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으로 살 수 있는 행복” 현명한 기부, 준비되셨나요?
“돈으로 살 수 있는 행복” 현명한 기부, 준비되셨나요?
  • 김승일 기자
  • 승인 2018.11.23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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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사랑의 온도탑' 제막식에서 참석자들이 제막 버튼을 누르고 있다. [사진출처= 연합뉴스]
20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사랑의 온도탑' 제막식에서 참석자들이 제막 버튼을 누르고 있다. [사진출처= 연합뉴스]

[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찬바람 부는 겨울이 오자 먼 곳에서 구세군의 종소리가 들리는듯하다. 바야흐로 기부의 계절이다. 불경기에 주머니가 가볍더라도 어려운 이들을 돕겠다는 사람들과 단체들이 하나둘씩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 20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는 올해도 어김없이 ‘사랑의 온도탑’이 세워졌다. ‘사랑의 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이날 2시 제막식을 열고 내년 1월 31일까지 73일간 전국 17개 시·도지회에서 모금에 나선다고 밝혔다. 목표액은 4,105억원. 지난해 모금액보다 1.3% 높게 잡은 수치다. 사랑의 온도탑의 온도는 목표액의 1%인 41억500만원이 모일 때마다 1도씩 오른다. 전화나 문자, 사랑의 열매 홈페이지 등을 통해 기부에 참여할 수 있다. 

남몰래 기부하는 손길도 시작됐다. 지난 19일 경남 합천군 한 우체통에는 5만원짜리 지폐 20장이 들어있었다. 2015년부터 시작된 이 손길은 올해도 어김없었다. 익명의 기부자는 올해까지 총 8차례, 430만5,000원을 기부했다. 돈과 함께 담긴 메모에는 “추운 겨울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어려운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합니다”라고 적혀있었다. 

2011년부터 매년 월급의 20%를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부해온 환경미화원 신웅선씨의 미담도 같은 날 화제가 됐다. 여전히 기부를 계속하고 있다는 신 씨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뭐든지 비워야 새로 채울 수 있는 것 같다”며 “위만 보며 살면 잘 모르지만, 아래를 내려다보면 도움이 필요한 이들이 많다”고 말했다.  

지난 15일, 울산시 북구 효문동행정복지센터에서도 올해로 6년째 자신이 누군지 밝히지 않는 기부천사가 나타났다. 지난해에는 500만원 상당의 주유상품권을 전달하더니 올해는 1,000만원 상당의 농협상품권이다. 그가 남긴 말은 이번에도 역시 “이웃돕기에 써달라.”

기부 소식을 듣는 것만으로도 행복감이 몰려오는 듯하다. 그런데 실제로 다수의 조사에 따르면, 기부를 할 때 기부자의 행복감은 증가한다. 받는 사람만이 아니라 주는 사람도 기분이 좋아진다는 것이다. 설문조사기관 갤럽이 136개국의 설문자에게 “지난달 자선단체에 기부금을 낸 적 있는지”를 묻고 10점 만점으로 본인의 행복 점수를 매겨볼 것을 요청했더니, 136개국 중 122개국에서 지난달의 기부 경험과 높은 행복도 사이에 상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학교에서 심리학을 연구하는 엘리자베스 던 교수와 리라 애크닌 교수, 하버드 경영대의 마이클 노턴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사람은 남을 위해 많은 돈을 쓸수록 행복감이 더욱 높아진다.  

기부 전문가 피터 싱어 미국 프린스턴대 생명윤리학 석좌교수 역시 그의 책 『효율적 이타주의자』에서 “너의 행복이 나의 행복을 키운다”며 “부자 나라에서 평균 이상의 소득을 누리는 사람의 기부는 거기 따른 구매력 감소를 능가하는 혜택을 가져다준다”고 말했다.  

그러나 막상 기부하려는 마음이 생겼더라도 어느 곳에, 어떤 방식으로 기부해야 할지는 고민일 수밖에 없다. 매해 겨울이 되면 매번 ‘짝퉁 구세군 냄비’를 조심하라는 말이 심심찮게 들려온다. 싱어 또한 “자선단체 중에는 노골적인 사기집단도 있다”며 “더 큰 문제는 기부금이 정말로 목표한 선을 달성하고 있는지 잠재 기부자가 직접 확인할 수 있도록 투명하게 운영되는 자선단체가 가물에 콩 나듯 한다는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실제로 기부 선진국이라고 할 수 있는 미국에서조차 사기꾼과 선의의 기부 단체를 구분해내는 것은 어렵다고 한다.

그러나 구더기 무서워서 장을 못 담그랴. 싱어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당장 실천할 수 있는 몇 가지 기부의 지혜를 소개했다. 

싱어는 기부를 위해서 ‘효율적 이타주의자’가 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효율적 이타주의자란 효과적인 기부로써 지구상의 선(善)을 극대화하는 사람이다. 예를 들어 싱어는 “같은 돈을 쓴다면 다른 곳보다 개발도상국 극빈층 구제에 쓰는 것이 세상의 고통을 줄이고 생명을 구하는 데 훨씬 효과적”이라고 주장한다. 잘 사는 나라의 빈민에게 100만원은 한 달 생활비도 안 되지만, 빈국의 가족에게 100만원은 6개월분 생활비일 수 있으며, 그것이 더 많은 선을 행하는 법이라는 것이다. 그에 따르면 극빈층의 빈곤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미술관이나 막대한 동문기금을 굴리는 대학 등을 지원하는 것은 시기상조다. 

싱어는 또한 “(전 지구가 긴밀하게 연결된 세상에 살면서) 먼 곳이나 외국에서 일어나는 고통이라고 해서, 또는 다른 인종과 다른 종교에 속한 사람들이 겪는 고통이라고 해서 차별하지 않아야 한다”고 역설했으며, “반드시 돈만이 아니라 혈액, 골수, 조혈줄기세포 등을 기증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는 하나의 사견일 뿐, 어쨌든 개인의 기부는 개인의 몫이다. 싱어 역시 “(그러나) 누구의 운명을 바꾸는 것이 가장 가치 있는 일인지는 알 수 없다”며 “객관적인 답이 없는 만큼 이런 질문에는 각자가 스스로 답을 정할 수밖에 없다”고 말하며 기부에 왕도가 없다는 여지를 뒀다. 올겨울, 당신의 현명한 기부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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