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구리 시린 솔로들, ‘앱’ 속에 ‘내 애인’ 있다
옆구리 시린 솔로들, ‘앱’ 속에 ‘내 애인’ 있다
  • 김승일 기자
  • 승인 2018.11.11 08: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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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오다 주웠다라며 자연스레 꽃을 건네주는 연인. 한때 이런 말과 행동은 츤데래’(무심한 척 챙겨줌)라고 불리며 유행했다. ‘딱히 너한테 꽃을 사줄 생각은 없었는데, 어쩌다보니 꽃을 주워서 너한테 주는 거야라는 식. 이런 츤데래식 변명은 조금은 부끄러운 행동일지라도 그 행동을 훨씬 자연스럽게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옆구리가 시린겨울이 다가오면서, 연애 상대를 만나기 위해 츤데래가 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들에게 변명은 취미활동 모임이다. “딱히 연애를 하고 싶지는 않았는데, 모임에서 자연스럽게 친해졌어라는 변명이 가능한 곳. 솔로들 사이에서 각종 취미활동 그룹을 모으는 앱(애플리케이션)이 인기다. 만남을 위한 만남을 주선하는 ‘Say Hi’ ‘Hi There’ ‘1km’ 소개팅 앱과는 달리 만남의 변명으로 삼을 목적이 있다. 그리고 그 목적은 대개 자기발전이나 행복을 추구하려는 것으로, 건전하다.

딱히, 연애하려고 모인 건 아니지만

연애 상대를 고르기 위해 소개팅을 나가는 건 뭔가 인위적이라고 생각해요.” 서울에서 대학을 다니는 김모(25)씨는 소모임앱을 통해 직장인 여자친구를 만났다. 그가 소모임앱을 통해 가입한 그룹은 한 독서모임이었다. 매주 금요일 저녁 왕십리의 한 카페에서 6~8명과 함께 책을 읽고 책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다가 자연스럽게 친해진 것이다. 김씨는 솔직히 여자친구도 만들고 싶고, 쓸쓸해서 가입한 모임이었어요라며 아무래도 독서라는 관심사가 비슷하니, 마음이 통하는 연인을 만들 수 있을 것 같기도 했고요라고 속내를 털어놨다. 해당 모임의 회비는 5,000원이 전부, 모인 돈으로 분기별 회식을 가진다. 같은 방법으로 연애를 시작한 조모(35)씨도 있다. 그가 가입한 곳은 여행 소모임. 단체 여행을 계획해 2달에 한 번씩 여행을 떠나는 모임이다. 조씨는 부모님께서 맞선을 보라고 하시는데, 뭔가 운명적인 만남이 아닌 것 같았어요라며 모임에서 여행을 계획하면서 거의 매주 사람들과 만나며 친해졌고, 결국 여자친구도 만날 수 있었어요라고 말했다.

취향이 같은 좋은 사람들과 취미생활을 즐겨요!’라는 캐치프레이즈. 해당 앱은 2015‘Google Play’ (구글플레이) 내의 올해의 앱으로 선정됐고, 매년 다운로드하는 사람이 늘어 올해 200만 다운로드를 기록했다. 회원 가입은 무료이며, 회원 가입 시 관심 분야를 선택하면 취향에 맞는 모임을 소개한다. 단순히 술자리를 가지기 위한 모임부터 여행, 운동, 자기계발까지, 다양한 종류의 수천 개의 모임이 있다. 모임의 인원은 5명 내외에서 수백 명까지. 설사 취향이 없는 사람도 자신이 사는 지역에서 가까운 모임을 추천받을 수 있다.

이 외에도 비슷한 방식으로 모임을 찾을 수 있는 ‘Talk 소다’, 동네 소모임을 찾을 수 있는 모아등 다양하며 10만 다운로드 수가 넘는 앱이 많다.

[사진출처= 구글플레이]
각각 '소모임' ‘1365자원봉사’ ‘Talk 소다’ 앱 [사진출처= 구글플레이]

좋은 사람은 좋은 일에서

변명으로 삼을 목적이 봉사활동일 수도 있다. “좋은 일하면서 좋은 사람도 찾을 거예요.” 동대문구에 사는 직장인 김모(37)씨는 최근 봉사활동 정보를 모아놓은 ‘1365자원봉사앱을 다운로드했다. 김씨는 물론 봉사활동에 연인을 만나러 간다는 것은 지탄받을 일이지만, 저는 봉사활동도 열심히 하고, 만약 찾을 수 있으면, 사랑도 찾을 겁니다라며 대학생 때 봉사활동을 통해 좋은 사람을 참 많이 만난 기억이 있다라고 말했다. 서초구에 사는 이모(33)씨는 얼마 전 해당 앱에서 구한 봉사활동을 같이 한 이성과 연인 관계로 발전했다. 이씨는 남자친구와 함께 격주로 독거노인분들에게 반찬을 가져다주는 봉사활동을 하다가 가까워졌어요라며 꼭 이성을 만나고자 봉사활동에 나간 건 아니에요라고 말했다.

1365자원봉사 앱은 행정안전부가 운영하는 ‘1365종합봉사나눔포털에서 제공하는 지역별, 시기별 자원봉사 정보를 한데 모아 알려준다. 1365자원봉사 앱은 사설업체에서 만든 세련된 앱과 달리 디자인과 사용자 인터페이스’(UI)가 투박하지만, 지역과 하고자 하는 봉사활동, 시기 등을 입력하면 원하는 봉사활동을 찾을 수 있다. 물론, 앱을 다운로드한 모두가 사람을 만나려는 목적을 가지지는 않았겠지만, 다운로드 수가 10만 회를 기록할 정도로 인기다.

실제로 효과 만점?

이런 앱을 통해 모임을 구하는 것은 몇몇 관계 관련 서적에 따르면 인연을 맺는 데 효과적으로 보인다. 미국의 심리학자이자 대인관계 전문가인 잭 셰이퍼와 마빈 칼린스는 책 호감 스위치를 켜라에서 연인을 만나고 싶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만한 방법들을 소개하며 어떤 유형의 관계를 원하든 근접성, 빈도, 기간에 영향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한 공간에서 자주, 오랫동안 만날 수 있으려면 모임이 제격이다.

또한 일부 책에서는 비슷한 취미나 사회적 배경을 가진 사람끼리는 서로 끌릴 확률이 높다고 설명한다. 인간관계 관련 블로그를 운영하는 최미정 심리학 박사는 그의 책 본의 아니게 연애 공백기에서 우리가 흔히 말하던 끼리끼리 논다’ ‘끼리끼리 만난다는 경험적으로 알았던 조상들의 지혜가 듬뿍 담긴 말이자 진리라며 취미와 사회문화적 배경이 비슷한 사람을 연애나 결혼 상대로 선택하는 경향성을 설명하는 맞춤원리이론이나 상대방과 사회문화적 배경이 비슷하면 서로를 더욱더 이해하기 쉽다는 사회적 동질 결혼이론, 개개인의 특성이나 선호하는 것이 비슷하면 서로 끌린다는 동질 결혼이론 등을 예로 들었다. 혼자라면 옆구리가 시릴 올겨울, ‘열고 내 늑대 내 여우 사냥에 나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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