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은 지음/ 지안/ 382쪽/ 15,000원
“공주조차 하인과 기사들 수십 명의 남정네와 한 방에서 혼숙했다”, “요리를 발견한 17세기를 대표하는 요리는 다름 아니라 ‘흰 빵’이다”, “어린 자식을 한 집에 살며 ‘사람’ 대접을 한 것은 18세기 부르주아들의 신식 문화였다”…. 이 문장들이 말해주는 옛 역사는 과연 진실일까?
이 책은 16세기 초엽부터 1789년 프랑스혁명기까지 300년 가까운 프랑스의 역사를 각 시대의 풍경을 잘 보여줄 수 있는 그림과 그 안에 담긴 소소한 역사와 역사서에 담겨있지 않은 내밀한 사생활, 그리고 그것의 알리바이인 오브제 문화를 중심으로 설명한다.
또한 ‘건물을 지을 때 양식이 어떻게 변했는지, 집 안의 장식물은 어떤 유행을 탔는지, 패션의 도시 파리에 사는 사람들의 치장은 어떻게 변했는지, 귀족들이 쓰던 고급스런 가구는 어떤 발전을 거듭했는지, 라이프스타일이 바뀌면서 과거 풍습이 어떤 새로운 풍습으로 바뀌게 되었는지’ 등등을 전하는 이 책은 독자들에게 재미있는 역사여행을 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이 책의 장점은 무엇보다 우리가 익히 아는 유명 인물들의 사적인 이야기와 그들의 실상, 그리고 그 시절 명화를 통해 역사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키워준다는 것.
책 속에는 난폭한 폭군으로만 알려진 ‘태양왕’ 루이 14세가 한 인간으로서 남모르게 겪은 상처와 고독을 그의 하루 일과를 통해 세밀하게 보여준다. 또한 ‘베겟잎 송사’로 루이 15세를 쥐락펴락한 간악한 후처로만 알고 있는 마담 퐁파두르가 실제로는 얼마나 헌신적으로 왕을 보필했으며 탁월한 심미안으로 당대 예술의 발전을 뒷받침했는지, 그리고 사치스럽고 무지한 왕비로 역사책에 희화화된 앙투와네트 왕비의 이미지가 어떻게 조작된 것인지 등이 소개된다.
독서신문 1402호 (2006. 4.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