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지루한 세상에 불타는 구두를” 신현림 시집 복간… 90년대 페미니스트들의 ‘영웅’
[리뷰] “지루한 세상에 불타는 구두를” 신현림 시집 복간… 90년대 페미니스트들의 ‘영웅’
  • 김승일 기자
  • 승인 2018.11.22 11:0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24년 전에 출간된 시집이 오늘날 젊은 세대에게까지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면 그건 단연 신현림의 시집일 것이다. 

 “더없이 암담하고, 불가해하고 불안한 시절/아무 것도 가질 수 없고/가진 것이 없다고 생각했다./아무 것도 가진 것이 없어 가장 많은 것을/이룰 수 있음을 이제는 안다.” 

신현림 시인은 24년 만에 복간된 시집 『지루한 세상에 불타는 구두를 던져라』의 서문에 이렇게 다시 적었다. 이십 대에 쓴 시들을 모아 겨우 시집 한 편을 장만했다는 1994년과 비교해 2018년 그는 나이 들었고, 방탄소년단을 좋아하는 딸이 있지만, 신현림은 최선영 이화여대 특임교수의 말처럼 여전히 “엉뚱한 상상력”으로 “암울함 속 투지”를 “치열한 시선으로 여성을” 노래한다.  

“사라지는 날까지 겸허히 늘 배우고/새롭게 깨달으려는 자 늙지 않을 것이다.” “지루한 세상에 불타는 구두를 던져라.” “상처가 깊고 추운 영혼들에게 이 시집을 바친다.” 

시는 암울한 사회에 대한 통찰과 위로를 담고 있으며 사회 개혁에 대한 열망으로 번뜩인다. 특히 그는 가부장제가 당연한 것으로 여겨졌던 1990년대 “여자인 것이 싫은 오늘. 부엌과 립스틱과 우아한 옷이 귀찮고 몸도 귀찮았다/(중략) 닫힌 책 같은 도시와 사람 사이에서 그 모든 것 사이에서 응시하고 고뇌하고 꿈꾸며 전투적으로 치열하렵니다”라는 “불타는 구두”를 “지루한 세상”에 던진 용기 있는 페미니스트였다. 위로와 용기가 필요한 이 시대 신현림을 다시 불러온다는 것은 전혀 어색하지 않다. 

『지루한 세상에 불타는 구두를 던져라』
신현림 지음|사과꽃 펴냄|168쪽|9,900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비회원 글쓰기 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서초구 논현로31길 14 (서울미디어빌딩)
  • 대표전화 : 02-581-4396
  • 팩스 : 02-522-6725
  • 청소년보호책임자 : 권동혁
  • 법인명 : (주)에이원뉴스
  • 제호 : 독서신문
  • 등록번호 : 서울 아 00379
  • 등록일 : 2007-05-28
  • 발행일 : 1970-11-08
  • 발행인 : 방재홍
  • 편집인 : 방두철
  • ⌜열린보도원칙⌟ 당 매체는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 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 고충처리인 권동혁 070-4699-7165 kdh@readersnews.com
  • 독서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독서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readersnews.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