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짱절미’를 소비하는 당신과 우리, 그 이면에는…
‘짱절미’를 소비하는 당신과 우리, 그 이면에는…
  • 김승일 기자
  • 승인 2018.11.22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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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짱절미' 인스타그램]
[사진출처= '짱절미' 인스타그램]

[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한국에 사는 개 한 마리의 인기가 월드 스타 ‘싸이’보다 높다면 믿겠는가. 믿기지 않겠지만 사실이다. 강아지 ‘인절미’의 사진을 올리는 인스타그램 계정 ‘짱절미’(zzangjeolmi)의 팔로워 수는 98만8,000여 명으로, 월드스타 싸이의 인스타그램 팔로워 수보다 약 30만명 정도 많다. 올해 8월에 만들어진 계정이라곤 믿기지 않는 인기다. 강아지 인절미의 영상과 사진마다 보통 약 10만여 건의 ‘좋아요’가 눌린다. 게시물에 달린 댓글들은 과할 정도로 기쁨의 탄성을 연발하는 내용이다. 거의 인절미가 귀엽다는 내용이다. 지금까지 귀여운 동물이나 아이의 사진·영상은 항상 화제가 돼왔지만, 이토록 큰 인기는 전례가 없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강아지 한 마리가 사람들에게 이토록 기쁨을 주는 이유는 근본적으로 우리 뇌가 그렇게 되도록 프로그래밍 돼있기 때문이다. 아트 마크먼 텍사스주립대 심리학과 교수와 밥 듀크 텍사스주립대 ‘음악과 인간학습학과’ 학과장은 책 『뇌는 왜 그렇게 생각할까?』에서 “(귀여운 동물들의 비디오가) 우리에게 이처럼 많은 즐거움을 주는 이유는 인간의 진화과정과 관계가 있다”며 “우리 인간에게는 진화과정에 심어진 프로그램이 있는데 이 프로그램은 우리에게 무엇이 귀엽게 느껴지는가를 결정해주는 프로그램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들은 누구나 갓난아기를 보면 귀엽다고 생각하는 것을 예로 들며 “왕방울만 한 눈과 아기자기한 이목구비, 넓은 이마, 균형을 못 잡고 뒤뚱거리는 모습” 등을 보면 사람은 귀여움을 느끼게 된다고 설명했다. 또한 “인간 어린아이들의 모습과 매우 유사한 얼굴 모습이 바로 아기 고양이나 강아지같이 어린 동물의 모습”이라며 “새끼 동물들도 얼굴의 이목구비가 작고 눈이 크기 때문에 우리는 새끼 동물을 볼 때 인간 어린 아기를 볼 때의 반응과 같은 반응을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에 더해 대개 인터넷에서 인기 있는 귀여운 동물이나 아이의 사진·영상과 마찬가지로, ‘짱절미’ 동영상은 한 마리의 강아지가 가진 귀여움을 극대화한다. 편집과 선별의 힘이다. 인절미의 주인은 다른 동영상이나 사진을 올리는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촬영한 많은 사진과 동영상 중에 가장 좋은 부분들만을 골라서, 약간의 보정을 한 후에 보여줄 것이다. 본래 귀여운 강아지의 모습을 주인이 귀여운 장면만을 골라 더욱 귀엽도록 편집하니 사람들은 기쁨을 느낄 수밖에 없다.  

그러나 단지 ‘귀엽기’ 때문에 싸이보다 높은 인기를 얻었다는 것은 뭔가 설명이 부족하다. ‘짱절미’ 인스타그램 계정이 등장하기 전에도 귀여운 동물이나 아이들의 사진·영상은 늘 있었다. 

그 이유를 사람들의 귀여움에 대한 수요가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지난달 출간된 김난도 서울대 교수의 『트렌드 코리아 2019』에 따르면 인절미의 인기는 부정적인 감정을 외면하고 긍정적인 감정을 쉽게 소비하려는 ‘감정의 맥도날드화’와 맥을 같이한다. ‘랜선 이모’들이 아이를 키우는 귀찮은 일은 하기 싫어하지만, 아이의 귀여운 모습은 보고 싶은 마음에 귀여운 아이의 SNS 계정을 팔로우하는 것처럼 사람들이 ‘짱절미’ 인스타그램 계정을 팔로우하는 이유도 강아지를 키우는 귀찮음은 싫지만 귀여운 강아지로부터 오는 기쁨을 쉽게 즐기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트렌드 코리아 2019』의 저자들은 채널A의 ‘하트 시그널’ 같은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언급하며 “연애 리얼리티를 통한 대리 연애는 간질간질한 달콤함은 느낄 수 있으면서도 실연으로 정신 못 차리게 할 일이 없다”며 “감정대리인을 통해 적당히 소비하는 감정은 적당히 즐겁게 식사를 해결하는 (맥도날드의) 해피밀을 먹는 것과 다름없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렇게 맥도날드화된 감정을 소비하는 일은 비용대비 효과가 크다. 원하면 언제든지 손에 쥔 스마트폰을 켜고 귀여운 모습만 보면 시청자는 기쁨이 차오른다. 귀여운 모습을 보기 위해 돈이 드는 것도, 많은 시간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 마치 저렴한 패스트푸드를 먹고 빠르게 만족하는 모습과 마찬가지다.  

그러나 지나치게 좋은 것은 보통 이면이 어두운 법이다. 입에 단 설탕을 많이 먹으면 이가 쉽게 썩는 것처럼 말이다. 『트렌드 코리아 2019』의 저자들은 “얕은 감정이 오가는 사이에 부정적 감정은 갈 곳을 잃게 된다. 해피엔딩의 드라마와 같이 갈등은 금세 해소되고 늘 행복감으로 마침표를 찍는 감정생활을 원하기 때문”이라며 “사람들은 자신의 어두운 감정을 드러내지 못할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의 슬픔도 거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저자들은 성인 남녀 84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 40.3%가 “최근에 우는 사람을 보고 싫다고 느낀 적 있다”고 답한 설문조사와 사람들이 디지털 기기를 통하지 않는 대면 대화를 기피하는 현상, 자신의 감정에 확신을 갖지 못하는 이들이 늘어나는 현상을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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