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인간과 자연, 동물을 음미하는 그림책이다. 인문학자인 저자가 동물 사진에 에세이를 얹어, 이 세상에서 인간과 동물은 어떻게 다르고, 또 얼마나 동일하게 살아가고 있는지를 소개한다. 또 더 나아가 '인간이란 무엇이고, 나는 누구인가, 무엇이 지금 나의 삶을 가능하게 하며, 어떻게 나 자신의 존엄을 지키며 행복하게 살아갈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고대 이집트에서 숭배되던 고양이 신 바스텐(Bastet)을 형상화한 것으로, 작품의 제목은 영국 박물관에 이 조각상을 기증한 사람의 이름을 따랐다. 보통 고양이 머리를 한 여인의 형상으로 묘사되는 바스텟은 전쟁과 보호의 신이며, 음악, 가족, 춤, 기쁨을 상징한다. 특이하게도 이 신은 처음에는 사자의 형상을 한 전사의 이미지였지만, 언제부터인가 고양이 얼굴을 한 여인의 이미지로 변화됐다. 고대 이집트인들은 고양이에게서 자신을 지킬 힘을, 또 삶의 행복과 기쁨을 봤던 것이 분명하다.
일본 작가들이 그린 범 그림은 대단히 많다. 그러나 그 그림은 일종의 상상화였다. 일본에는 범이 서식하지 않기 때문이다. 제법 사실적인 필치를 보인 가츠 쿄쿠슈(Katsu Gyokushu)의 호도(虎圖)나 후루치이 긴가(Furuichi Kinga)의 호도를 자세히 보면, 현실에는 없는 범을 그린 그림에 불과하다. 그런데 도쿠가와 막부가 고용한 막부 최초의 공식 화가 가노 단유(Kano Tan'yu)가 그린 이 그림은 아예 날고 있는 범을 우리에게 보여준다. 점프력이든 비행력이든, 대단한 능력자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러니까 이 그림은 한편의 동화다. 달리 말해, 호환을 겪어보지 못한 어느 나라의 순진하고 발랄한 상상력이다.
플라밍고(홍학)는 왜가리처럼 다리와 목이 길지만, 왜가리와는 달리 부리가 시원하고 길게 뻗어 있지 않고 굽어 있다. 부리 가장 자리에 돌기가 있어 흙, 모래를 쉽게 걸러낼 수 있다고 한다. 목을 자유자재로 움직여서 한 바퀴 빙 돌릴 수도 있다. 또한 연한 분홍에서부터 붉은색에 이르는 홍조의 깃털색이 특징이기도 하다. 남 아메리카 지역, 바닷물이 고인 호수나 갯벌 등에 서식한다.
이탈리아의 현대 조각가인 렘브란트 부가티(Rembrandt Bugatti)의 조각 작품이다. 하마로서는 좀 억울한 형상이다. 입을 이렇게 크게 벌리는 일은 좀처럼 흔한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하마는 우제목 동물로 소, 돼지와 친척이다. 사하라 사막 이남 아프리카의 호수와 강에 서식하며, 땅보다는 물에서 주로 사는 물 동물이다. 새끼도 물에서 낳고, 젖도 물속에서 먹이고, 잠도 물속에서 잔다. 소와는 달리 몸에 털이 거의 없는데, 이런 수중생활의 영향일 것이다. 하지만 하마가 좋아하는 건 수초보다는 들판의 풀이어서, 뭍에서 많이 먹는다고 한다. 사람도 공격해서 죽일 수 있는 강인한 힘을 자랑하지만 채식주의자다.
『동물 미술관』
우석영 지음 | 궁리 펴냄|224쪽|22,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