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죽였어? “불친절해서”... ‘강서 PC방 살인 사건’, 제2의 김성수 막을 대책은?
왜 죽였어? “불친절해서”... ‘강서 PC방 살인 사건’, 제2의 김성수 막을 대책은?
  • 서믿음 기자
  • 승인 2018.10.22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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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연합뉴스]
[사진출처=연합뉴스]

[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강서구 PC방 살인사건’이 계속해서 사람들 입에 오르내린다. 22일에는 경찰이 해당 사건 피의자(김성수)의 신원정보를 공개하면서 ‘강서구 PC방 살인사건’은 한주가 넘어가도록 포털사이트 검색 키워드 상단에 자리하며 관심을 끌고 있다. 이번 사건에 대중의 관심이 쏠리는 데는 피해자가 얼굴 등 수십여 곳에 자상을 입고 사망한 잔혹 범죄라는 점뿐만 아니라 범행동기가 단지 ‘불친절’이었다는 점에 따른 불안감도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일상 속에서 자주 접하게 되는 누군가의 ‘불친절’이 살인으로까지 이어지면서 파장이 크게 일고 있다.

지난 14일 서울 강서구의 한 PC방을 찾은 A(30) 씨는 다른 손님이 남긴 음식물을 치워달라고 요구하며 아르바이트생과 말다툼을 벌였다. 이후 A 씨는 PC방을 나와 자택에서 흉기를 가져와 쓰레기를 버리러 나온 아르바이트생의 얼굴 부위 등을 30여 차례 흉기로 찔러 살해했다. 지난 7월 서울 강동구 성내동에서 ‘아르바이트생이 불친절하다’는 이유로 편의점에 불을 질러 1명의 사망자 발생한 이후 불과 3개월 만에 유사 사건이 발생하면서 불안감이 커진다. 누군가의 ‘불친절’로 인한 ‘상처’가 ‘복수’(살인·방화)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사회문제로 지적받는다.

이 같은 상황을 두고 독일 심리상담가 배르벨 바르테츠키는 책 『너는 나에게 상처를 줄 수 없다』에서 “상처받은 사람은 대개 판단력과 자제력을 잃고 원인 제공자에게 분노하는데, 이는 상처를 무효화하려는 일종의 몸부림”이라며 “그들은 보통 전후 사정을 들으려하지 않고 오로지 자신이 받은 만큼 상대에게 고통을 주는 데만 신경을 집중한다”고 말한다. 이어 “그들이 종종 잊는 것이 하나 있는데 그것은 바로 파괴적인 분노 때문에 가장 큰 피해를 보는 사람은 바로 ‘자신’이라는 사실이다”라며 “파괴적인 분노는 순간적인 후련함을 선사하지만 결국에는 상처만 후비고 자신은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무력감만 키울 뿐이다”라고 충고한다. 뇌과학자들 역시 “화를 낼수록 뇌에서는 스트레스 호르몬이 방출돼 점점 더 기분이 상하고 화가 증폭된다”며 “마음의 상처는 신체 질병에까지 깊은 영향을 미친다”고 조언한다. 결과적으로 분노는 본질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으며 오히려 마음과 육체에 2차 피해를 일으킨다는 것이다.

바르테츠키 작가는 분노에 따른 개인적인 복수도 문제점으로 지적한다. 그는 “상처를 받은 사람은 ‘내가 받은 (고통)만큼 돌려주겠다’고 생각하며 가해자 사이에서 ‘(고통의) 균형’을 이루려 하지만 내가 아픈 만큼 똑같이 아프게 하는 복수는 없다”고 단언한다. 상처 자체가 오해와 편견이 반영된 ‘인식의 오류’일 수 있으며, 설령 부당한 피해를 보았다고 해도 각자가 느끼는 피해 정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내가 한 대를 맞았으니 너도 한 대 맞고 화해하자”가 합리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는 “네가 더 덩치가 크니까 넌 두 대를 맞아야 한다”는 주관적인 셈법이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강서구 PC방 살인사건’의 가해자가 자신이 당한 ‘불친절’의 대가를 상대의 목숨과 동등하게 여긴 것에서도 이런 모습을 엿볼 수 있다.

비록 아주 일시적이긴 하지만 복수하는 순간의 짜릿함도 복수를 부추기는 원인으로 작용한다. 그 짜릿함 때문에 19세기 영국의 낭만파 시인 조지 고든 바이런은 “복수는 달콤하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스위스 취리히대학교 페르(Ernst Fehr) 교수 연구팀은 열네 명의 실험자를 모집해 서로 간에 배반·복수를 반복하는 게임을 진행한 결과, 복수에 성공하는 순간 실험자들에게서는 기쁨이나 만족감을 느끼는 뇌 활동이 일어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또 이런 자극이 상당한 피해를 감수하면서까지 복수에 집착하는 원인으로 작용한다는 사실도 알아냈다. 하지만 그런 감정은 아주 일시적일 뿐이다. 많은 전문가는 “복수를 뒤따르는 또 다른 복수와 사법 당국의 처벌은 결과적으로 삶을 더욱 피폐하게 만든다”고 지적한다. 앞서 ‘아르바이트생의 불친절’을 이유로 편의점에 불을 지른 40대 남성이 지난 18일 진행된 1심 재판에서 징역 13년을 선고받았으며, PC방 살인사건의 가해자 역시 이에 상응하는 처벌이 예상되면서 달콤한 복수에 무거운 대가를 치르게 됐다.

그렇다면 복수를 절제하기 위해서는 어떤 자세가 필요할까? 전문가들은 “상처 자체를 거부하라”고 충고한다. 미국의 유명 흑인 배우 모건 프리먼은 ‘내가 당신에게 ‘니그로’(흑인을 비하하는 말)라고 말하면 어떤 일이 생기나요’라고 묻는 기자의 질문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요. 당신이 ‘니그로’라고 부르면 문제는 잘못된 단어를 사용하는 당신에게 있지 나한테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에요”라며 “나는 관심을 끊어버림으로써 문제를 지닌 당신을 혼자 내버려 둘 겁니다”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바르테츠키 작가는 “나쁜 일을 당했을 때 마음의 상처로 남느냐 아니냐는 받아들이는 쪽에 달렸다. 마음이 상하는 상황에서 우리가 느끼는 것은 ‘상처’가 아니라 ‘상처를 받는 것 같은 느낌’”이라며 “그 느낌은 상처로 남을 수도 있고 상대의 문제로 되돌려 줄 수도 있다”고 충고한다. 이를 두고 불교에서는 ‘두 번째 화살에 맞지 마라’고 표현하는데, 자신을 향한 비난(첫 번째 화살)을 막을 수는 없지만, 상처(두 번째 화살)를 받는 것은 마음먹기에 따라 피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불친절·무시·폭언·비아냥거림 등 일상에 산재한 상처 거리를 사라지게 할 수도, 피할 수도 없지만 적어도 상처를 거부할 수는 있다. 시각·청각 장애를 딛고 일어선 헬렌 켈러가 자서전 『내 삶의 이야기』에서 “세상은 고통으로 가득하지만, 그것을 이겨 내는 일로도 가득 차 있다”라고 말했듯, 고통이 가득한 세상에서 상처받지 않겠노라는 다짐이 필요한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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