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집을 짓고, 길을 내고, 도로를 만들고, 도시를 건설하는 일련의 작업을 건축이라고 한다. 공간을 창조하고 변형하는 모든 행위를 건축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 책은 일상 속 쉽게 접하는 건축뿐만 아니라 고대 로마 제국 시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인류의 문명을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건축물에 숨겨진 의미를 설명한다.
건물 정면의 외벽을 '파사드'라고 한다. 라틴어 'facies'에서 유래한 말로 건물의 얼굴을 뜻한다. 우리는 건물의 외벽을 통해 특정한 느낌을 받는다. 빌딩과 고층 아파트에서는 삭막함과 불안함을 느끼게 되는데 스트레스로 발전하면 마음의 병에 걸릴 수도 있다. 그렇다면 어떤 건축에서 편안함을 느낄 수 있을까? 대표적으로 산자락을 등에 지고, 산 능선과 선을 같이 하면서 부드럽게 이어진 초가집이 있다. 둥근 지붕이 왠지 포근한 정을 발산한다.
최초의 아파트라고 할 수 있는 인술라는 1층에 상점이 있고, 2층부터는 임대용 주택이 위치했다. 인술라에는 보통 침실 하나만 존재했으며, 수도시설이나 주방은 없었기에 공동 우물과 공동 화장실을 이용했다. 주방 대신 조그만한 화로를 이용해 음식을 해 먹었다. 벽돌과 목조를 함께 사용해 지었기 때문에 화재가 자주 발생했는데, 기원전 64년 7월에 발생한 화재는 도시의 절반을 태우며 일주일 동안 지속됐다.
스페인 바스크 지방 빌바오에는 '구겐하임 빌바오 미술관' 있다. 한때 철강 산업이 발달해 부자 도시였던 빌바오는 철강 산업 쇠퇴로 폐허같이 변하면서 1980년대 도시 재개발을 진행했다. 이때 구겐하임 미술관을 건축했는데 건축을 담당한 프랭크 게리는 어릴 적 할머니가 물고기를 사와 욕조에 풀어놓으면 욕조에 들어가 함께 놀았던 데서 영감을 얻어 건축에 반영했다. 1997년 개관 이후 미술관을 보기 위해 관광객이 몰려들면서 빌바오는 세계적인 관광도시로 변모했다. 이 때문에 침체된 도시에 문화, 예술 공간을 조성해 도시를 살려내는 것을 '빌바오 효과'라고 칭한다.
세계 제일의 항구도시인 오스트레일리아 시드니에는 유명 건출물인 오페라 하우스가 있다. 오페라 하우스는 면적 약 2만㎡, 높이 60m에 2,194개의 콘크리트 모형을 연결해 조개껍질 모양의 지붕 10개로 만들어졌다. 마치 돛단배의 돛에 바람이 가득 담긴 모습 같기도 하고, 조개껍질을 여러 겹으로 엎어 놓은 것 같기도 한 모습으로 관광객의 눈길을 끈다. 1957년 국립 오페라 하우스 설계를 공모했을때 32개국에서 232점의 작품이 응모됐지만 현재 오페라 하우스를 설계한 덴마크 우촌의 작품은 1차 심사도 통과하지 못했다. 당선작 중 마음에 드는 작품이 없자 1차 탈락작을 다시 살피던 중 눈에 띄어 최종 당선작에 올랐다.
『공간의 인문학』
한현미 지음 | 맘에드림 펴냄|208쪽|12,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