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사에게 듣다] 씽텅 랍피셋판 주한 태국 대사 “웃음과 자유 그리고 불교의 나라”
[대사에게 듣다] 씽텅 랍피셋판 주한 태국 대사 “웃음과 자유 그리고 불교의 나라”
  • 서믿음 기자
  • 승인 2018.11.04 12: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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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사는 국가수반으로부터 부여받은 권한을 바탕으로 파견된 수교국가에서 외교교섭은 물론 양국 간 문화 교류를 직·간접적으로 지원합니다. 주재국에서 대사는 곧 국가와 같은 상징성을 지니기 때문에 대사의 말은 해당 나라에 대한 가장 믿을만한 정보로 평가받습니다. <독서신문>은 '2018 책의 해’를 맞아 진행하는 ‘책 읽는 대한민국’ 캠페인의 일환으로 한국에 주재하는 외국 대사를 통해 각 국가의 문화·예술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을 마련했습니다. <편집자 주>

 

[사진=이태구 기자]
[사진=이태구 기자]

[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자유의 땅’이라는 의미를 지닌 태국은 3년 연속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여행객(2,005만 명·2018년 글로벌 여행도시 지표(GDCI) )이 방문한 국가로, 태국을 찾는 한국 관광객 수는 연간 100만 명에 달한다. 수도 방콕을 비롯해 빼어난 풍경의 휴양지로 각광받는 후아힌, 카오락, 끄라비, 푸껫, 코사무이 등에는 세계 각지 관광객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다.

특히 방콕은 세계에서 가장 긴 도시 이름(기네스 기록 보유 )으로도 눈길을 끄는데, 정식 이름은 무려 67자에 달한다. 방콕의 정식이름은 ‘끄룽 텝 마하나콘 아몬 라따나꼬신 마힌타라 유타야 마하딜록 폽 노파랏 랏차타니 부리롬 우돔랏차니웻 마하사탄 아몬 피만 아와딴 사팃 사카타띠야 윗사누깜 쁘라싯’으로, 의미는 ‘천사의 도시, 위대한 도시, 영원한 보석의 도시, 인드라 신의 난공불락의 도시, 아홉 개의 고귀한 보석을 지닌 장대한 세계의 수도, 환생한 신이 다스리는 하늘 위 땅의 집을 닮은 왕궁으로 가득한 기쁨의 도시, 인드라(전쟁의 신 )가 내리고 비슈바카르만(인도 신화 속 건축가 )이 세운 도시’이다.

긴 이름에 비해 여타 국가의 수도와 비교할 때 역사는 그리 길지 않다. 13세기 수코타이(태국의 첫 번째 통일 국가·1238~1438 ) 왕조 시대부터 수도였던 아유타야가 캄보디아 등 주변국의 침략으로 폐허가 되자 1782년 방콕이 새로운 수도로 지정되면서 230여 년 남짓한 역사를 이어오고 있다. 태국은 비록 외세의 침입으로 수도를 옮기는 역경을 겪기는 했으나 18세기 후반 대부분의 아시아 국가가 서구열강의 식민지로 전락하는 중에도 동남아시아 국가 중 유일하게 식민 지배를 받지 않은 저력을 지닌 국가다. 제국주의 탐욕을 드러내는 프랑스와 협상 과정에서 영토 일부(현재 라오스, 캄보디아 일부 지역 )를 떼어주긴 했지만, 주권을 끝까지 지켜내며 치욕을 면할 수 있었다.

태국인은 주권 사수 역사에 대한 자부심만큼 불교에 대한 애착도 상당하다. 전 국민 중 96%가 불교 신자이며 남자는 일생에 한 번은 일정 기간 절에 들어가 스님 생활을 해야 한다는 의식이 상식처럼 통한다. 지난 7월 태국 치앙라이 주(州) 탐 루앙 동굴에 갇혔다가 기적적으로 생환한 13명의 태국 유소년 축구팀 선수 중 1명(기독교인 )을 제외한 전원이 삭발하고 9일간 불교에 귀의한 것도 이런 인식에 기초한 것이다.

연간 100만 명의 한국인에게 아름다운 추억을 선사하고 있는 태국. 그곳에 대한 궁금증을 안고 용산구에 위치한 주한 태국 대사관에서 만난 씽텅 랍피셋판 대사는 “태국을 찾는 한국인 관광객 비중은 중국, 일본에 뒤지긴 하지만, 인구비율로 따져보면 가장 높은 수준”이라며 한국인의 태국 사랑에 감사함을 전했다. 포근한 미소가 인상적인 씽텅 대사에게서 태국의 이모저모에 대한 설명을 부탁했다.

[사진=이태구 기자]
[사진=이태구 기자]

- ‘책 읽는 대한민국’ 캠페인의 명사로 선정됐다. 소감과 함께 독자 여러분께 인사 부탁드린다.

사와디캅(태국식 인사). 이렇게 명사로 선정해 주시니 감사하다. 또 <독서신문>을 통해 독자 여러분께 인사드릴 수 있게 돼 기쁘게 생각한다.

- 한국과는 어떤 기회로 인연을 맺게 됐는지? 한국에 대한 첫인상이 궁금하다.

사실 한국에 오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지는 않다. 마하 와치랄롱꼰(Maha Vajiralongkorn) 국왕 폐하와 태국 정부의 명에 따라 주한 태국 대사로 부임하게 됐다. 그렇다고 한국을 대하는 마음이 가벼운 것은 아니다. 국왕 폐하와 태국 정부의 대리인으로서 한국을 마음에 품고 양국 간 외교 관계의 폭을 넓히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 한국에 와서 받은 첫 느낌은 아름다운 자연과 발전된 도시의 공존이었다. 특히 산업발전 과정에서도 (문화 ) 유산을 잘 보존한 서울의 모습은 경이로움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 책은 그 시대의 사회문화를 반영하기 마련이다. 요즘 태국에서는 어떤 내용의 책이 인기를 얻고 있나?

2015년 태국 통계청의 발표에 따르면 태국 독자들은 일반 상식을 다루는 책이나 잡지, 종교 서적을 선호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개인적 소견으로 볼 때, 직업, 연령 등의 기준에 따라 관심사가 다양한 만큼 현재 태국 사회에서 인기 있는 장르를 특정하기는 어렵다고 본다. 강조하고 싶은 점은 태국인은 픽션과 논픽션, 국내 외 서적을 통틀어 폭넓은 독서 생활을 영위하고 있으며, 그만큼 세계 출판 시장의 흐름에 관심을 가지고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것이다.

- 태국에서는 비둘기에게 모이를 주면 징역형에 처할 수 있다고 들었다. 또 승려와 신체접촉을 해서는 안 되며 특히 여성은 승려에게 접근하는 것조차 주의해야 한다고 들었다. 태국을 방문한 외국인 여행객이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면?

먼저 비둘기와 관련해서 말하자면, 태국 정부는 1992년부터 공중 보건법, 청결질서 유지법을 제정해 공공장소에서 질병 전염의 매개체가 될 수 있는 동물에게 먹이 주는 것을 불법으로 규정해 왔다. 전염성 질병 전파를 막기 위한 목적이 컸다. 그러던 중 2013년 세계 보건 기구가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 감염 사례로 소개한 15개국 가운데 태국이 포함되면서 태국 정부는 사람이 많은 도심에서 비둘기를 사육, 포획, 먹이 주기 등을 더욱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다.

또 승려의 경우 여성의 접근이 허용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여성도 남성과 동일하게 승려에게 가까이 다가가 대화를 나눌 수 있다. 다만 태국에서 승려가 지니는 상징적 의미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태국에서 승려는 탐욕을 멀리하고 수행을 통해 부처의 가르침을 전하는 사람이다. 무려 227개에 달하는 규칙을 지키며 생활하는데, 그 안에는 여성과 신체접촉을 금하는 것도 포함된다. 여성을 만지는 것뿐만 아니라 (접촉을 ) 당하는 것도 금기사항이기 때문에 이 점에 대해서는 주의가 필요하다. 승려는 태국인의 굳건한 종교적 신념의 대상으로 존경을 받고 있으며, 한국 내 태국인 사회에서도 승려가 중심 역할을 맡고 있다.

태국은 ‘웃음의 나라’다. 외국인 손님이 이런 태국의 문화와 생활방식을 존중하는 모습만 보여준다면 언제든 환한 웃음으로 환영할 것이다.

[사진=이태구 기자]
[사진=이태구 기자]

- 한국에서 태국은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만끽할 수 있는 여행지로 각광받는다. 반대로 태국에 알려진 한국의 모습은 어떤지?

개인적인 관점으로 볼 때, 태국에서 한국은 드라마, TV쇼, 그리고 음악(K-Pop )을 잘 만드는 나라로 알려졌다. 특히 K-Pop이 뜨거운 사랑을 받고 있는데, 블랙핑크, NCT, GOT7, CLC, 리얼걸프로젝트, 2PM 등의 가수가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K-Pop의 인기를 반영해 올해 한·태 친선대사에는 닉쿤(2PM 멤버 )을 임명하기도 했다. 한류 열풍 때문인지 많은 태국인이 한국을 찾고 있는데 지난해에는 42만 명의 태국인이 한국을 찾았다.

- 올해는 한-태 수교 60주년이다. 최근 양국 간 현안 중 대사님이 가장 관심을 두고 있는 부분은 무엇인지? 양국 간 문화 교류 증대를 위해 어떤 계획과 준비가 이뤄지고 있는지?

한국과 태국은 수교 60주년을 맞아 여러 방면에서 유대관계를 강화하며 긴밀한 협력관계를 유지하는 데 힘쓰고 있다. 특별히 지난 6월에는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태국을 방문해 태국 수상과 외무부 장관을 만나 유익한 대화의 시간을 가졌으며, 지난달 3일에는 쁘라윳 짠오차(Prayuth Chanocha) 태국 총리와 문재인 대통령이 수교 60주년 축하 메시지를 교환하며 협력 의지를 확인한 바 있다.

경제 방면으로는 올해 매일경제신문 태국 포럼 개최와 한국수입업협회의 태국 방문을 도왔는데, 한국의 신남방 정책(아세안 국가와의 협력 수준을 미국·중국·일본·러시아 등 주변 4강국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구상 )이 양국 간 경제협력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문화 방면으로는 올해 5월 서울에서 제4회 태국 축제를 개최해 한국에 태국 문화를 크게 알렸다. 행사는 3만3,000명이 참석해 성황리에 마쳤고 이어 전국적으로 양국 민간단체 간 교류가 줄을 이었다. 지난 9월 열린 안동 국제 탈춤 페스티벌에서는 ‘태국 문화의 날’ 행사가 열리기도 했다.

교육 방면으로는 한국 외대와 서울대학교, 부산외국어대 등이 세미나, 연설, 논술대회 등과 함께 활동을 벌였다.

[사진=이태구 기자]
[사진=이태구 기자]

- 태국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책을 추천한다면? 또 개인적으로 감명 깊게 읽었던 책 2-3권정도 소개한다면?

정치가이자 문학가인 쿠크리트 쁘라못(Kukrit Pramoj)의 『Four Reigns』를 추천하고 싶다. 『Four Reigns』는 태국의 역사소설로 방콕 궁전 안팎에서 벌어지는 재미난 이야기를 다룬다. 태국에서는 매우 유명한 현대 고전으로 1890년대부터 2차 세계대전의 격동기에 이르기까지 태국이 직면했던 사회적, 정치적 문제에 대한 통찰력을 제공한다. 비록 허구의 인물들이 등장하긴 하지만 역사적 사실에 바탕을 두고 이야기를 풀어내면서 중요한 의미를 전달한다. 특히 여주인공 플러이는 해당 시기 태국 국민의 생각과 감정을 고스란히 대변한다.

케니 이(Kenny Yee)의 『Dos and Don’ts in Thailand』도 읽어볼만하다. 태국의 사회·문화를 외국인의 관점으로 풀어낸 책으로, 일부 왜곡된 부분이 있긴 하지만 태국 시민으로서 매우 재미있게 읽었다. 태국인과 외국인이 서로에게 마음을 열고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주는 책이다.

안타깝게도 앞서 추천한 두 권의 책은 아직 한국어로 번역되지 않았다. 이러한 책들이 하루빨리 한국어로 번역돼 한국 독자들에게 읽히는 날이 오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한국인이 책을 통해 태국 문화에 친숙해지면 영화, TV쇼, 다큐멘터리, 연극, 뮤지컬 등 다양한 매체 교류가 뒤따르면서 양국 간 관계 개선과 엔터테인먼트 사업 협력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또한 책과 문학이 양국 간에 탄탄한 문화기반을 구축하면서 상호 간에 문화가 더욱 확장되는 효과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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