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인북] ‘걷는 사람’ 하정우, 그의 연기만큼 걸출한 에세이
[포토인북] ‘걷는 사람’ 하정우, 그의 연기만큼 걸출한 에세이
  • 김승일 기자
  • 승인 2018.11.27 13: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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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인생을 걷기에 비유한다면, 우리는 가야 할 목적지가 어딘지, 또 우리가 서 있는 곳은 그 알 수 없는 목적지에서 어디쯤인지 깨달을 수 없다. 그저 걷고 있을 뿐. 걷는다는 것은 인생이고 곧 인생은 걷는 것이 아닐까. 

하정우. 그의 이름 석 자 외에 더 무엇이 필요한지 책 표지만 보고는 알 수 없었다. 하정우가 쓴 글이라면 그 자체로 가치 있을 테니까. 그러나 책을 펼치는 순간 하정우는 마치 걸출한 에세이 작가처럼 독자가 손에서 책을 떼지 못하게 한다. 그의 독특한 생각과 글은 그의 연기 못지않다.

머리 만큼 큰 발(300mm)로 언제부터인가 어디든 걸어 다녔다는 그. “걷기는 가진 게 아무것도 없는 것만 같았던 과거 어느 막막한 날에도, 이따금 잠까지 줄여가며 바쁜 일정을 소화해야 하는 지금도 꾸준히 나를 유지하는 방법”이라는 그에게 걷기는 삶의 일부다. 

“이 책을 통해서 나는 누군가를 가르치거나 내 삶의 방식을 자랑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이 책은 ‘맨스플레인’ 식의, 삶의 방식을 가르치려고 하고 강요하려고 하는 일명 ‘꼰대류’가 아니다. 읽고 있으면 졸린 딱딱한 자기자랑식의 자서전도 아니다. 책은 그저 하정우가 걸어 다닌 길과 그 길에서의 변화를 그린다. 그의 긍정적인 삶의 자세를 느낄 수 있는 ‘힐링 에세이’이기도 하다. 

[사진출처= 문학동네]

“이 점이 마음에 든다. 내가 처한 상황이 어떻든, 내 손에 쥔 것이 무엇이든 걷기는 내가 살아 있는 한 계속할 수 있다는 것.” <9쪽>

[사진출처= 문학동네]

“그제야 깨달았다. 내가 길 끝에서 허무함을 느낀 건 어쩌면 당연한 것이라고. 걷기가 주는 선물은 길 끝에서 갑자기 주어지는 거창한 것이 아니었다. 내 몸과 마음에 문신처럼 새겨진 것들은 결국 서울에서 해남까지 걸어가는 길 위에 흩어져 있었다. 나는 길 위의 매 순간이 좋았고, 그 길 위에서 자주 웃었다.” <25쪽>

[사진출처= 문학동네]

“아마 각자 사는 동네와 주로 가는 곳이 다를 것이므로, 각자의 개성과 취향에 따라 자신만의 길과 행보를 만들 수 있다. 당신은 동서남북 어디로도 갈 수 있다.” <91쪽>

[사진출처= 문학동네]

“독서와 걷기에는 묘한 공통점이 있다. 인생에 꼭 필요한 것이지만 ‘저는 그럴 시간 없는데요 라는 핑계를 대기 쉬운 분야라는 점이다. 하지만 잘 살펴보면 하루에 20쪽 정도 책을 읽을 시간, 삼십 분가량 걸을 시간은 누구에게나 있다.“ <206쪽>          

『걷는 사람, 하정우』 
하정우 글·사진|문학동네 펴냄|296쪽|15,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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