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꽤 오래전부터 유럽에는 ‘나는 좌파이긴 하지만…’이라고 말하는 공산주의자, 사회주의자, 사회 민주당원들이 적지 않았다. 자신이 좌파이긴 하지만 스탈린주의자는 아니라고 강변한다. 그들은 공권력의 거대 관료화에 반대하며 대대적 국유화에도 찬성하지 않는다. 기업의 법인세를 ‘강화’할 필요는 있지만 지나친 인상에는 반대한다고 말한다. 주당 근무 시간 단축에는 더더욱 반대한다. 뿐만 아니라 ‘위험한 부류’로 분류되거나 ‘어딘가 약간 이질적인’ 사람들을 포용하려 하지 않는다. 이제 여기에서 우리가 하려는 것은 정치인들이 겉으로 내세우는 정책의 ‘좌파적 가치’와 그들이 실제 추구하는 정책 사이에 얼마나 큰 괴리가 존재하는지 그 간극을 살펴봄으로써 정치인들의 정치 활동에 제대로 된 평가를 내리는 일이다. <22쪽>
이러한 노력은 결국 권력층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전개될 뿐이다. 그들은 언제나 단순한 인정을 넘어 뭔가 별난 특징을 만들어 다시 씌우려 들 것이기 때문이다. ‘자유주의자이긴 하지만 좌파’들은 모든 정치적 요구를 이상하다 못해 뒤틀린 방식으로 다룬다. 그리고 그들의 행동은 소용돌이 밑바닥 무게 중심처럼 비틀거리며 후퇴한다. <39쪽>
무엇이 좌파이고 무엇이 우파인지 그 기준을 명확히 설명하기란 우리와 같은 포스트 모던 세대에게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중략) 기업은 사회당 정책을 지지하고 정작 사회당원은 당의 정책에 반대하는 이 놀라운 상황 앞에 시청자들은 어리둥절할 뿐이다. <65쪽>
신문은 끊임없이 독자들이 기대하는 정보를 제공하지만 그 기사들은 주관적 기준으로 배열, 분할되며, 별 상관없는 지엽적 문제에 집중한다. 신문 지면을 통해 시끄럽게 유발된 긴장은 한편으로 다시 신문기사를 통해 완화되기도 하는데 이는 다시 말하면 처음부터 무시해도 될 만큼 하찮은 것이었다는 뜻이다. 미디어는 역사적 역경 앞에 독자를 무장시키기보다는 분노와 암흑의 세계 속에 잠기게 만들 뿐이다. <81쪽>
『가짜 중도』
알랭 드노 지음|권희선 옮김|인문결 펴냄|108쪽|11,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