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고독과 단절감을 드러내는 백지. 그 위에 그린 인간의 불안과 의심을 담은 뒤틀린 육체. 글로만 표현하더라도 그 그림이 떠오르는 화가가 여기 있다. 에곤 실레다.
『나, 영원한 아이』는 국내 출간된 책으로는 처음으로 화가 에곤 실레의 글을 담았다. 독창적인 그림에 그동안 알지 못했던 작가의 생각이 합쳐지며, 독자가 화가를 더욱더 깊이 이해할 수 있게 한다.
“나태한 시간과 무기력한 학교생활이 시작되면서 나는 영원한 죽음의 마을에서 나를 잃었다. 그 시절 나는 아버지의 최후를 맛봤다. 순진한 선생들은 내게 늘 최악의 적이었다. 이제 나는 나의 생명에 삶을 돌려줘야 한다.” 그의 그림은 인간의 실존을, 자신을 찾아가는 탐미의 과정이었다.
“그대 자신이 돼라! 그대 자신이! (중략) 삶이란 가난한 이들과 영원한 추종자들을 위해 망각을 퍼트리고 씨앗을 뿌리고, 낭비하는 것 아닐까?” 예술가 특유의 반골은 그의 매력을 드러냄과 동시에 그의 작품이 어째서 남들과 다르게 그려졌는지 알 수 있게 한다.
에곤 실레의 그림과 글이 합쳐져 새로운 감동을 주는 이 책은 그 자체로 예술이다. 지난달 31일이 에곤 실레가 28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지 100년이 되는 날이라고 하니 더 뜻깊다.
『나, 영원한 아이』
에곤 실레 지음|알비 펴냄|160쪽|1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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