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의 시작, 따뜻한 책 한 권 마셔봐요”… 국립중앙도서관 11월 사서추천도서
“겨울의 시작, 따뜻한 책 한 권 마셔봐요”… 국립중앙도서관 11월 사서추천도서
  • 김승일 기자
  • 승인 2018.11.01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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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겨울이 그 시작을 알리는 입동’(立冬)의 달 11월이다. 첫눈이 내린다는 소설(小雪)이 지나면, 떨어져 버린 낙엽처럼 거리는 쓸쓸해진다. 너무 추워 모두 카페 안으로, 건물 안으로 걸음을 재촉하는 것이다. 야외에서 무엇을 하기가 어려워지니 유희의 선택지가 줄어든다. 실내에서 할 수 있는 것이라곤 스마트폰이나 TV보기, 그리고 책 읽기밖에 더 있으랴. 책 읽기 좋지 않은 계절은 없지만, 11월은 책과 소원하던 그 누구라도 한 번쯤은 손에 책을 쥐게 하는 힘이 있는 달이다. 이왕에 펼쳐볼 책이라면 국립중앙도서관의 전문 사서들이 추천하는 검증된 도서는 어떨까.

주문을 틀리는 요리점
오구니 시로 지음김윤희 옮김웅진지식하우스 펴냄23214,000

20176, 일본 도쿄 시내에 주문을 틀리는 요리점이라는 식당이 문을 열었다. 식당 이름도 이상한 데다가 단 이틀만 영업하는 음식점이라니!

일본 NHK PD인 저자는 과거 취재 때문에 한 치매 시설을 방문하게 된다. 그곳에서 주문과 다르게 엉뚱한 음식을 받게 됐고, 그는 주문을 틀리는 요리점프로젝트를 기획하게 됐다.

이 책은 실제로 치매를 앓거나 인지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식당 종업원이 돼 겪는 에피소드를 다루고 있다. 실수투성이에 뒤죽박죽 정신없는 분위기지만 신기하게도 종업원과 손님 모두가 즐거워한다.

이미 고령 사회에 진입한 우리나라도 치매가 심각한 사회 문제 중 하나다. 이 책은 우리가 치매를 앓는 사람들과 사회의 일원으로서 어떻게 함께 살아가야 하는지 알려 주고 있다.

책 속 한 문장

치매 환자는 평생 자신의 의사대로 행동에 옮기는 것을 억제당해 온 역사 그 자체인 거지. 하지만 인간이 왜 멋진 존재인가. 자신의 생각을 행동으로 옮길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멋진 일인가. 인간이, 자신의 뇌가 무너졌다고 해서 그 사람에게 가장 멋진 것을 빼앗으려고 해서는 안 된다. 최대한 그것을 지켜주는 것, 그 역할을 해 주어야 한다고 생각해.” <152>

인생 우화
류시화 지음연금술사 펴냄35616,000

천사의 실수로 세상의 모든 바보들이 폴란드의 헤움이란 마을에 떨어졌다. 그런데 모두의 걱정과는 반대로 그들은 헤움 마을을 세상 어느 곳보다 행복한 장소로 만들어나갔다. 어떻게 된 일일까?

이 책은 시인 류시화가 폴란드 지역의 우화에서 영감을 얻어 저자의 통찰력과 상상력을 가미해 만든 우화집이다. 추운 겨울, 진흙 웅덩이에 발이 빠진 사람을 구해야 하는 촌각을 다투는 일에 스스로 지혜롭다. 마을 현자들이 모여 웅덩이에 빠진 사람의 발은 얼어붙고 있지만 현자들은 이 사람이 언제 웅덩이에 빠졌는지, 어느 방향에서 걷다가 빠졌는지, 이것이 신의 뜻인지를 고민한다. 마침내 합의된 해결 방법은 봄이 올 때까지 기다리는 것! 땅이 녹으면 웅덩이에 빠진 이가 스스로 빠져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45가지의 에피소드를 읽고 있노라면 헤움 사람들의 황당한 사고방식에 당혹스러워지고 이들의 어리석음과 과장됨에 웃음이 난다. 하지만 이내 어리석게만 보이는 헤움 식으로 살아가기와 우리들이 세상을 살아가는 모습이 매우 닮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지금 인생의 조언이 필요하다면,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의 엉뚱한 진실에 다가가고 싶다면 헤움 사람들의 일상 속에 숨겨진 우리의 모습을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책 속 한 문장

사람들은 그런 식으로 우리에 대해 말하고, 그런 식으로 우리를 보고, 그런 식으로 우리를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들이 무슨 자격으로 우리를 판단하죠? 그들은 그렇게 할 만큼 지혜롭게 살고 있나요?” <339>

정조처럼 소통하라
정창권 지음사우 펴냄26815,000

오늘날 우리는 이메일, SNS를 이용해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들과 소식을 바로 주고받을 수 있다. 그러나 이렇게 편리한 수단이 없던 과거에는 어떻게 소통할 수 있었을까? 이 책의 저자는 현대인에게 진정한 소통이 무엇인지, 어떤 자세와 방식으로 소통해야 하는지를 조선시대 인물 12명이 쓴 편지를 통해 보여준다.

정조는 편지를 정치적 소통 수단으로 많이 사용했는데 그의 인간미 넘치는 편지를 보고 적대관계에 있던 심환지조차 포섭당해 정치적 통합을 이룰 정도였다고 한다. 퇴계 이황, 연암 박지원, 다산 정약용 등 널리 알려진 학자들도 편지 속에서는 집안 살림과 자녀교육을 걱정하는 조선시대 한 가정의 남편이자 아버지였다.

이처럼 인물들의 인간적인 면과 더불어 편지 속에 담긴 소통방식을 들여다보면 진정한 소통이란 무엇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된다. 현대사회에서 소통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이 책을 펼쳐볼 것을 추천한다.

책 속 한 문장

어찌 보면 쪽지편지는 아내의 잔소리와도 같은 것인데, 신기하게도 전혀 잔소리처럼 들리지 않는다. 왜냐하면 정일당은 상대방을 배려하고 존중하는 다양한 소통법을 구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68>

방구석 미술관
조원재 지음블랙피쉬 펴냄34416,800

미술을 좋아하고 관심은 있지만 작품을 어떻게 감상해야 할지 힘든 사람들에게 추천하는 책!

이 책은 빈센트 반 고흐, 구스타프 클림트, 프리다 칼로, 에곤 실레, 파블로 피카소, 클로드 모네, 마르셀 뒤샹에 이르기까지 작품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작품을 이해하기 힘들어했던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화가들의 작품 하나하나가 아닌 한 사람의 삶이 낳은 작품으로 이해될 수 있도록 화가들의 내면과 환경, 작품이 만들어진 과정의 숨은 이야기를 담았다.

2016년부터 팟캐스트 방구석 미술관을 기획·진행하고 있는 조원재 작가는 어려울 것만 같은 미술을 우리와 별반 다를 바 없는 한 인간으로서의 예술가를 생생하게 담아내는 글쓰기를 통해 독자가 쉽고 친숙하고 예술에 다가갈 수 있게 했다.

책에 등장하는 화가들은 과거와 현재를 잇는 모더니즘 화가들로, 이들만 제대로 알아도 미술사의 흐름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화가들의 이야기 마지막에는 화가의 기본 정보와 함께 작품을 이해하는 데 꼭 필요한 핵심 미술 이론들을 정리해뒀고, 팟캐스트 방구석 미술관QR코드를 담아 미술을 한 번 더 가볍고 재미있게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책 속 한 문장

너의 행동과 예술 작품으로 모든 사람에게 즐거움을 줄 수 없다면 소수의 사람을 만족시켜라. 많은 이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것은 대단히 힘든 일이다.” 하지만 그에게는 예술가이자 한 인간으로서 누려야 할 표현의 자유를 얻기 위한 투쟁이었습니다. <109~110>

과학자가 되는 방법
남궁석 지음이김 펴냄33615,000

독서의 효용을 논할 때 빠질 수 없는 것이 바로 간접 경험이다. 한 분야의 전문가가 오랜 시간 많은 노력을 투자해 얻은 지식과 노하우를 편안히 앉은 자리에서 획득하는 것은 독서를 통해 누릴 수 있는 가장 큰 특권이다. 그리고 여기 '과학자'라는 이름으로 살아가는 한 명의 직업인이 비슷한 진로를 고민하는 이들을 위해 쓴 안내서가 있다. 고맙게도 그 지침은 무척 솔직하고 현장감 넘치며 세심하다. 학부 시절은 어떻게 보내야 하는지, 유학을 하러 갈 것인지 말 것인지, 지도 교수의 스타일은 어떤 영향력을 미치는지, 첫 연구 논문은 어떻게 쓰는지! 누군가의 머릿속에 실체 없이 존재하는 피상적 이미지로서의 과학자가 아닌 대한민국 현실에 발 딛고 사는 이공계 분야 연구 노동자의 삶이 궁금하다면, 이 책을 참고해 보자.

책 속 한 문장

그래서 나는 이 책에 직업인으로서 과학자가 되는 데 필요한 여러 과정과 거쳐야 할 수많은 선택을 대리 체험해 볼 수 있는 내용을 담고자 했다. 그렇다고 이 책이 멀고도 험한 과학자의 길을 손쉽게 통과하는 요령이 수록된 비법서는 결코 아니다! 이 책의 목적은 그저 과학자로서의 장래를 선택한 이들이 앞으로 겪을 가능성 있는 여러 가지 일을 가감 없이 보여주는 것이다.” <8>

실험하는 여자, 영혜
이영혜 지음새움 펴냄27214,000

그저 그런 기사는 쓰지 않겠다는 비장한 다짐을 과학 기사를 위해 고군분투하며 직접 체험한 일상생활 속 과학에 관해 쓴 책이다. 어렵고 멀리 있는 과학이 아닌 누구나 관심을 가질 만한 주제인 칼로리 폭탄 햄버거’ ‘단백질 보충제의 진실’ ‘번아웃과 마음챙김부터 페이스북과 주민등록번호의 연관성’ ‘집회에 참여한 인원수등 알아두면 유용한 과학을 재미있게 풀었다.

기자가 직접 참여한 실험에서 칼로리 폭탄 햄버거를 먹고 확인한 혈액 속 중성지방 농도는 그 어떤 설명보다 충격으로 다가온다. 한국뿐만 아니라 스위스에서도 이어지는 가상현실(VR) 체험 실험을 읽으면 연구실 기계에 누워 두 팔을 벌리며 새 흉내도 마다하지 않는 기자의 모습에서 기사에 대한 열정과 함께 큰 재미도 느낄 수 있다. 이처럼 백 마디 말로 과학 이론을 설명하는 것보다 한 번의 실험담을 읽는 것이 독자들에게 과학을 좀 더 친근해지게 한다. 책을 읽다 보면 어느새 어렵게만 느껴졌던 과학을 웃으면서 읽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지도 모른다.

책 속 한 문장

평소 고칼로리 음식을 먹고 강한 행복감을 경험한 뇌는 웬만한 자극에 행복감을 느끼지 못한다. 과거보다 더 큰 자극을 원하게 된다. 이를 충족시키기 위해 점점 더 많이 먹는 내성이 생기거나 금단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33>

도둑의 도시 가이드
제프 마노 지음김주양 옮김열림원 펴냄35215,000

도시의 가이드를 도둑이 한다면 어떨까? 다양한 방법으로 건물에 침입하는 도둑을 따라가다 보면 내가 드나들던 정문은 도둑에게는 문이 아니게 된다. 무심코 지나쳤던 공간이 도둑의 눈으로 재발견된다. 도둑은 우리가 보통건물에 관해 가지는 생각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건축물을 탐험한다.

이 책은 생각지 못했던 도둑의 새로운 시선에서 건축과 도시를 다루고 있다. 공간에서 공간을 이동하는 기상천외한 도둑의 기술을 보면, 건축 환경을 자유자재로 이용할 수 있음에 놀란다. 저자는 경찰, 전직 주거침입범, 민간 보안업자를 만나고 그들이 경험했던 범죄 이야기를 건축과 연결해 우리에게 들려준다. 이들에게 건축물이란 단지 분석의 대상일 뿐이다. 그 미학이나 역사에는 전혀 관심 없이 보안상의 허점에만 몰두한다. 도둑의 관심과 관찰력이 도시에서 침입 범죄라는 새로운 장르를 탄생시킨 셈이다. 도둑의 가이드를 따라가 보면 그들만이 가지고 있는 건축에 대한 접근법이 흥미롭게 다가올 것이다.

책 속 한 문장

도둑처럼 보라! 가장 지루하고 평범한 주위의 건물과 도시 경관도 에펠탑이나 런던 의회당같이 놀랍고 경탄스러운 세계적 랜드마크로 와닿으리니.” <1>

마이크로트렌드X
마크 펜, 메러디스 파인만 지음김고명 옮김더퀘스트 펴냄58422,000

세상이 전례 없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 격세지감이 미처 한 세대를 지나기도 전에 피부에 와 닿을 정도다. 이런 변화들이 그려내는 모습이 간단명료하게 파악되면 좋으련만, 안타깝게도 현실에서는 그렇기가 어렵다. 저자에 따르면 다양화된 사람들의 사고와 생활방식은 미세하지만 막강한 트렌드를 형성해 서로 충돌하거나 끌어당기며, 그 결과 더 이상 하나의 흐름으로는 현상 전체를 설명할 수 없게 된다.

저자는 비혼족’ ‘지능형 방송 콘텐츠’ ‘상호작용봇50개의 마이크로트렌드를 설명하며 세계 곳곳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보여준다. ‘이인자 남편’ ‘코리안 뷰티등 몇몇 마이크로트렌드에서는 한국 관련 사례가 소개돼 더욱더 흥미롭다. 이외에도 개방혼장에서는 평생 한 사람만을 사랑할 것을 약속하는 결혼 제도의 근본적인 인식을 뒤집어볼 수 있고, ‘PC장에서는 PC가 보급된 지 불과 15년 만에 스마트기기에 자리를 내어주고 쇠락한 실태를 짚어볼 수 있다. 이런 변화들은 다시금 새로운 국면을 불러올 것이다.

저자는 이것이 우리가 알던 일상을 파괴할 정도로 급격히 퍼질 수 있는 점을 우려한다. 이를 대비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변화의 흐름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무엇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알고자 하는 이에게 이 책은 충실한 지침서가 돼줄 것이다.

책 속 한 문장

사소해 보이지만 의외로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인간의 행동 패턴들이 세상을 움직인다.”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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