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이의 잘못된 해명, “SNS에 욱일기 올리고 일본 비판한다는 꼴”
산이의 잘못된 해명, “SNS에 욱일기 올리고 일본 비판한다는 꼴”
  • 김승일 기자
  • 승인 2018.11.21 09:40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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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연합뉴스]

[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지난 16일 유명 래퍼 산이가 발표한 ‘페미니스트’라는 곡이 일부 남성들에게 ‘여성 혐오’를 위한 도구로 사용되고 있다. 비록 산이는 곡의 화자가 자신이 아니며, 곡이 여성을 옹호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지난 19일 밝혔으나 각종 포털에서는 일부 남성 네티즌들이 해당 곡을 인용하며 여성 혐오를 정당화하고 있다.  

곡 ‘페미니스트’의 가사를 살펴보면, “여자와 남자가 현시점 동등치 않단 건 좀 이해가 안 돼”라는 주장을 시작으로 ▲여성은 군대에 가지 않는다 ▲여성은 결혼 비용을 동등하게 내지 않는다 ▲지하철, 버스, 주차장 등 여성 자리가 특별히 마련돼 있다는 식으로 남성이 당하는 역차별을 비판한다. 

이에 더해 산이는 노래에서 가부장제와 유교제의 피해를 당했다는 여자들을 향해 “그걸 내가 만들었어?”라고 말한다. 또한 일부 여성들의 성 평등 운동인 ‘탈코르셋 운동’(여성을 억압하는 과도한 미의식 강요 등을 ‘코르셋’이라 부르며 비판하는 운동. 주로 머리를 짧게 자르거나 화장을 하지 않음으로써 행해진다. )에 대해 “요즘 탈 코르셋/말리진 않어 근데 (but)/그게 결국 다 남자 frame (what?)/기준이라니 우리가 언제/예뻐야만 된다 했는데/지네가 지 만족 위해 성형 다 하더니/유치하게 브라 안 차고 겨털 안 밀고/머리 짧게 짤러/그럼 뭐 깨어있는 듯한/진보적 여성 같애?”라며 “난 니 긴 머리 좋아 don’t change(바꾸지 마)/And I am feminist(그리고 나는 페미니스트야)”라고 비판했다. 

올해 뜨거웠던 여성 인권 신장 운동을 향한 일부 남성들의 비판을 총체적으로 담은 가사였다. 반응은 극과 극으로 나뉘었다. 일부 남성 네티즌들은 유명 래퍼의 여성 혐오적 가사에 힘입어 그동안 참아왔던 여성에 대한 불만을 댓글상에 쏟아냈고, 일부 여성들은 그런 노래를 낸 산이와 남성들을 비난했다. 

페미니스트 래퍼들도 산이를 향한 비난에 가세했다. 제리케이가 곡 ‘NO YOU ARE NOT’(노 유 아 낫)으로, 래퍼 슬릭이 곡 ‘이퀄리스트’로 산이의 ‘페미니스트’를 받아치며 혐오가 혐오를 양산하는 진흙탕 싸움이 됐다. 지난 16일과 17일 각종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 ‘산이’와 ‘페미니스트’가 상위권에 올랐고, 산이의 SNS가 비난과 옹호의 글로 마비되는 등 사태는 겉잡을 수 없이 커졌고, 그 여파로 산이의 공연은 취소되기 까지 했다. 

지난 19일 비로소 산이가  “페미니스트, 이 곡은 여성을 혐오하는 곡이 아니다. 곡에 등장하는 화자는 제가 아니다”라며 “남녀혐오라는 사회적 문제점을 강하게 야기하기 위해 이 주제를 선택했고, 곡의 본래 의도는 노래 속 화자처럼 겉은 페미니스트, 성평등, 여성을 존중한다 말하지만 속은 위선적이고 앞뒤 안 맞는 모순적인 말과 행동으로 여성을 어떻게 해보려는 사람을 비판하는 내용”이라며 자신의 노래를 일일이 분석한 해명글을 올렸지만, 여론은 가라앉지 않았다. 

일부 여성들은 이런 해명에 대해 “산이가 행사가 취소되고, 많은 이들의 비난을 받는 등 자신에게 불리해지자 변명을 내놨다”는 식의 댓글을 달고 있다. 반면 일부 안티 페미니스트들에게 산이는 아직도 혁명가 대접을 받고 있다. 

산이의 의도가 어땠든, 여성 혐오가 해당 곡으로 인해 더욱 커졌다는 평이다. 한 페미니스트는 산이의 해명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며 “SNS에 욱일기를 올리고 사실은 일본을 비판했다고 해명하는 꼴”이라며 “욱일기를 올린 행위 자체를 반성해야 하지 않겠는가”라고 비난했다. 

일부 페미니스트들은 산이의 “선동적인 곡”이 여성 운동의 목적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남성들조차 여성 혐오의 길로 빠지게 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한 페미니스트는 “곡을 해석하는 식의 쉬운 해명이 아니라, 여성들이 이 사회에서 얼마나 차별받고 있는지를 설명했어야 한다”며 “곡에서 여자와 남자가 현시점 동등치 않다는 전제부터가 틀렸다. 여성 차별은 이 사회에 엄연하게 존재한다. 통계청이 지난 7월 발표한 ‘2018 통계로 보는 여성의 삶’을 보면 여전히 여성은 남성의 67%(112만원 차이) 정도의 임금을 받고 있다. 대한민국 유리천장 지수는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 연속 OECD 국가 중 꼴찌다”라고 말했다. 또한 “산이가 가부장제와 유교제에 대해 ‘그걸 내가 만들었어?’라고 말한 것처럼, 지금 여성들도 병역 문제에 관해 ‘군대, 안 가는 규칙을 내가 만들었어?’라고 비슷하게 답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류시화의 『인생우화』에는 어리석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그 중 ‘아흔 마리 비둘기와 동거 중인 남자’는 착한 아내가 자꾸 집에 냄새나는 동물들을 데려오자 랍비에게 가서 “아내가 왜 이러는 줄 모르겠어요”라며 “모두 그 여자 잘못이에요. 40년 동안 잘 살아 왔는데 부부 관계를 악몽으로 만들고 있어요”라며 조언을 구한다. 랍비는 그런 그에게 “냄새가 그렇게 지독하면 일단 집의 창문을 모두 열어 환기를 시키면 어떨까요?”라고 했다. 그러자 남자는 화들짝 놀라며 “그건 절대로 안 됩니다. 창문을 열면 제가 집 안에서 키우는 흰 비둘기 아흔 마리가 모두 날아가 버릴 텐데요”라고 말했다. 지금 혐오사회 대한민국에서 필요한 것은, 산이의 ‘페미니스트’와 같은 또 다른 ‘혐오’가 아니라 혐오의 냄새를 빼고 무엇이 진정 문제인지 돌아보는 ‘환기’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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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 2018-11-21 17:52:35
곡 중 화자가 다른사람이라는건 거의 자아분열 급인데.ㅡㅡ; 여성표 다 빠져나가니까 급하게 해명한거겠지. 핵심을 짚는 좋은 글이었습니다.

기자노답이네 2018-11-21 17:32:39
기자야 생각 좀 하고 글 좀 쓰자.
페미빠니까 좋냐? 메갈 워마드는 정신병자 종자들이고, 임금격차는 니가 여성기자 일을 빼앗아서 기자생활해서 임금격차 나는거다.
니가 일을 그만두고 여자한테 시켜라. 그러면 임금격차 줄어든다.^^ 알겠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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