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음료 한 잔에 담긴 예술’이라고 하면 ‘라테 아트’ 정도가 떠오른다. 어쨌든 음료에 그림을 그린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책을 펼치는 순간 라떼 아트 정도는 그저 음료로 보일 것이다.
책은 12년 전 삼성동 반지하 공간에서 개업한 자가발전 예술공간 ‘테이크 아웃 드로잉’, 이곳에서 그동안 만들어진 예술적인 음료 중 가장 예술적인 것들을 보여준다. 음료들의 제작법은 덤이다.
눈을 먼저 만족시키는 이 음료들은 결국 사람과 한 몸이 된다.
화려하게 꾸며낸 한 마디, 두 마디의 변명은 점점 몽글거리며 덩어리진 채로 가슴 속에 남습니다. 왠지 무언가를 숨기고 있을 것 같은 색깔과 질감은 보는 이로 하여금 이상한 상상을 하게 만들지만, 단지 백년초와 깨끗한 물이 만들어낸 모습일 뿐입니다. 의심스러운 일이 많아지는 어느 날, 추천합니다. <56쪽>
‘봄과 진달래’가 한잔에 담긴 메뉴. 그 찰나의 봄날은 진달래 향이 코끝에 머무를 때 즈음 흘러가고 다시 찾아오기까지 꼬박 일 년이 걸립니다. 상큼한 생레몬과 향긋한 시나몬 플럼으로 진달래 빛깔 봄을 담았습니다. <86쪽>
밥 딜런의 ‘Like a rolling Stone'을 듣다 보면 떠도는 돌멩이를 발견하게 됩니다. 끊임없이 구르는 돌멩이는 깎이고 닳기 마련입니다. 가끔은 쉬면서 이끼와 함께 구르는 건 어떨까요? 모로코 스타일의 민트 차를 테이크아웃드로잉 스타일로 새롭게 블렌딩 했습니다. 돌멩이는 깨물거나 입에서 굴릴 수 있습니다. <98쪽>
이것은 조각을 거쳐 기억을 만든다. 우리의 날 선 생각과 굳은 마음을 알아보는 순간, 그 기억은 그리움이 된다. 붉은 흔적을 마음에 남기며, 플레인 요거트 소르베 위의 붉은 조각 라즈베리. <134쪽>
『Drawing Menu 한 잔에 담긴 동시대 미술』
테이크아웃드로잉 외 지음|테이크아웃드로잉 펴냄|400쪽|20,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