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이 책은 조현성 성격장애나 조현병 환자를 연구한 기록이다. 내가 이 책을 쓴 근본 목적은 광기, 즉 미쳐가는 과정을 설명하기 위함이다. 이 목표가 성공했는지 여부는 독자마다 다르게 판단할 것이다. 하지만 나는 이 책에서 내가 말하지도 않은 내용을 근거로 이 책을 판단하지 말아 달라고 독자들에게 요청하고 싶다. 특히 이 책은 조현병에 대한 포괄적인 이론을 제시하지 않는다. 또한 조현병의 체질적·유기적 측면을 탐색하지도 않는다. 나는 조현병 환자와 나의 관계를 언급하거나 내 치료 기법을 설명하려고 하지 않았다.
이 책을 쓴 두 번째 목적은 평이한 영어로 실존주의의 용어를 빌려 광기의 형태 가운데 일부를 설명하려는 것이다. <9쪽>
기본적으로 존재가 안전한 위치에 도달했다면, 일상적 삶의 환경은 한 사람의 존재를 지속적으로 위협하지 않는다. 이 같은 삶의 기초에 도달하지 못한다면, 날마다 생활하는 일상 환경들은 지속적이고 치명적인 위협이 된다.
이를 깨달아야만 어떻게 정신병에 걸리는지 이해할 수 있다.
한 개인이 현실성과 활기, 자율감, 자신과 타인의 정체성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지 못하면, 인위적인 방법들로 현실적인 사람이 되며, 자신과 타인을 생기 있게 하고, 자신의 정체성을 지키는 일에 열중하게 된다. 자신을 잃지 않으려고 애쓰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이 매일 경험하는 일은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 특별한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일상적인 일도 그 일이 그 사람의 존재를 유지하는 데 기여하거나, 비존재로 그 사람을 위협한다면 매우 중요해질 수 있다. <63쪽>
환상과 현실의 이러한 분열은 민코프스키가 말하는 자폐증 개념의 핵심이다.
그런데 현실에서 행동하지 않고 환상에서만 행동하는 사람은 비현실적인 사람이 된다. 그 사람의 실제 ‘세계’는 수축하고 가난해진다. 물리적 세계와 타인들의 ‘현실’은 더는 상상력의 창조적 활동을 위한 연료로 사용되지 않으므로, 그 자체로 점점 더 의미가 없어진다. <128쪽>
『분열된 자기』
로널드 랭 지음|신장근 옮김|문예출판사 펴냄|360쪽|18,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