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못 이루세요?” 불면증 쉽게 보면 목숨까지 흔들
“잠 못 이루세요?” 불면증 쉽게 보면 목숨까지 흔들
  • 서믿음 기자
  • 승인 2018.11.20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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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독립투사, 민주화 열사 등의 기개를 꺾으려 자행됐던 ‘잠 안 재우기’ 고문. 온몸의 감각을 날카롭게 곤두서게 해 심신을 피폐하게 하면서 삶까지 무너뜨리는 잔인한 고문을 오늘날에도 견뎌내는 사람들이 있다. 의학계에서는 이들을 ‘불면증 환자’라고 진단한다.

주부 김모(55) 씨는 최근 5년 사이에 잠을 제대로 자 본 적이 없다. 밤이 되면 정신이 맑아지고 온갖 생각이 머릿속을 맴돌면서 쉽사리 잠들지 못한다. 잠에 대한 강박으로 초저녁부터 잠을 청하지만, 새벽이 돼서야 잠이 들기 일쑤다. 어쩌다 일찍 잠이 든 날은 새벽 2~3시면 눈이 떠지고 이후에는 잠이 오지 않는다. ‘제대로 된 잠 한 번 자보는 것이 소원’이란 말이 입버릇이 됐다. 결국 김 씨는 병원에서 수면제 처방을 받았고 매일 밤 수면제 힘에 의지해 잠을 청한다.

의학적으로 불면증이란 밤에 잠드는 것이 어렵거나 잠이 들었어도 원하는 만큼 못 자고 일어나는 증상을 지칭한다. 불면증을 가벼운 수면장애쯤으로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인식이 많지만, 불면증이 개인과 사회에 미치는 직·간접적인 영향은 상당하다.

먼저 개인 건강 면에서 볼 때, 불면증은 전립선암의 위험도를 높인다. 미국 암학회 역학부 부회장인 갭스터(Gapster) 박사는 1050년부터 2012년까지 82만3,689명을 분석한 데이터를 토대로 “수면장애 환자(하루 3~5시간 수면 )가 전립선암에 걸릴 확률은 정상인(하루 7시간 수면 )보다 55% 높다”며 “수면 부족이 멜라토닌 호르몬 생성을 억제하면서 암세포와 싸우는 면역 억제 기능을 떨어뜨리는 것으로 추정한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불면증 환자의 심혈관 질환 사망률은 정상인보다 8.1배 높고(1994~2008년 서울대병원 수면의학센터 연구 결과 ) 경동맥 혈관 벽 두께 증가로 치매 발병률이 25% 증가(미국 브라운 대학 연구팀 조사 결과 )하는 것으로 확인했다.

수면 부족은 논리적인 사고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 1986년 1월 28일 발사 73초 만에 공중에서 폭발한 미국의 우주 왕복선 챌린저 3호 사건이 대표적인 사례다. ‘O링’이라는 우주선 부품의 결함 가능성이 지속해서 제기됐지만 잠을 제대로 못 잔 미국 항공우주국의 최고 책임자가 냉철한 판단을 내리지 못한 것이다. 대통령 직속 위원회는 “피로 누적과 수면 부족이 원활한 의사소통과 합리적인 판단을 방해했다”며 “수면 부족이 사고에 일부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이처럼 개인과 사회에 직간접적인 악영향을 미치는 불면증 때문에 고생하는 사람은 점점 증가하고 있다. 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불면증 환자(2016년 기준 )는 54만1,948명으로 2012년 40만3,417명보다 34.3%(13만8,541명) 증가했다. 건강보험공단은 불면증이 가장 많이 나타나는 노령층의 증가와 스트레스로 인한 젊은층 환자가 늘어난 것으로 분석했다. 이들 대부분은 수면제를 처방받았고 그 비용(외래 진료비 포함 )은 2016년에만 724억원에 달했다.

그렇다면 수면제는 불면증 환자의 구세주일까? 조동찬 의학전문기자는 책 『지금 잘 자고 있습니까?』에서 다른 의견을 제시한다. 그는 “2016년경 한 여성이 수면제를 복용한 후 자신이 이상 행동(자살 시도)을 한다는 것을 알고 수면제를 먹기 전 자신의 발을 침대에 묶는 등의 조치를 취했지만,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며 “그는 이전에도 (수면제 복용 후 ) 자살을 시도한 적이 있지만, 당시 일을 기억하지 못했다”고 말한다. 이어 “수면제가 자살 행동 위험성을 높인다는 사실이 과학적으로 입증되고 있다”며 “수면제 복용 후 이상 행동으로 사고를 당하거나,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 비몽사몽 한 상태에서 음식을 과다하게 먹는 일도 여러 차례 보고됐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대만 은추공병원(En Chu Kong Hospital) Sun Y 교수팀이 자살한 사람 2,199명을 대상으로 수면제와의 관계성을 조사한 결과(2016년 발표 ), 수면제를 복용한 사람은 일반 사람보다 자살 위험도가 1.9배에서 2.8배까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수면제 부작용을 막는 방법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조 기자는 수면제의 도움을 받지 않으면서 숙면을 돕는 몇 가지 방법을 소개한다. 그는 “여러 수면 연구에서 몸의 중심 체온이 깨어 있을 때보다 딱 1도 낮아질 때 뇌가 깊숙한 수면을 하기에 가장 좋았다. 피부 온도가 중심 온도보다 약간 높아야 피부 혈관이 이완되고 몸 중심의 열이 혈관을 통해 밖으로 발산할 수 있다”며 “자기 전 찬물을 마셔 심부 온도를 낮추거나 따뜻한 물로 30분간 반신욕을 하는 것이 피부 체온을 높여 숙면에 도움을 준다”고 조언한다.

세계적인 대체의학 권위자 앤드류 와일 박사의 4-7-8 호흡법도 추천한다. 4-7-8 호흡법은 숨을 ‘푸우’하고 내쉰 후 3초 동안 코로 천천히 숨을 들이마신 후 7초 동안 숨을 멈추고, 8초 동안 숨을 천천히 내쉬는 과정을 세 차례 반복하면 저절로 잠들 수 있다는 수면 유도법이다. 이에 대해 조 기자는 “숨을 천천히 쉬면 혈중 산소 농도는 낮아지고 이산화탄소 농도는 짙어지는데,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으면 피곤함과 어지러움, 실신 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며 “뇌만 놓고 보면 실신은 깊은 잠과 같기 때문에 실신은 깊은 잠의 지름길인 셈“이라고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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