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지구촌이란 말이 무색하지 않은 시대다. 교통·통신 기술의 발달로 실시간 소통이 가능해지면서 물리적 거리감이 좁아져 마치 한 마을처럼 느껴진다. 그만큼 심리적 거리감은 줄어드는 모습이다.
이런 모습은 음식에서도 나타난다. 해외 여행지에서나 맛 볼 수 있었던 음식을 이제는 한국 곳곳에서 맛보는 것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맛볼 수 있는 세계음식을 추천한다.
이태원에 위치한 이슬람 사원(한국 이슬람교 서울 중앙성원)을 중심으로 인근 골목에는 이슬람 식당이 빼곡하게 자리잡고 있다. 그중 사원 1층에 있는 '살람 베이커리'에서는 터키의 전통 파이과자인 바클라바를 판매한다. 한국에선 아직 생소하지만 바클라바는 터키에서 시작해 그리스와 불가리아. 알바니아 등 동유럽을 제패하고 요르단과 시리아, 레바논, 이란 등 중동 곳곳을 꽉 잡은 대단한 파이과자다. 저자는 "맛이 얼마나 달콤한지 진열장 안을 들여다보기만해도 눈으로 설탕이 쫙 흡수되는 기분"이라고 설명한다.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인근, 과거 동대문에 물건을 사러 온 러시아인들이 빠진 자리에는 몽골인들이 새롭게 자리 잡았다. 몽골인들이 모이면서 자연스럽게 몽골식당도 들어섰는데, '호쇼르'라는 우리나라의 만두와 비슷한 음식이 인기를 얻는다. 호쇼르는 손바닥만큼 큼직한 만두피에 소금과 후추로 양념해 볶은 양고기를 넣고 싸먹는 음식이다. 양고기 비계를 녹인 기름을 사용해 느끼함이 묻어나지만 한국인의 입맛에도 알맞은 편이다.
이태원에는 우즈베키스탄 음식점도 상당수 자리한다. 몽골과 같이 양고기 요리가 가득한데, 그중에서도 골프공 크기의 큼직한 고깃덩어리를 숯불에구워낸 향기로운 양고기 꼬치구이 샤슬릭은 독특한 맛을 자랑한다. 우즈베키스탄식 양갈비찜 카잔카봅은 야들야들하고 보들보들한 육질을 뽐낸다. 별다른 양념 없이 소금과 후추, 커민 정도만 넣은 것인데도 식감이 부드럽다.
우리나라에 밥이 있다면 아프리카에는 푸푸가 있다. 푸푸는 어른 주먹만한 크기의 전분 덩어리로, 밥이나 빵의 역할을 한다. 카사바, 얌, 플란테인처럼 전분이 많이 함유된 뿌리 채소와 과일을 푹 삶아 익힌 다음 절구에 넣고 공이로 쿵쿵 찧어가며 찰지게 만든다. 아프리카 식사예절에 따르면 푸푸는 반드시 오른손으로 입에 넣어 혀로 부드럽게 으깨다 삼켜야 한다.
『여행, 잘 먹겠습니다. 2』
신예희 지음 | 신예희 그림 | 신예희 사진 | 이덴슬리벨 펴냄|272쪽|14,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