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채'는 이미 있는 상태 그대로 있다는 뜻입니다. '~한 그대로'라고 해석하면 됩니다. '옷을 입은 채 수영을 하다'와 같은 표현이 대표적인 예가 되지요. 반면에 '체'는 '척'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모르는 체하다'가 대표적인 예입니다. 그런데 '체'는 '척'과 의미가 거의 같다는 점에서 특이한 어휘입니다. '체'를 '척'으로 바꿔보면 유사성을 금방 발견할 수 있습니다. <24쪽>
'안'과 '않'을 틀리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의외로 맞춤법을 잘 아는 사람도 이 두 표현 앞에서는 속수무책이 되기도 합니다. 왜 그럴까요? 일단 않과 안은 전혀 다른 말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발음만 비슷하지 사용에는 차이가 분명합니다. 안은 다른 말을 꾸밀 때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 즉 다른 말을 앞에서 부정할 때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 '안 먹고, 안 쓰고, 안 자고, 안 입고'라고 할 때 쓰는 말입니다. 쉽죠? 뒤에 무조건 다른 단어가 와야 합니다. 여기에는 '되다, 하다'도 포함됩니다. 되다와 하다도 안 되고, 안 하는 것이지요. 틀릴 이유가 없는 말입니다. <41쪽>
두 표현을 구별하기 위해서 '데'는 '더'를 기억해야 하고, '대'는 '다고 해'의 준말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여기서 하나 더 생각할 것은 '더'는 주어가 행위의 주체라는 점입니다. '설악산 단풍이 정말 예쁘데'라고 하면 자기가 본 것을 바탕으로 말하는 것입니다. 본인의 경험, 회상인 셈입니다. 다른 말로 하면 '설악산 단풍이 정말 예쁘더라'의 의미입니다. 그런데 비슷한 표현이지만 '설악산 단풍이 정말 예쁘대'라고 하면 이때는 자신의 경험이 아닙니다. 들은 이야기를 하는 것이지요. 다른 말로 하면 '설악산 단풍이 정말 예쁘다고 해'가 됩니다. <60쪽>
압존법을 종종 '앞존법'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데 이는 잘못입니다. 마치 더 앞에 있는 사람만 높이는 것이라 착각하는 듯합니다. 압존법은 존대하려는 마음을 눌러서 하지 않는다는 의미입니다. 즉 높여야 할 대상이지만 듣는 이가 더 높을 때 그 공대를 줄이는 어법입니다. 예를 들어 할아버지 앞에서는 아버지를 높이지 않는 것이지요. "할아버지, 아버지가 왔습니다"라고 표현하는 것이 압존법입니다. 논리상으로는 간단하지만, 실생활에서는 여러 가지 괴로움을 주는 화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표준 화법에서는 압존법이 점점 완화되고 있습니다. <180쪽>
『우리말 교실』
조현용 지음 | 마리북스 펴냄|268쪽|14,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