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전자상거래업체 ‘아마존’의 유일한 경쟁자였던 미국 최대 오프라인 서점 체인 ‘반스앤노블’(Barnes & Noble)이 회사 매각을 검토하고 있다. 최근 분기 매출이 14% 감소하는 등 경영난으로 인해 ‘반스앤노블’이 거느린 600여 개 지점의 존폐가 위태로운 상황이라고 알려졌다. 서점의 경영난과 서점 수 감소 추세는 미국만이 아니다. 우리나라 역시 경영난에 서점 수가 줄고 있으며, 그 속에서 독립서점이 고군분투하는 양상이다.
지난 3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반스앤노블’은“지분 19.2%를 보유한 레너드 리자오 이사회 의장을 포함한 복수의 관계자가 인수에 관심이 있다는 뜻을 전해왔다”면서 “회사 매각을 검토한다”고 밝혔다.
‘반스앤노블’은 1886년에 설립된 서점으로, 1964년 대기업에 인수된 후 대규모 자본을 활용, 30~40% 도서 할인 판매를 하며 중소규모 서점들을 잠식해나갔으며 불과 몇 년 만에 1,000여개의 지점을 둔 미국의 가장 큰 오프라인 서점 체인이 됐다. 그러나 1995년 ‘아마존’이 설립된 이후 사정은 달라졌다. 독서율이 줄고 있는 전 세계적인 추세에 더해 소비자들이 오프라인보다는 온라인으로 책을 구매한 탓에 온라인 업계에서 독보적인 ‘아마존’에 밀렸기 때문이다. ‘반스앤노블’의 시가총액은 지난 2015년 대비 현재 3분의 2가 감소한 4억 달러(약 4,500억 원) 정도였으며 오프라인 매장 수는 2017년 7월 기준 633개의 지점으로 줄었다.
이는 과거 이미 예견된 결과라는 평이다. 2011년 당시 ‘아마존’과 ‘반스앤노블’에 이어 매출액으로는 3위였던 대형 서점 체인 ‘보더스’(Borders)는 ‘아마존’으로 대표되는 온라인 서점의 급성장 등으로 경영난을 겪어 파산한 바 있다. 나아가 2015년 ‘아마존’의 오프라인 진출은 서점인들에게는 불난 집에 기름을 부은 꼴이었다.
우리나라도 서점 감소와 ‘승자독식’ 상황은 다르지 않다. 한국서점조합연합회가 발간한 ‘2018 한국 서점 편람’에 따르면 2013년 1,625개였던 순수서점(오로지 책만 파는 서점)들이 2017년 말 1,536개로 줄었으며 몇 개 대형서점들을 제외한 서점들은 경영난을 토로한다. 15%의 직간접 할인율을 인정하는 애매한 도서정가제의 영향이 소수의 대형·온라인서점들에 절대적으로 유리했다. 그 결과 중소규모 서점들이 경영난을 겪고 폐업하는 반면, 대형서점 수는 2016년과 2017년 20곳이 증가해 총 303개였다. 6대 대형 온·오프라인 소매점의 2016년 매출액은 약 1조6,460억 원으로 2015년에 비해 7.5% 증가했다. 매출액에 비해 영업이익이 크게 증가하지 않는 이유는 공격적인 오프라인 매장 확장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이러한 서점감소와 ‘승자독식’ 상황에서도 소규모 독립서점 수가 증가하고 있다는 점은 의외다. 미국서점연합회(American Booksellers Association)에 따르면 2009년 1,651개였던 독립서점 수는 꾸준히 증가해 2018년에는 2,400개까지 늘어났다. 우리나라도 독립서점의 증가가 눈에 띈다. 개정된 도서정가제가 시행된 해인 2014년 50여 개였던 독립서점 수가 2016년에는 100여 개로, 2017년에는 257개로 증가했다. 개정 도서정가제 시행 이후 연평균 50여 곳이 늘어난 수치다.
그러나 우리나라 독립서점들의 주머니 사정은 미국과 차이가 있어 보인다. 미국서점연합회에 따르면, 미국 내 독립서점의 서적 판매액은 전년 대비 2015년 10%, 2016년 5%, 2017년 6.1%, 2018년 5% 증가했다. 반면, 우리나라 독립서점들의 상황은 여의치 않다. 대형서점들이 온라인 판매의 장점을 이용해 더 많은 할인을 해 가격 측면에서 경쟁할 수 없으며, 경기 침체 때문에 매장에 와서 책을 사는 사람들이 드물기 때문이다. 지난 7월 독립서점계의 선두주자로 꼽혔던 ‘북바이북’이 판교지점을 폐쇄하고 나머지 서점도 매각하기로 했고, 문을 닫는 독립서점에 관한 책이 출간되는 것은 우연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 독립서점을 살릴 수 있는 해결책이 무엇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미국에서 배울 점이 있어 보인다. 2000년대 초반, 일부 미국 소비자들은 지역상품 구매를 해 환경을 보호하고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자는 취지의 ‘바이 로컬’(Buy local) 운동을 진행했다. 지역의 독립서점 대표들도 같은 맥락으로 사회적 가치와 지역 서점 이용을 연결시켰고, 서점을 지역 커뮤니티화했다. 서점을 책을 살 때만 이용하는 곳이 아닌, 지역 주민들의 공론장으로 변모시킨 것이다. 미국서점연합회의 지원도 무시할 수 없다. 1900년 독립서점들이 연합해 설립한 미국서점연합회는 독립서점 진흥을 위한 ‘인디 퍼스트’(Indies First) 같은 행사를 진행하며 사회적으로 독립서점을 지지하는 활동이 이뤄지도록 적극 돕고 있다. 많은 독립서점이 서점연합회의 도움을 받아 저자 초청 행사를 열며, 오바마 전 대통령과 같은 유명인도 독립서점에 들러 사회적 관심을 환기하기도 한다. 전자책 전문 회사인 코보(Kobo)와 독립서점을 연결해 수익 창출을 지원하기도 한다.