학을 알면 지구와 우주의 원리를 이해하게 될 것이다. 

책 속 한 문장

케이크가 식탁 위에 놓여 있으면 식탁 표면은 케이크와 지구 사이를 당기는 힘이 정확히 균형을 이룰 정도의 힘으로 케이크를 위로 올린다. (중략) 우리의 삶은 개별적인 힘들이 아니라 균형을 이루고 난 뒤 남은 힘에 의해 좌우된다.<76쪽>

■ 시민의 물리학
유상균 지음|플루토 펴냄|312쪽|16,500원

몇 년 전 한국을 떠들썩하게 만든 비극이 있었다. 바로 가습기 살균제로 인해 몇 백 명이나 되는 사람이 목숨을 잃은 사건이다. 가습기 살균제를 만든 회사에서는 제품에 들어간 물질의 유해성을 몰랐다고 주장하지만, 그것과 별개로 가장 큰 문제는 그 물질을 조사한 후 안전성을 보장해준 과학자들이다. 실제로 파악하지 못했을 수도 있지만 과학기술에 대한 무지와 무관심, 전문가 집단에 대한 맹신이 너무나 위험함을 단적으로 보여준 사건이었다. 앞으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지만 우리가 모든 과학기술을 이해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러나 주어진 정보를 토대로 합리적으로 생각하고 의심해볼 수는 있다. 저자는 ‘당대 진리’에 대한 비판적 생각과 합리적 의심이 없었다면, 상식에 반하는 기상천외한 발상을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지금의 물리학과 과학은 결코 없었다고 말한다. 이 책은 고대 그리스에서 뉴턴의 고전역학을 거쳐 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 최근의 복잡계 과학에 이르기까지 과학의 발전을 따라가면서 물리학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특히 물리학 역사의 ‘혁명’적 관점을 짚어가면서 시민인 우리가 과학정신을 갖춰야 하는 이유와 실마리를 제시한다. 

책 속 한 문장

이제 현대과학은 기존의 관점을 또 한 번 넘어서 물질과 생명과 인간을 연결 짓는 또 다른 변화의 물줄기를 만들고 있습니다. <28쪽>

■ 70세 사망법안, 가결
가키야 미우 지음|김난주 옮김|왼쪽주머니 펴냄|396쪽|15,000원

이 책은 70세가 되는 생일부터 30일 안에 죽어야 한다는 ‘70세 사망법안’이 가결되는 다소 비현실적인 설정을 바탕으로 저출산과 고령화, 그로 인한 국가의 생산성 저하와 부채 증가, 여전한 취업난까지 우리 사회가 직면한 문제를 매우 현실적으로 그려 낸다. 책 속 도요코 가족은 이러한 사회의 모습을 면면이 보여 준다. 거동이 어려운 시어머니를 13년째 수발하고 있는 도요코. 조기 퇴직 후 자신의 인생을 찾는다며 아내를 외면하고 여행을 떠나는 남편 시즈오. 도와달라는 엄마의 요청을 거절하고 집을 떠난 딸 모모카. 재취업이 뜻대로 되지 않자 집에 틀어박혀 생활하는 아들 마사키. 정신적·육체적 피로가 극에 달한 도요코는 가족들에게 어떤 도움도 받지 못하고 끝내 집을 떠나기에 이른다. 가족들은 떠난 도요코의 일을 자신들이 떠맡게 되고 나서야 조금씩 변화하기 시작한다. 정부가 70세 사망법안이라는 극단적인 해결방법을 제시하자 사람들이 함께 살아갈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한 것처럼.
‘젊음은 알지 못한 것을 탄식하고, 나이는 하지 못한 것을 탄식한다’는 말이 있다. 서로에 대한 이해와 공감을 바탕으로 서로가 부족한 부분을 채워 주고자 노력할 때, 우리는 함께 잘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오래 사는 것이 행복인 사회를 꿈꾸며 그 시작을 이 책과 함께해 보길 추천한다.

책 속 한 문장

“…인간은 60세가 넘어서 크게 성장하는 존재입니다. 그 나이가 되어야 비로소 인생을 내다볼 수 있으며, 젊었을 때부터 품었던 ‘뭐 때문에 사는가’ 하는 물음에도 대답을 찾게 됩니다.”<25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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