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수능이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이때쯤이면 수면시간은 어떻게 관리하고, 남은 기간에는 어떻게 공부해야 할지에 관한 정보가 쏟아져 나온다. 그러나 유독 경시되는 한 가지가 있다. 10월과 11월 사이 감소해 수험생에게 안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는 호르몬 ‘세로토닌’이다.
‘행복 호르몬’이라고 불리는 세로토닌은 뇌의 시냅스(뇌신경 접속부분)에서 분비되는 신경전달 물질 중 하나로, 인간의 감정을 조절한다.
세로토닌이 활성화되면 기분이 좋아지고 의욕이 생기지만, 세로토닌이 부족하면 별다른 이유 없이 우울해지고 불행하다고 느낀다. 따라서 세로토닌이 부족한 수험생은 자신감이 떨어지고 활동반경이 좁아진다. 또한 무언가에 쉽게 중독되고, 폭력성이 높아지며, 나쁜 결과로 이어질 것을 뻔히 알면서도 스스로 억제하지 못하는 ‘충동성 장애’를 겪기도 한다. 세로토닌이 적은 수험생은 시험 대비는 물론 시험 때 평소보다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할 수 있다.
수능이 한 달도 남지 않은 지금 시점이 인체에서 세로토닌이 가장 많이 감소하는 시기다. 일본의 뇌과학자 나카노 노부코는 그의 책 『우리는 차별하기 위해 태어났다』에서 “보통 세로토닌의 양은 늘기도 하고 줄기도 하지만, 특히 5~6월과 10~11월에 감소한다”며 “이 시기에는 세로토닌이 감소하기 때문에 감정 기복이 크거나 불안을 느끼는 사람이 많아진다. 또한, 공격성이 강해지는 사람, 충동성 장애로 고민하는 사람도 증가한다”고 말했다. 그는 “감정 억제가 잘 안 되기 때문에 싫은 건 안 하고, 하고 싶은 건 해야 직성이 풀리는 시기”라고 덧붙였다.
수험생이 여성이라면 더욱 문제다. 노부코에 따르면 여성이 남성보다 세로토닌 분비량이 적고 섭취한 음식물에 따른 영향도 쉽게 받는다. 이 때문에 여성은 이 시기에 평소 아무렇지 않게 넘겼을 법한 일에도 걱정을 하거나 특별한 이유 없이 불안을 느끼기 쉽다.
여성이 생리 전이라면 더욱 문제다. 생리 전에는 여성호르몬 분비가 적어지며, 동시에 세로토닌 분비 역시 감소한다. 한국뇌과학연구원 관계자는 “세로토닌의 분비가 일정치 않아진 여자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극도로 예민해지고, 쉽게 화가 나고, 별다른 이유 없이 불쾌한 기분에 사로잡히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호르몬 불균형으로 인한 여성의 우울증은 남성보다 2배 정도 더 많이 나타난다”고 덧붙였다.
수능이 한 달여 남은 시점은 수험생의 스트레스가 극에 달할 때이기에 더욱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 세로토닌이 스트레스에 영향받기 때문이다. 한국뇌과학연구원 관계자는 “예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을 때 피곤함을 느끼는 것은 스트레스 때문에 세로토닌 분비가 감소했기 때문”이라며 “스트레스가 장기화되고 좌절과 욕구불만이 쌓이면 세로토닌은 더 빨리 사라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세로토닌은 충분히 관리할 수 있다. 노부코는 “10~11월에 세로토닌이 부족해진다는 것을 인지하고 다른 때보다 더 자주 쉬거나 긴장을 풀면 좋을 것”이라며 “그리고 침울할 때를 대비해 마음을 다스릴 방법을 미리 생각해두면 몸과 마음이 건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공감해주는 사람, 마음이 놓이고 기분을 전환할 수 있는 장소를 사전에 알아두면 좋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세로토닌이 햇빛을 받으면 활성화된다는 사실도 알아둬야 한다. 일부 전문가들은 현대 아이들이 과거보다 더 폭력적이고 충동적으로 된 이유, 우울증으로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아진 이유를 지나친 학구열에서 찾기도 한다. 늘 실내에서 공부만 하면 햇볕을 쐴 기회가 적어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수험생들은 공부만 할 것이 아니라, 충분한 햇볕을 쐴 시간을 할애해야 한다.
식단 관리로도 세로토닌 분비를 촉진할 수 있다. 세로토닌의 원료는 필수아미노산인 트립토판이며 이는 체내에서 생성되지 않는다. 트립토판이 많이 함유된 단백질 섭취를 늘리는 것이 좋다. 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우유, 달걀 등을 일부러라도 먹어야 한다. 체내에 들어간 트립토판을 세로토닌으로 전환하는 데 도움을 주는 ‘비타민 B6’도 섭취해야 한다. ‘비타민 B6’는 연어, 시금치, 브로콜리, 바나나, 견과류 등에 함유돼 있다.
급격한 운동은 오히려 세로토닌 활성을 저해한다. 과하지 않은 강도의 꾸준한 운동이 필요하다. 6~7시간 이상의 충분한 수면을 취하는 것도 좋다.
마지막으로, 수험생의 세로토닌을 끌어 올리는 가장 쉬운 방법은 포옹이다. 포옹을 하면 세로토닌이 일시적으로 활성화된다. 수험생이 불안해한다면, 한번 꼭 끌어 안아줘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