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송’한 사회에도 인문학 ‘살아있네~’... ‘특별한 관점이 인정받는 시대’
‘문송’한 사회에도 인문학 ‘살아있네~’... ‘특별한 관점이 인정받는 시대’
  • 서믿음 기자
  • 승인 2018.11.18 07: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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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문송합니다’(문과라서 죄송합니다 ), ‘전화기’(취업에 강한 전기·전자, 화학공학, 기계공학 전공 ), ‘인구론’(인문계 졸업생의 90%가 논다 )이라는 말이 등장한 지 꽤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이공계 선호현상은 여전히 한국 사회를 감싸고 있다. 그런 중에도 인문학의 가치를 높게 평가하는 대중 인식은 상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달(10월 25~29일 ) 인크루트와 알바콜이 최근 1년 내 입사한 대졸 신입사원 992명을 대상으로 초임연봉을 조사한 결과 이공계열의 직종이 문과계열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공과계열의 연봉은 3,317만원인 반면 문과와 연관성이 높은 ‘미디어·문화’ 계열은 평균초임 2,287만원으로 최저수준을 기록했다. 이는 기업의 이공계 선호 현상이 드러나는 대목으로, 지난 8월 31일 인크루트가 상장사 571곳을 대상으로 ‘선호하는 신입사원 전공’을 물은 설문 조사에서도 53.6%가 ‘공학 계열’이라고 응답했다. 지난해 응답률 45%보다 8.6%포인트 높아진 수치다. 최근에는 그간 문과생의 진출비중이 높았던 금융·보험업종에서도 디지털 금융 및 보안, AI관련 인력을 강화하면서 “금융·보험업마저도 이공계의 텃밭이 되고 있다”는 한탄이 나오고 있다. 지난 5년여간 지속된 이공계 선호 현상이 더욱 힘을 얻는 모양새다.

이런 현상은 전 세계적으로 기업 간 특허경쟁이 심화되고 연구·개발(R&D) 등을 통한 기술혁신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기업의 R&D 부문 집중 투자가 배경으로 자리한다. 전 세계적인 경기침체로 기업의 투자 여력이 제한되면서 직접적인 소득원 외에 다른 부문에 신경 쓸 여력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인문학의 위기’가 전 세계적인 문제로 떠오르면서 미국의 방송 진행자이자 영화배우인 코난 오브라이언은 2011년 다트머스 대학교 졸업식 축사에서 “만일 자녀분이 인문학을 전공했다면 근심이 크실 것”이라며 “자녀분의 졸업장으로 정당하게 취직하려면 고대 그리스로 가셔야 한다”고 풍자한 바 있다.

그러나 이런 악조건 속에서도 인문학의 가치는 여전히 중시되는 모습이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국민 5,000명(일반 국민 4,500명, 인문학 전공 인력 500명)에게 물은 결과, 68.4%가 ‘우리 사회에 인문학이 필요하다’라고 답했다. 주된 이유로는 ‘인간 본연의 문제를 다루며 삶의 가치와 의미를 성찰할 수 있다’란 응답(64.8%)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먹고 사는 문제에 치여 인문학이 경쟁에서 밀리긴 했지만, 그 가치 인식은 여전한 것으로 해석된다.

일각에서는 전 세계적인 불황이 오히려 인문학이 부활할 수 있는 계기라고 주장한다. 안상헌 Meaning 독서경영연구소 소장은 책 『청춘의 인문학』에서 “현시대는 창의성이 요청되는 시대”라며 “예전에는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 인정받았지만, 요즘에는 현명하게 일하는 것을 높이 쳐준다. 세상을 놀라게 하는 엄청난 가치를 만들기 위해서는 자기만의 아이디어를 가진 인재를 높이 평가하게 된다”고 말한다. 인문학적 소양이 기업이 원하는 경쟁력의 한 부분이란 뜻이다.

이어 안 소장은 책 『인문학 공부법』에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엔지니어의 기술력만이 아니다. 기술력은 이미 충분하다”며 “오히려 사람이란 무엇이고, 어떤 것을 좋아하며, 아름다움이란 어떤 것인지 충분히 느끼고 공감할 기회를 얻는 것이 사람들을 매료시킬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좋은 대학이나 좋은 직장에 들어가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우리가 무관심하게 대했던 인문학이 실은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라며 “사람이란 무엇이고 어떤 때 감동하는지도 모르면서 어떻게 다른 사람을 이해하고 그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겠는가”라고 꼬집었다. 실제로 인문학과 비즈니스 접목의 성공사례로 꼽히는 아이폰을 개발한 고(故) 스티브 잡스는 “소크라테스와 점심 한 끼 같이할 수 있다면 애플이 가진 모든 기술과 맞바꾸어도 좋다”며 인문학을 강조한 바 있다.

인문학이 일의 효율을 높이거나 난관을 극복하는 직접적인 해답을 제시하지는 않지만, 사람의 본성을 탐구하며 다른 관점에서 그것을 바라보게 하는 힘을 제공하는 것은 분명하다. 그리고 그 힘이 ‘특별함’으로 인정받는 시대가 다가온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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