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홍수 시대, 최종 피해자는 국민?... ‘참을 수 없는 뉴스의 가벼움’
언론 홍수 시대, 최종 피해자는 국민?... ‘참을 수 없는 뉴스의 가벼움’
  • 서믿음 기자
  • 승인 2018.11.02 19: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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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포털 온라인 기사는 조미료 가득한 싸구려 음식 같다.” 천편일률적인 내용에 제목만 자극적으로 각색한 포털 온라인 기사를 겨냥한 한 불만이다. 네이버가 지난달 10일 개편된 포털 서비스 ‘그린닷’ 베타버전을 공개한 가운데 20개의 네이버 키워드, 10개의 뉴스토픽, 10개의 다음 키워드에 맞춰 자사 뉴스를 상위에 노출하기 위한 언론사 간 치열한 경쟁이 여전한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포털 온라인 뉴스의 최전선에는 각 언론사가 전략적으로 마련한 온라인 뉴스팀이 존재한다. 언론사별로 디지털콘텐츠팀, 속보팀 등 각기 다른 이름으로 불리지만, 실시간 이슈의 빠른 기사화라는 본래 목적에는 차이가 없다. 온라인 뉴스의 등장으로 뉴스 소비가 실시간으로 이뤄지면서 정보 파급력과 신속성은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수준에 도달했지만, 양적 팽창이 질적 하락으로 이어지는 모습을 보인다. 잘 정리된 속보 전달보다는 조회 수 확보가 더 중시되기도 한다. 인기 키워드를 클릭했을 때 자사 기사가 상단에 표시되게 하기 위해 기사 내용(사실 전달 )과 질(분석·해석 )에 눈을 감은 언론사가 늘어나면서 ‘홍수에 먹을 물을 찾기 힘든’ 상황이 자주 벌어지고 있다. 특정 언론사의 단독 보도 후 일정 시간이 지나면 내용을 가볍게 다루면서 자극적인 제목으로 포장한 이른바 ‘베껴쓰기’ 기사들이 포털을 가득 메우면서 잘 쓰인 기사가 뒤로 밀리는 모습도 나타난다.

이러한 현상의 근원에는 돈이 자리한다. 언론사의 최대 소득원인 온·오프라인 광고는 언론사의 영향력에 따라 차등을 두는데, 온라인 광고의 경우 ‘기사 클릭 수’를 토대로 광고료를 책정하기 때문에 언론사가 매출 증대를 위해 독자의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제목과 내용의 기사를 쏟아내는 실정이다.

보통 이런 기사에 공을 들이는 언론사는 중·소규모의 언론사가 다수를 차지한다. 네이버는 수백 개 언론사와 제휴를 맺고 있지만, 그중 ‘콘텐츠 제휴’를 맺은 44개 언론사 기사 위주로 대표 뉴스란(포털 첫 화면 )에 표시해왔다. 콘텐츠 제휴를 맺었지만, 주간지나 전문지에 해당하거나 그 외 ‘스탠드 제휴’나 ‘검색 제휴’ 등의 언론사는 자사 기사 노출을 위해 포털 키워드에 목을 맬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이런 상황을 두고 책 『미디어 구하기』로 국내에 잘 알려진 줄리아 카제 AFP 통신 이사는 “인터넷이 나타나면서 어느 때보다 많은 정보가 우리에게 주어졌지만, 온라인 콘텐츠의 33%만이 오리지널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3분의 2는 베껴 쓰는 것”이라며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선 고품질 뉴스가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주요 뉴스 창구인 네이버가 자정 노력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간 네이버는 어뷰징(인기 키워드를 이용한 중복기사 게재)기사 등에 벌점을 부과해 일정 기준을 넘어서는 언론사를 검색 제휴에서 퇴출하는 제재안을 시행해 왔다. 지난 2월 이뤄진 네이버와 카카오의 뉴스제휴평가위원회는 누적벌점이 6점 이상인 9개 언론사를 상대로 재평가를 시행해 그중 4개 매체(네이버 2개, 카카오 2개 )를 탈락(이후 네이버 포털에서 뉴스 노출 안 됨 )시킨 바 있다. 이어 지난 4월에는 ‘네이버가 선정한 기사를 사용자 3,000만 명이 일괄 소비하는 것이 사회 다양성을 결여시킨다’는 지적을 수렴해 사용자가 구독하고 싶은 언론사를 선택하게 하고, 또 인공지능(AI) 기반 뉴스 추천 서비스를 골자로 한 ‘뉴스 서비스 개편안’을 내놓았다. 그 결과물로 네이버는 모바일 첫 화면에서 뉴스를 없애고, 오른쪽으로 넘길 때마다 각각 ‘구독한 언론사 뉴스’, ‘인공지능 추천 뉴스(에어스 뉴스 )’를 제공하는 ‘그린닷’ 베타버전을 지난달 10일 공개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콘텐츠 제휴사’가 아니면 사용자가 구독 선택조차 할 수 없다”며 “영세한 언론사는 특종·단독보도를 해도 사용자에게 알릴 방법이 극히 제한된다”고 비판적인 견해를 밝혔다. 기사 파급력이 약하고 재정 자립도가 낮은 영세 언론사가 포털의 키워드 기사에 매몰되는 문제가 언론의 순기능(취재를 바탕으로 사회 현상에 대한 다양한 관점 제시 )을 약화하는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이에 대해 카제는 “양질의 뉴스는 공공재이기 때문에 시장에만 맡길 수 없다. 모든 뉴스가 공공재는 아니지만, 그것이 목표가 돼야 한다”며 “개인 펀딩이 한국의 바람직한 언론사 지배구조 모델로 자리 잡고 있는데 (정부는) 미디어에 기부할 수 있는 일종의 바우처(쿠폰)를 시민에게 지급해 고품질 뉴스의 특징인 정보의 독창성을 살려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언론사가 가치 있는 뉴스로 독자에게 인정받는 것과 경쟁에서 뒤처진 언론사가 도태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다만 언론의 적자생존 과정에서 언론이 돈에 치우쳐 언론 본연의 가치를 잃어서는 안 될 것이다. 국민은 언론을 통해 다양한 사안의 열린 관점을 제공받을 권리가 있다. 그런 국민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서 언론이 자생할 수 있는 환경 조성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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