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례식 ‘위로’의 말, “힘내세요”는 하지 마세요
장례식 ‘위로’의 말, “힘내세요”는 하지 마세요
  • 김승일 기자
  • 승인 2018.11.05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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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연합뉴스]
[사진출처= 연합뉴스]

[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지난 4일 새벽, 한국 영화계의 대부 신성일이 별세했다. 인간은 누구나 그렇듯 그도 멀리 떠나갔다. 그리고 남은 것은 그의 유족과 대한민국 영화계에 무수한 그의 발자취뿐이다.

살아생전 구설수가 많았어도 한 인간의 떠나감은 늘 허전하다. 그리고 그 떠나감이 11월이라서 더욱더 쓸쓸하다. 1968년 차중락, 1971년 배호, 1987년 유재하, 1990년 김현식, 1995년 김성재, 2001년 양종철, 2005년 박애경, 2008년 장현, 2010년 이진원(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 2012년 한주열, 2014년 김자옥올해 신성일까지. 유독 11월은 ‘11월 괴담이 생길 정도로 많은 스타들이 떠나갔다.

아아아아 그 옛날이 너무도 그리워라/낙엽이 지면 꿈도 따라가는 줄 왜 몰랐던가/사랑하는 이 마음을 어찌하오 어찌하오/ 낙엽 따라 가버렸으니.” 11월에 떠난 가수 차중락의 낙엽 따라 가버린 사랑의 가사다.

한 사람이 떠나가면 남은 사람의 마음은 말 그대로 찢어진다. 최근 미국 라이스대학교 연구진이 배우자 또는 연인을 잃은 지 2주 미만인 99명의 혈액을 분석한 결과, 극도의 슬픔과 비통함을 느끼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신체 염증 수치가 최대 17%까지 높아진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슬픔의 강도가 높은 상위 약 33%는 슬픔의 강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하위 약 33%와 비교해 염증 수준이 53.4% 높았다.

떨어져 버린 낙엽처럼, 가버린 사람이 안타깝지만, 이제는 남은 사람들이 걱정이다. 날씨가 쌀쌀해지는 11, 많은 이들은 남은 이들을 제대로 위로하는 법을 잘 알지 못한다.

미국에서 슬픔에 관한 상담과 교육을 35년 이상 해온 패트릭 오말리의 조언을 참고해볼 필요가 있다. 오말리는 그의 책 제대로 슬퍼할 권리에서 슬퍼하는 사람, 특히 가족과 사별한 사람들을 위로할 방법을 소개한다.

슬픔에 빠진 사람을 만났을 때 해야 할 말은 단 한 가지, “정말 안됐어요. 오말리는 이것이 필요한 전부다. 정말이다. 진심으로 말하고 더 아무 말도 하지 마라. 간절히 돕고 싶어서 계속 무슨 이야기라도 하고 싶을지라도 말이다라고 말했다.

반대로 절대 하지 말아야 할 말들도 있다. 오말리는 당신의 경험이나 종교적인 믿음이 유족의 경우와 관련이 있을 것으로 생각하거나 혹은 유족에게 슬픔에 대해서 가르치려고 하지 마라 유족에게 슬픔의 강도나 애도 기간에 관해서 묻지 마라 절대 각자의 상실을 비교하지 마라 누군가 스트레스를 받고 있을 때 우리는 대체로 충고가 필요하리라 추측하는 경향이 있으나, 절대 충고하지 마라 유족의 강인함이나 용기를 칭찬하거나 또는 잘 견디고 있다고 말하지 마라 시간이 약이야” “잘 이겨내야 해” “강해져라” “돌아가신 분도 네가 슬퍼하는 걸 원치 않아” “생산적인 일을 하며 바쁘게 사는 게 중요해” “지나간 일에 젖어 살면 안 돼” “네가 가진 좋은 것들에 감사해야 해” “다른 사람들은 이보다 심해” “이 일이 널 더 강하게 해줄 거야” “신이 뜻하신 바가 있을 거야” “갈 때가 돼서 간 거야라는 식의 상투적인 표현을 피하라 등을 조언했다.

또한 저자에 따르면, 만약 슬퍼하는 사람을 정말 돕고 싶다면 확실히 말하고 끝까지 책임져야 한다. 식사를 준비하고, 아이들을 등·하교 또는 등·하원 시켜주는 것처럼 말이다. 또한 진심으로 위로해주고 싶다면, 당신은 슬퍼하는 사람이 어떤 상황에 놓여 있든지 그와 함께해야 한다. 비록 상대방의 태도가 당신의 개인적인 위로나 경험에 비춰볼 때 낯설게 느껴지더라도 말이다.

다른 전문가들의 말도 이와 비슷하다. 네덜란드 출신 로마 가톨릭 사제이자 영성가 헨리 나우웬은 그의 책 Compassion에서 동정은 우리에게 고통 속에서 함께 소리 지르고, 외로운 사람들과 함께 슬퍼하고, 눈물을 흘리는 사람과 함께 울라고 요구한다. 동정은 우리에게 약한 사람과 함께 약해지고, 상처 입은 사람과 함께 상처 입고, 힘없는 사람과 함께 힘없어지라고 요구한다. 동정은 그 사람의 상황에 완전히 동화되는 것을 의미한다라고 말했다.

유족을 돕는 주제로 글을 쓰는 미국의 심리상담가 알렌 울펠트는 위로하는 행위를 동행하기라고 표현했다. 그는 동행하기란, 조용히 있는 것이다. (중략) 동행하기란, 다른 사람의 고군분투를 지켜보는 것이다. 그러한 노력을 평가하거나 지시하는 것이 아니다. 동행하기란, 이끌고 가거나 끌려가는 것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SQ 사회지능의 저자 대니얼 골먼은 충분한 듣기의 중요성을 역설한다. 상대가 깊은 관심과 동정을 가지고 들어주면 말하는 사람의 뇌에 정말 변화가 생긴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오말리는 핵심은 말하는 사람과 그 순간 완전하게 함께하는 것이라며 당신의 머리와 가슴을 비우고 아무런 판단도 하지 말고 말하는 사람에게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는 보통, 태어나서 단 한 번도 타인을 위로하는 방법에 관해 배우지 못한다. 그러나 잎이 떨어지듯, 모든 사람은 진다. 어쩌면 모든 것을 배우기에 앞서, 위로하는 법을 배워야 함이 마땅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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