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고대인들의 인간성이 그들의 신화를 통해 드러난다면, 현대인들의 인간성은 브랜드를 통해 유추해볼 수 있다. 현대에는 신전이 아닌 거리와 매장에서 동일한 그 신들을 숭배하는 신도들의 행렬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책 맨 처음에 나오는 말이자, 이 책을 관통하는 문장이다. 현대인들은 확실히 명품을 좋아한다. 그리고 좋아하는 데는 이유가 있기 마련이다. 사람들이 왜 해당 명품을 좋아하는지를 안다면 그들에 대해서도 좀 더 깊이 알 수 있지 않을까. 책의 이름이 ‘브랜드 인문학’인 이유다.
한때 몰락해가던 프라다를 다시 일으켜 세운 이는 창업자 마리오 프라다의 손녀 미우치아 프라다다. 미우치아 프라다는 과격한 페미니스트였다. “왜 명품은 페미니스트의 적인가?”라는 의문은 어느새 프라다의 정체성이 됐고, 소비자는 프라다를 입음으로써 과시보다는 ‘나다움’을 찾게 됐다.
지방시의 설립자 위베르 드 지방시는 이질적 요소들이 서로 분리됐을 때 느끼는 불쾌감을 조화를 통해 어울림이라는 유쾌감으로 만들며 반전효과를 극대화했다. 또한, 기괴한 패션에 매력을 느끼면서도 기존 스타일을 벗어나지 못하는 소비자에게 ‘고딕 패션’이라는 이름으로 다가갈 용기를 줬다. ‘고딕성’은 수많은 이질성이 드러나는 경계에서 그 이질성을 흡수해 이전에 없었던 것을 창조하게 했다.
비비안 웨스트우드는 로코코 패션을 통해 남성 권력이 낳은 여성의 패션을 과감히 변형시켜 여성의 정체성과 여성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다. 로코코풍에는 전통 패션과 신식 패션, 고급문화와 대중문화 사이의 어떤 혼재가 있다.
루치아노 베네통에게 브랜드 베네통은 ‘색체 감각’이었다. 만약 병 깊었던 몸이 건강해지는 데 감각 회복까지 포함한다면, 브랜드 베네통은 회복의 수단으로서 색체 감각을 선택했다. 베네통은 이제까지 접하지 못한 색채 감각을 패션에 유감없이 발휘한다. 감각의 힘은 각자가 체험하게 되는 색체로 지속될 뿐이다.
『브랜드 인문학』
김동훈 지음|민음사 펴냄|486쪽|18,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