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실패가 두렵지 않은 워커홀릭이었던 저에게 아이를 키우는 일은 일생일대 처음 겪는 프로젝트 같았어요. 뭔가 잘못된 걸 알았다고 해서 도로 뱃속에 넣을 수는 없잖아요. 저는 요리도 살림도 재주가 없어요. 물려줄 재산도 없고요. 제가 해줄 수 있는 건 아이 스스로 즐겁게 세상을 살아갈 수 있는 마음의 힘을 길러주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게 실패하면 두 번의 기회는 없으니까 일도 쉬고 아이에게 몰입하기 시작했어요.
이제야 조금씩 여유가 생겨 되돌아보니 아이는 아이만의 힘이 있었어요. 엄마는 흔들림 없이 믿고 기다리면 됐던 거예요. 그동안 연후에게 조잘조잘 건냈던 엄마의 말이 민망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또렷하게 사는 것만이 훌륭하다고 생각했었는데 흐르는 대로 지켜보는 것도 아름답다는 걸 알게 됐어요. <7쪽>
엄마인지, 맘마인지, 멍멍인지 헷갈린다. 이럴 때는 가만히 연후의 시선의 끝과 손끝을 따라가 보면 알아챌 수 있다. 아하, 저기 멍멍이가 있구나. 멍멍 강아지네. 하고 알아 들어주면 아이는 세상 기쁘게 웃는다.
지금 우리 둘이 통했다는 느낌 너무 좋다. <21쪽>
내가 꼬마일 때부터 엄마는 스스로 생각하고 결정하고 책임지도록 가르치셨다. 엄마의 깊은 마음을 알 길이 없었던 나는 이것이 익숙해질 때까지 꽤나 속앓이를 했던 것 같다. 어쩌면 지금의 연후보다 더 어렸던 내 마음의 힘을 강하게 길러준 조 여사와의 이야기가 몇 가지 떠오른다. <80쪽>
마지막 말은 하지 말 걸 그랬다. 엄마가 힘든 게 좋냐니. 엄마를 너무 좋아해서 자꾸 부르는 걸 알고 있는데 말은 이미 그렇게 나와버렸다. 아이 마음은 하나도 모르는 엄마가 돼 내 말만 다다다 쏟아놓고 네 생각을 물어보는 것도 어이없는데 주워 담을 수도 없고. 아이는 고개를 숙이고 아주 조용히 울고 있다. 큰 소리로 우는 것보다 더 울림이 크다. <122쪽>
『엄마가 키워주는 아이의 말그릇』
김소연 지음|더블엔 펴냄|232쪽|13,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