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국토부 역사의 산증인 박금해, 그가 걸어온 '길'
[리뷰] 국토부 역사의 산증인 박금해, 그가 걸어온 '길'
  • 서믿음 기자
  • 승인 2018.11.16 15: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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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미스 박님" 

1990년 당시 공직 경력 13년 차에 접어들었던 저자(당시 7급 행정주사보)가 갓 들어온 남자 직원에게 들은 말이다. "미스 박"이라는 말에 면박을 주며 제대로 된 호칭을 요구했더니 진땀을 흘리며 겨우 생각해 낸 말이 "미스 박님"이었다. 실제로 그 당시 직업 가진 여성 대부분은 'O양' 혹은 '미스 O'로 불렸다. 결혼을 한다 해도 '미세스 O'로 바뀔 뿐 큰 차이는 없었다. 문제의식을 느끼게 된 저자는 상부에 "여성도 남성과 같이 'O 씨' 'OOO 주사'라고 불렸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담은 편지를 올리면서 비로소 모두의 '박 주사'가 될 수 있었다. 저자가 피워낸 작은 불씨는 20여 년이 지난 2010년 '공무원 호칭 제도 개선방안'이 시행되면서 전 공직사회로 퍼져나갔다. 현재 하급 공무원(6급 이하) 호칭은 '주무관' '조사관'으로 통일된 상태로, 적어도 관공서에서는 'O양'과 '미스 O'가 사라졌다.

이 책에는 이같은 공직사회의 이면에 관한 비화가 가득하다. 1977년 건설부 광주국토관리사무소 행정서기보를 시작으로 여성 최초로 국토관리사무소 수장에 오른 박금해 소장이 전하는 삶의 기록이다. 국토교통부에서 41년을 근무하면서 국토부 변천의 산증인으로 자리한 저자는 자신의 지난 발자취를 돌아보며 그 의미와 가치를 책에 담았다. 장관 40명, 차관 35명을 앞서 보내고 올해 본인도 정년을 앞둔 저자에게 공직은 어떤 의미일까? 

저자에게 공직생활은 그야말로 유리천장 밑에서의 투쟁이었다. 1985년 결혼해 2년간 주말부부로 지내면서 임신한 상황에서 남편이 있는 서울로 발령이 나지 않자 다짜고짜 상경해 총무과장을 면담하고 얻어낸 서울 발령, 광주에서 왔다는 이유만으로 문제아·여자 빨갱이 취급받았던 수모, 우수한 근무 평가에도 남자 직원보다 6년이나 늦은 승진 등 온갖 역경이 가득한 길이었다. 그럼에도 저자는 "국토교통부는 내 인생 무대이자 운명 같은 첫사랑, 그리고 길이었노라"고 고백한다. 이어 "풀코스 마라톤을 달리듯 쉬지 않고 달려왔지만, 이제는 뒤도 보고, 옆도 보면서 많은 사람과 신명나게 춤추고 노래하며 함께 가는 인생길로 만들고 싶다"고 다짐한다. 여성이자 어머니로서 공직을 걸어온 41년의 걸음걸음이 고스란히 이 책에 담겼다. 

41년의 공직생활을 추억 꾸러미에 담아 저자는 곧 새로운 길을 떠나려 한다. 그는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며 나이가 들수록 더 지혜롭게 살아갈 수 있다"며 "자신은 통일의 초석을 다지는 통일 대사가 되겠다"고 당찬 포부를 밝힌다. 그가 걸어온 길이 이 책이 됐듯, 앞으로 걸어갈 길에서 흘러나올 이야기가 궁금해진다. 


『국토우먼 박금해, 길이 되다』
박금해 지음 | 그린북아시아 펴냄|336쪽|15,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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