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겨울, 필수 월동준비는 따로 있다
추운 겨울, 필수 월동준비는 따로 있다
  • 서믿음 기자
  • 승인 2018.11.01 18: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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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연합뉴스]
[사진출처=연합뉴스]

[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일 년 사계절 중 겨울맞이는 유독 유난스럽고 왁자지껄한 모습이다. 그래서인지 겨울맞이는 사계절 중 유일하게 ‘월동(越冬) 준비’란 이름을 갖고 있다.

대표적인 월동준비는 ‘김장’이다. 거센 추위가 만물의 생장을 가로막는 겨울, 우리 선조는 배추를 소금에 절여 겨울 내 먹을거리로 삼았다. 소금에 절인 김치는 오랜 기간 보관이 가능했고, 다량의 유산균까지 함유된 훌륭한 영양 밥반찬이 되기에 충분했다. 김치의 기원은 대략 3,000년 전으로 추정된다. 고려 문신 이규보가 쓴 책 『동국이상국집』에는 “순무를 장에 넣으면 삼하(여름 3개월)에 더욱 좋고, 청염에 절여 구동지(겨울 3개월)에 대비한다”라는 대목이 있어 김치의 유래를 짐작게 한다. 또 조선 시대 정학유가 지은 책 『농가월령가:10월』에는 “무, 배추 캐어들어 김장을 하오리라”라고 적혀 김장의 기원 또한 추측게 한다.

김장에는 우리 조상의 공동체 정신이 함께 버무려져 있다. 품앗이가 일상이었던 과거, 김장은 동네 행사였다. 장현우 시인은 시 「김장하는 날」에서 “속이 꽉 찬 배추같이 속이 꽉 찬 엉덩이들이 방아를 찧든 엉덩이를 씰룩이며 바닷물에 배추를 씻는다. 멸치젓국 끓이는 냄새가 김칫거리 져나르는 아부지를 여나르는 누나들을 허천나게 따라다닌다”라고 김장 날 풍경을 묘사했다. 남·여, 어른·아이 할 것 없이 모든 노동력이 총동원되는 ‘일년지대사’였다. 그만큼 김장에는 상당한 비용이 들어갔는데 이 때문에 1970~1980년대 대다수 회사는 전 세계에서 유일한 ‘김장 보너스’를 지급하기도 했다.

세월이 바뀌어 김치를 사 먹는 집이 많아지고 공동체 의식이 약해지면서 각 가정의 김장 문화가 예전 같지는 않지만, 최근에는 지방자치단체, 종교·시민단체 주관으로 불우이웃 돕기를 위한 김장 행사가 개최되고 있다. 전 세계에서 한국만이 지닌 김장 문화의 의미를 되새기고 그 속에 담긴 ‘공동체 의식’을 바탕으로 어려운 이웃을 돌아본다는 의미에서다. 오는 11월 2~4일에는 서울광장에 각계각층 시민 6,000여 명이 모여 배추 165톤을 버무리는 역대 최대 규모의 ‘서울김장문화제’가 개최될 예정이다. 행사에서 만들어진 김치는 전량 서울특별시사회복지협의회와 서울시푸드뱅크를 통해 어려운 이웃에게 전달된다.

월동준비의 또 다른 중요한 요소는 난방이다. 대부분의 가정이 기름·가스보일러를 사용하면서 예전처럼 땔감이나 연탄을 쌓아두는 수고를 하지 않아도 되지만, 저소득 가정에서는 아직까지 연탄을 주요 난방 수단으로 사용하면서 연탄은 ‘가난의 상징’이라는 말이 나온다. 에너지 빈곤층은 전국에 15만 가구에 달하며, 그중 10만 가구는 월 소득 20만 원 미만의 노령계층이다. 이에 연탄후원단체인 ‘밥상공동체’는 현재 전국 31개 지역에서 연탄은행을 운영하며 지난 2002년부터 33만 가정에 연탄 5,000여만 장을 전달했다.

최근, 계절과 관계없이 전 세계에서 식자재 조달이 가능하고 도시가스로 인해 난방자재 비축이 불필요해지면서 기존 ‘월동준비’의 목적이 ‘생존’에서 ‘사랑 나눔’으로 변화하는 모습을 보인다. 추운 날씨로 고통 받는 우리 주변의 이웃을 돌아보는 계기로 삼겠다는 것이다. 일부 기부단체의 기금 유용 소식으로 타격을 입기도 했지만, 지난해 11월 20일부터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서울 광화문에 설치한 ‘사랑의 온도탑’은 목표액을 9억 원 초과한 4,003억 원을 모금해 100.2도로 종료됐다. 제주 지역에서는 목표액을 3억5,000만 원 넘어선 47억6,509만 원을 모금해 사상 최고 수준인 107.9도를 기록하기도 했다.

토베 얀손의 책 『무민의 겨울』에서 예기치 않게 겨울잠에서 일찍 깬 무민은 친구의 도움으로 추운 겨울을 이겨낸 끝에 “이제 나는 다 가졌어. 한 해를 온전히 가졌다”라며 겨울의 가치를 새롭게 느낀다. 무민이 주변의 도움을 받아 겨울을 새롭게 경험했듯, 2018년 겨울을 앞둔 현시점에서 우리 사회도 선행을 통해 ‘아직은 살만한 세상’이라는 감동을 전하는 뜻 깊은 월동준비를 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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